대멸종 뒤 지구에는 누가 살았을까요? 트라이아스기의 낯선 이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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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시대라고 하면 커다란 공룡들이 땅을 가득 메운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공룡이 처음 나타났을 때의 풍경은 조금 달랐습니다. 물가에는 넓적한 머리를 가진 양서류가 있었고, 땅에서는 악어의 친척과 포유류 쪽 친척들이 함께 살아갔습니다. 오늘은 대멸종 이후의 지구, 트라이아스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레인보 포리스트 박물관에 전시된 트라이아스기 동물 골격 모형들
공룡만 살았던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트라이아스기 동물들을 소개하는 박물관 전시입니다. 사진: NPS / Hallie Larsen. 출처

지구의 달력이 새 장으로 넘어갔습니다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을 지나 트라이아스기가 시작됐습니다. 트라이아스기는 약 2억 100만 년 전까지 이어지는 중생대의 첫 시기입니다. 달력의 이름이 바뀌었다고 지구가 하루아침에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살아남은 생물들이 번식하고, 먹고 먹히는 관계가 다시 이어지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텅 빈 운동장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장면보다는, 비가 그친 뒤 풀밭 곳곳에서 작은 움직임이 돌아오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생태계의 회복 속도는 장소와 생물 무리에 따라 달랐습니다. 바다와 육지가 언제나 같은 박자로 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물가에는 커다란 양서류가 있었습니다

트라이아스기의 물가를 만난다면 먼저 물속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싶습니다. 메토포사우루스류처럼 머리가 넓고 납작한 커다란 양서류가 살았기 때문입니다. 이름 끝에 ‘사우루스’가 붙어도 모두 공룡은 아닙니다. 동물을 구분할 때는 이름보다 몸의 구조와 진화적 관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머리가 넓적한 트라이아스기 양서류 메토포사우루스류의 복원 그림
오늘날의 작은 도롱뇽만 생각하면 놀라게 될 모습입니다. 메토포사우루스류의 복원 그림이며, 살아 있을 때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그림: NPS. 출처

악어의 친척은 땅에서도 바빴습니다

악어라고 하면 물 위로 눈과 콧구멍만 내놓은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트라이아스기의 악어 쪽 친척들은 몸의 형태와 생활 방식이 훨씬 다양했습니다. 헤스페로수쿠스처럼 다리가 길고 육지에서 움직이던 작은 포식자도 있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동물만으로 먼 옛날의 친척들까지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리가 길고 날씬한 악어 쪽 친척 헤스페로수쿠스의 복원 그림
악어의 친척 중에는 이렇게 육지 생활에 어울리는 몸을 가진 동물도 있었습니다. 헤스페로수쿠스 복원 그림: NPS / Jeff Martz. 출처

공룡으로 확실하게 분류되는 초기 화석은 약 2억 3,3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후기 지층에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오래된 화석이 곧 최초의 공룡 개체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책의 첫 장이 사라졌다면 남아 있는 가장 앞 페이지를 책의 시작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늘의 익룡도 공룡과는 달랐습니다

트라이아스기에는 익룡도 등장했습니다. 익룡은 공룡과 가까운 친척이지만 공룡 자체는 아닙니다. 아주 길어진 손가락이 날개막을 받치는 구조를 가졌습니다. 박물관의 골격을 볼 때 날개 끝에서 몸 쪽으로 눈길을 따라가면, 날개를 지탱한 뼈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레인보 포리스트 박물관에 전시된 익룡 골격
익룡의 날개는 어떤 뼈가 받치고 있었을까요? 레인보 포리스트 박물관의 골격 전시 사진입니다. 사진: NPS. 출처

우리와 가까운 쪽의 친척도 살아갔습니다

튼튼한 몸에 아래로 뻗은 엄니가 있는 플라케리아스도 만나 보겠습니다. 이 동물은 공룡이 아니라 포유류로 이어지는 계통 쪽의 먼 친척입니다. 같은 트라이아스기를 살았다고 모두 공룡 가족인 것은 아닙니다. 생김새가 낯설수록 ‘누구와 더 가까운 친척일까?’ 하고 묻는 편이 지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네 발로 서 있고 얼굴 옆에 엄니가 있는 플라케리아스 복원 그림
플라케리아스는 식물을 먹던 동물입니다. 공룡과는 다른 계통에 속합니다. 복원 그림: NPS / Jeff Martz. 출처

이 다섯 장면은 트라이아스기의 모든 시기와 장소를 한꺼번에 촬영한 풍경이 아닙니다. 수천만 년 동안 여러 지역에 살았던 동물들을 사진과 복원 그림으로 모아 살펴본 것입니다. 몸의 색이나 살의 모양처럼 화석만으로 정확히 알기 어려운 부분에는 복원자의 해석이 들어갑니다.

공룡이 등장한 지구를 바라볼 때 이제는 주변도 함께 보게 됩니다. 물가의 양서류, 땅을 걷던 악어의 친척, 하늘의 익룡, 포유류 쪽 친척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갔습니다. 트라이아스기의 흥미로운 점은 거대한 공룡 한 마리보다도, 이렇게 서로 다른 생명들이 함께 채워 간 풍경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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