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대멸종

  • 지구 탄생부터 공룡의 멸종까지, 연대표로 한눈에 살펴봐요

    지구가 태어나고, 바다가 생기고, 작은 생명들이 나타났습니다. 바닷속 동물들이 다양해진 뒤에는 땅 위에 식물과 숲이 자랐고, 공룡이 누비던 시대도 찾아왔습니다. 한 편씩 읽을 때는 알 것 같다가도, 이름과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순서가 헷갈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코스모스파일에서 살펴본 22편을 연대표로 모았습니다. 먼저 큰 글씨 연대표에서 사건의 순서를 보고, 아래 표에서 궁금한 이야기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표의 글 제목을 누르면 그 이야기를 자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연대와 핵심 사건을 큰 글씨로 정리한 지구 탄생부터 에디아카라기까지의 세로 연대표
    ① 지구의 시작부터 초기 생명까지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읽으며 연대·사건·설명을 함께 살펴보세요. 각 행의 간격은 실제 시간 비율이 아닙니다. 선명한 원본 크게 보기

    첫 번째 그림은 지구 탄생부터 에디아카라기까지, 두 번째 그림은 고생대부터 백악기 말 대멸종까지입니다. 연대가 적힌 줄, 굵은 시대 이름, 그 아래의 핵심 사건 순서로 읽으시면 됩니다. 두 그림 모두 순서를 쉽게 읽도록 만든 것으로, 칸의 크기가 실제 기간을 나타내지는 않습니다.

    표 읽는 방법: 숫자는 읽기 쉽게 반올림했습니다. ‘약 35억 년 전의 생명 흔적’은 그때 최초 생명이 태어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각·바다·산소의 변화도 오랜 시간에 걸친 과정입니다. 표의 행 높이나 사진 사이 간격은 시간의 길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뜨거운 지구에 단단한 땅과 바다가 생겼습니다

    언제였을까요?무슨 일이 있었을까요?함께 읽는 글
    약 45억 4,000만 년 전작은 천체들이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 속에서 지구가 형성됐습니다.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
    약 45억 년 전 무렵젊은 지구에 일어난 거대한 충돌로 달이 만들어졌다는 가설이 가장 널리 연구됩니다. 충돌의 정확한 시기와 과정에는 논의가 남아 있습니다.달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초기 지구를 뒤흔든 거대한 충돌
    초기 지구, 약 44억 년 전의 광물 단서표면이 식으며 지각이 형성됐습니다. 약 44억 년 된 지르콘은 매우 오래된 지각의 역사를 살피는 단서입니다. 지각 전체가 이날 한 번에 완성됐다는 뜻은 아닙니다.뜨거웠던 지구에 어떻게 단단한 땅이 생겼을까요?
    약 44억 년 전 액체 물의 가능성지르콘의 화학적 특징은 이른 지구에 액체 물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현재와 같은 넓은 바다의 완성 시기를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지구의 첫 바다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DSCOVR 위성이 촬영한 바다와 구름으로 덮인 오늘날의 지구
    오늘날의 지구를 찍은 실제 위성 사진입니다. 2015년 7월 6일 DSCOVR의 EPIC 관측 자료로 만든 영상이며, 초기 지구의 모습은 아닙니다. 출처: NASA / DSCOVR EPIC team. 원본과 설명

    오늘날의 푸른 지구를 초기 지구와 나란히 놓으면 변화가 크게 느껴집니다. 다만 지금의 바다 사진이 옛 바다의 색과 모양을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당시의 환경은 오래된 광물과 암석에 남은 단서를 모아 추적합니다.

    작은 생명과 산소, 얼음의 긴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언제였을까요?무슨 일이 있었을까요?함께 읽는 글
    약 35억 년 전의 흔적미생물 활동의 증거로 해석되는 스트로마톨라이트 등이 알려져 있습니다. 생명의 실제 시작은 이보다 앞설 수 있습니다.지구의 첫 생명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약 24억 년 전 무렵대기 중 산소가 지속적으로 쌓이기 시작한 큰 전환인 대산화 사건입니다. 바로 오늘날 같은 공기가 된 것은 아닙니다.지구의 공기에는 어떻게 산소가 생겼을까요?
    약 7억 2,000만~6억 3,500만 년 전 사이크라이오제니아기의 큰 빙하기들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 내내 지구 전체가 같은 상태로 얼어 있었다고 단정하지는 않습니다.지구가 거대한 눈덩이가 되었던 때가 있었을까요?
    약 6억 3,500만~5억 3,900만 년 전에디아카라기입니다. 특히 후반부에는 잎사귀나 납작한 타원처럼 생긴 여러 큰 생물의 화석이 알려져 있습니다.나뭇잎 같은 생명들이 살았던 바다, 에디아카라 이야기
    호주에서 촬영한 약 35억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 암석의 실제 사진
    USGS가 약 35억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소개한 호주의 실제 암석 사진입니다. 오래전 생명의 흔적을 오늘날의 암석에서 찾습니다. 사진: Beatriz Ribeiro da Luz /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사진 속 줄무늬 암석을 보면 생명의 역사는 커다란 동물의 뼈보다 훨씬 앞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생명 흔적이 남은 때’와 ‘생명이 처음 태어난 때’를 구분하면 연대표를 더 정확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고생대와 중생대의 각 지질시대와 주요 사건을 큰 글씨로 정리한 세로 연대표
    ② 고생대는 초록색, 중생대는 갈색으로 표시했습니다. 마지막 붉은색 행은 약 6,600만 년 전의 대멸종 사건입니다. 행 간격은 실제 시간 비율이 아닙니다. 연대는 ICS 2026/06 기준으로 반올림했습니다. 선명한 원본 크게 보기

    고생대에는 바다의 변화가 육지로 이어졌습니다

    고생대는 약 5억 3,900만 년 전부터 약 2억 5,200만 년 전까지입니다. 표 안에 글이 여러 편 들어 있어도, 그 생물들이 모두 같은 장소에서 한꺼번에 살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제였을까요?무슨 일이 있었을까요?함께 읽는 글
    캄브리아기
    약 5억 3,900만~4억 8,700만 년 전
    여러 동물 무리의 몸 구조가 다양해지고 단단한 부분을 지닌 생물의 화석도 뚜렷해졌습니다. ‘대폭발’은 수백만 년 이상에 걸친 변화입니다.바닷속 동물들은 왜 갑자기 다양해졌을까요? 캄브리아기 대폭발
    오르도비스기
    약 4억 8,700만~4억 4,300만 년 전
    바다 생물의 종류가 크게 늘었습니다. 시대 끝 무렵에는 큰 멸종이 일어났습니다.바닷속에 생명들이 더 풍성해졌어요, 오르도비스기 이야기

    풍성했던 바다에서 왜 많은 생명이 사라졌을까요?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실루리아기
    약 4억 4,300만~4억 2,000만 년 전
    쿡소니아처럼 작은 줄기를 지닌 육상 식물의 흔적이 알려져 있습니다. 식물의 육상 진출 전체가 이때 처음 시작됐다는 뜻은 아닙니다.땅 위의 식물은 처음부터 나무였을까요? 실루리아기의 작은 줄기들
    데본기
    약 4억 2,000만~3억 5,900만 년 전
    물고기가 다양해지고 초기 숲과 복잡한 뿌리가 발달했습니다. 네발동물로 이어지는 몸 구조의 변화도 살펴봤습니다. 후기에는 여러 멸종 위기가 있었습니다.데본기는 왜 물고기의 시대라고 부를까요? 갑옷과 지느러미의 이야기

    지느러미는 어떻게 다리가 되었을까요? 물속에서 시작된 변화

    지구에는 언제 숲이 생겼을까요? 작은 줄기에서 커다란 나무로

    물고기가 번성하던 바다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요? 데본기 후기의 대멸종
    석탄기
    약 3억 5,900만~2억 9,900만 년 전
    여러 습지의 식물 잔해가 석탄의 재료가 됐습니다. 약 3억 년 전의 메가네우라 같은 큰 곤충도 알려져 있습니다.검은 석탄 속에는 어떻게 옛 숲이 들어갔을까요?

    잠자리처럼 생긴 곤충이 어떻게 이렇게 컸을까요? 석탄기의 메가네우라
    페름기
    약 2억 9,900만~2억 5,200만 년 전
    디메트로돈 같은 단궁류가 살았습니다. 시대 끝에 지구 역사에서 가장 큰 생물다양성 위기로 꼽히는 대멸종이 일어났습니다.등에 돛을 단 디메트로돈은 공룡이었을까요?

    지구의 생명은 왜 크게 줄어들었을까요? 페름기 말 대멸종
    돌에 남아 있는 오파비니아 레갈리스 화석
    오파비니아의 실제 화석 사진입니다. 살아 있을 때의 색깔이나 움직임까지 화석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Jstuby,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퍼블릭 도메인.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캄브리아기의 오파비니아 화석입니다. 연대표에서 같은 고생대로 묶이지만, 이 동물이 살던 바다와 석탄기의 숲 사이에도 아주 긴 시간이 놓여 있습니다. 고생대는 단일한 풍경이 이어진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공룡이 등장하고 번성한 뒤, 큰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언제였을까요?무슨 일이 있었을까요?함께 읽는 글
    트라이아스기
    약 2억 5,200만~2억 1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 뒤 생태계가 다시 만들어졌습니다. 후기에는 초기 공룡이 등장했지만, 육지에 공룡만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대멸종 뒤 지구에는 누가 살았을까요? 트라이아스기의 낯선 이웃들
    쥐라기
    약 2억 100만~1억 4,300만 년 전
    여러 공룡이 번성했습니다. 후기 북아메리카의 긴 목 공룡과 스테고사우루스, 작은 수각류에서 이어지는 초기 새도 살펴봤습니다.공룡이 누비던 지구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쥐라기부터 백악기 말까지
    백악기
    약 1억 4,300만~6,600만 년 전
    꽃을 피우는 식물이 다양해졌고 공룡의 세계도 계속 달라졌습니다.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는 백악기 후기의 공룡입니다.쥐라기부터 백악기까지 함께 읽기
    약 6,600만 년 전칙술루브 소행성 충돌과 그 뒤의 환경 변화 속에서 대멸종이 일어났습니다. 새를 제외한 공룡들이 사라졌습니다.백악기 말 대멸종과 살아남은 새 이야기
    침엽수와 양치식물이 자라는 쥐라기 후기 강가를 걷는 긴 목 공룡 무리의 AI 상상도
    약 1억 5,000만 년 전 북아메리카의 쥐라기 후기 풍경을 표현한 AI 상상도입니다. 공룡의 색과 무늬, 장면과 조명은 시각적으로 연출했으며 실제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쥐라기와 백악기는 서로 이어지는 시대이지만, 익숙한 공룡들이 전부 같은 시기에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또 디메트로돈은 그보다 앞선 페름기의 단궁류이며 공룡이 아닙니다. 시대 이름 옆에 동물 이름을 나란히 적어두면 이런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연대표는 날짜를 외우는 표이기도 하지만, 서로 떨어져 보이던 이야기들을 연결하는 지도이기도 합니다. 바다가 생겨난 이야기에서 미생물과 산소로, 물고기에서 육지의 숲으로 시선을 옮겨보세요. 거대한 공룡의 시대까지 오기 전에 지구가 얼마나 긴 변화를 겪었는지 조금 더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연대는 어떤 자료로 확인했을까요?

    기존 22편의 내용과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습니다. 시대 경계는 국제층서위원회 2026/06 연대표를 기준으로 읽기 쉽게 반올림했습니다. 예를 들어 백악기 시작은 약 1억 4,310만 년 전으로 제시되어 있어, 예전 자료를 참고한 기존 글의 약 1억 4,500만 년 전과 차이가 있습니다. 지질학 연구가 정교해지며 숫자는 조정될 수 있습니다.

    지구의 나이와 연대 측정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달의 형성 가설은 NASA, 약 35억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 자료는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설명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개별 생물과 환경 변화의 자세한 근거는 각 행에 연결한 글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 공룡이 누비던 지구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쥐라기부터 백악기 말까지

    공룡이 누비던 지구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쥐라기부터 백악기 말까지

    목이 긴 공룡이 나뭇잎을 먹고, 등에 커다란 골판을 단 공룡이 땅 위를 걷는 모습은 참 익숙합니다. 그런데 공룡 그림책에 나오는 동물들이 모두 한날한시에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공룡이 살았던 시간은 너무 길어서, 그 안에서도 숲과 바다, 대륙의 모습이 여러 번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트라이아스기 뒤에 이어지는 쥐라기와 백악기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공룡이 다양해진 때부터 약 6,600만 년 전 지구에 일어난 큰 변화까지입니다. 아래의 연대는 읽기 편하게 반올림한 값이며, 시대의 경계에 대한 연구가 정교해지면서 조금씩 조정될 수 있습니다.

    침엽수와 양치식물이 자라는 쥐라기 후기 강가를 걷는 긴 목 공룡 무리의 AI 상상도
    약 1억 5,000만 년 전 북아메리카의 쥐라기 후기 풍경을 표현한 AI 상상도입니다. 공룡의 색과 무늬, 장면과 조명은 시각적으로 연출했으며 실제 모습을 촬영한 사진이 아닙니다.

    커다란 공룡만큼, 지구의 모습도 달라졌습니다

    쥐라기는 대략 2억 년 전부터 1억 4,500만 년 전까지 이어졌습니다. 하나로 모여 있던 거대한 대륙 판게아가 갈라지면서 바닷길이 넓어졌고, 생물들이 살아가는 터전도 달라졌습니다. 지구 전체가 똑같은 숲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북아메리카에는 거대한 모래사막이 펼쳐졌던 때도 있었고, 강이 흐르는 넓은 평야가 생겼던 때도 있었습니다.

    쥐라기 후기의 북아메리카에서는 디플로도쿠스와 아파토사우루스 같은 긴 목 공룡, 등에 골판이 있는 스테고사우루스, 육식 공룡 알로사우루스가 살았습니다. 먹는 것과 몸의 생김새가 다른 여러 공룡이 각자의 자리를 차지했던 셈입니다. 오늘날 이들의 흔적은 모리슨층이라고 부르는 암석층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쥐라기 공룡 설명에서 화석과 당시 환경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쥐라기 긴 목 공룡 카마라사우루스의 두개골 화석
    카마라사우루스의 두개골 화석입니다. 상상도와 달리 실제 뼈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사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원본과 설명

    여기서 티라노사우루스를 함께 떠올리기 쉽지만, 티라노사우루스와 트리케라톱스가 살았던 때는 훨씬 뒤인 백악기 후기입니다. 공룡이라는 이름으로 한데 묶어 놓으면 가까운 이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천만 년이라는 긴 시간이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백악기 안내도 두 공룡을 백악기의 동물로 소개합니다.

    백악기에는 꽃이 피고, 공룡의 발자국이 남았습니다

    백악기는 대략 1억 4,5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입니다. 공룡들이 계속 다양해지는 동안 식물의 세계에도 중요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꽃을 피우는 식물의 화석이 나타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종류가 늘어났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꽃밭이 갑자기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긴 시간에 걸쳐 식물과 곤충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달라진 것입니다.

    대륙의 모습도 지금과 달랐습니다. 백악기의 북아메리카에는 한때 대륙 안쪽을 가로지르는 넓은 바다가 있었습니다. 공룡들이 걸어 다니던 육지 옆으로 바다가 들어왔다가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환경 변화는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백악기 자료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알래스카 데날리에 남아 있는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
    알래스카 데날리에 남은 백악기 공룡 발자국입니다. 뼈가 남지 않아도 발자국은 동물이 그곳을 걸었다는 증거가 됩니다. 사진: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원본과 설명

    공룡을 알아가는 단서는 뼈뿐만이 아닙니다. 진흙 위를 걸어간 자국이 퇴적물에 덮이고 굳으면 발자국 화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발자국의 모양과 간격을 살펴보면 어떤 동물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발자국 하나만으로 공룡의 정확한 종이나 당시 행동을 모두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약 6,600만 년 전, 거대한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지던 공룡의 세계는 백악기 끝에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커다란 소행성이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부근에 충돌한 것입니다. 그 흔적을 칙술루브 충돌구라고 부릅니다. 지금은 퇴적물 아래에 많이 묻혀 있어, 위성 사진에서 거대한 구덩이 모양이 그대로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칙술루브 충돌구가 묻혀 있는 멕시코 유카탄반도 북부와 주변 바다의 현재 위성 사진
    2021년 10월 31일 관측한 유카탄반도와 주변 바다입니다. 충돌 당시의 사진이 아니며, 바다의 밝은 물빛은 주로 퇴적물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미지: NASA Earth Observatory/Lauren Dauphin, MODIS 자료 사용. 원본과 설명

    충돌은 땅과 바다를 뒤흔들고 쓰나미를 일으켰습니다. 하늘 높이 올라간 먼지와 작은 입자들은 햇빛을 가렸고, 지구의 기온과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식물이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식물을 먹는 동물도 먹이가 줄어듭니다. 그 동물을 먹는 동물에게도 영향이 이어집니다. 거대한 몸집과 날카로운 이빨만으로는 이런 먹이사슬의 흔들림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NASA의 칙술루브 설명에서도 충돌과 그 뒤의 환경 변화를 소개합니다.

    이 대멸종 때 새를 제외한 공룡들이 사라졌습니다. 익룡과 여러 바다 생물도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다만 익룡이나 모사사우루스 같은 동물을 모두 공룡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같은 중생대에 살았더라도 서로 다른 무리입니다. 충돌이 대멸종의 핵심 원인이라는 강한 증거가 있으며, 당시 화산 활동과 기후 변화가 더한 영향은 계속 연구되고 있습니다.

    공룡의 이야기는 새에게도 이어져 있습니다

    공룡이 전부 사라졌다고 말하면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놓치게 됩니다. 새는 작은 수각류 공룡 무리에서 진화했으며, 분류상 공룡에 속합니다. 쥐라기에는 이미 깃털을 지닌 초기 새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날았던 익룡이 새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 익룡과 새는 서로 다른 계통에서 비행 능력을 발달시켰습니다. 쥐라기의 새와 익룡에 관한 설명을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살아 있는 새인 아메리카울새의 실제 사진
    오늘날의 아메리카울새입니다. 이 종 자체가 백악기부터 그대로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새가 살아 있는 공룡 계통이라는 점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진: Lee Karney/USFWS, 퍼블릭 도메인. 원본과 이용 조건

    커다란 공룡들이 사라진 뒤에도 지구의 생명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살아남은 새와 포유류, 식물과 여러 생물이 달라진 환경에서 삶을 이어갔습니다. 길가의 작은 새를 바라볼 때, 아주 먼 공룡 시대와 이어진 생명의 한 갈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셔도 좋겠습니다.

  • 대멸종 뒤 지구에는 누가 살았을까요? 트라이아스기의 낯선 이웃들

    공룡 시대라고 하면 커다란 공룡들이 땅을 가득 메운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공룡이 처음 나타났을 때의 풍경은 조금 달랐습니다. 물가에는 넓적한 머리를 가진 양서류가 있었고, 땅에서는 악어의 친척과 포유류 쪽 친척들이 함께 살아갔습니다. 오늘은 대멸종 이후의 지구, 트라이아스기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레인보 포리스트 박물관에 전시된 트라이아스기 동물 골격 모형들
    공룡만 살았던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트라이아스기 동물들을 소개하는 박물관 전시입니다. 사진: NPS / Hallie Larsen. 출처

    지구의 달력이 새 장으로 넘어갔습니다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을 지나 트라이아스기가 시작됐습니다. 트라이아스기는 약 2억 100만 년 전까지 이어지는 중생대의 첫 시기입니다. 달력의 이름이 바뀌었다고 지구가 하루아침에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 살아남은 생물들이 번식하고, 먹고 먹히는 관계가 다시 이어지면서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졌습니다.

    텅 빈 운동장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모이는 장면보다는, 비가 그친 뒤 풀밭 곳곳에서 작은 움직임이 돌아오는 모습에 가깝습니다. 생태계의 회복 속도는 장소와 생물 무리에 따라 달랐습니다. 바다와 육지가 언제나 같은 박자로 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물가에는 커다란 양서류가 있었습니다

    트라이아스기의 물가를 만난다면 먼저 물속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싶습니다. 메토포사우루스류처럼 머리가 넓고 납작한 커다란 양서류가 살았기 때문입니다. 이름 끝에 ‘사우루스’가 붙어도 모두 공룡은 아닙니다. 동물을 구분할 때는 이름보다 몸의 구조와 진화적 관계를 살펴봐야 합니다.

    머리가 넓적한 트라이아스기 양서류 메토포사우루스류의 복원 그림
    오늘날의 작은 도롱뇽만 생각하면 놀라게 될 모습입니다. 메토포사우루스류의 복원 그림이며, 살아 있을 때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그림: NPS. 출처

    악어의 친척은 땅에서도 바빴습니다

    악어라고 하면 물 위로 눈과 콧구멍만 내놓은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트라이아스기의 악어 쪽 친척들은 몸의 형태와 생활 방식이 훨씬 다양했습니다. 헤스페로수쿠스처럼 다리가 길고 육지에서 움직이던 작은 포식자도 있었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동물만으로 먼 옛날의 친척들까지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리가 길고 날씬한 악어 쪽 친척 헤스페로수쿠스의 복원 그림
    악어의 친척 중에는 이렇게 육지 생활에 어울리는 몸을 가진 동물도 있었습니다. 헤스페로수쿠스 복원 그림: NPS / Jeff Martz. 출처

    공룡으로 확실하게 분류되는 초기 화석은 약 2억 3,300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후기 지층에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발견한 가장 오래된 화석이 곧 최초의 공룡 개체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책의 첫 장이 사라졌다면 남아 있는 가장 앞 페이지를 책의 시작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늘의 익룡도 공룡과는 달랐습니다

    트라이아스기에는 익룡도 등장했습니다. 익룡은 공룡과 가까운 친척이지만 공룡 자체는 아닙니다. 아주 길어진 손가락이 날개막을 받치는 구조를 가졌습니다. 박물관의 골격을 볼 때 날개 끝에서 몸 쪽으로 눈길을 따라가면, 날개를 지탱한 뼈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레인보 포리스트 박물관에 전시된 익룡 골격
    익룡의 날개는 어떤 뼈가 받치고 있었을까요? 레인보 포리스트 박물관의 골격 전시 사진입니다. 사진: NPS. 출처

    우리와 가까운 쪽의 친척도 살아갔습니다

    튼튼한 몸에 아래로 뻗은 엄니가 있는 플라케리아스도 만나 보겠습니다. 이 동물은 공룡이 아니라 포유류로 이어지는 계통 쪽의 먼 친척입니다. 같은 트라이아스기를 살았다고 모두 공룡 가족인 것은 아닙니다. 생김새가 낯설수록 ‘누구와 더 가까운 친척일까?’ 하고 묻는 편이 지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네 발로 서 있고 얼굴 옆에 엄니가 있는 플라케리아스 복원 그림
    플라케리아스는 식물을 먹던 동물입니다. 공룡과는 다른 계통에 속합니다. 복원 그림: NPS / Jeff Martz. 출처

    이 다섯 장면은 트라이아스기의 모든 시기와 장소를 한꺼번에 촬영한 풍경이 아닙니다. 수천만 년 동안 여러 지역에 살았던 동물들을 사진과 복원 그림으로 모아 살펴본 것입니다. 몸의 색이나 살의 모양처럼 화석만으로 정확히 알기 어려운 부분에는 복원자의 해석이 들어갑니다.

    공룡이 등장한 지구를 바라볼 때 이제는 주변도 함께 보게 됩니다. 물가의 양서류, 땅을 걷던 악어의 친척, 하늘의 익룡, 포유류 쪽 친척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갔습니다. 트라이아스기의 흥미로운 점은 거대한 공룡 한 마리보다도, 이렇게 서로 다른 생명들이 함께 채워 간 풍경에 있습니다.

    함께 확인한 자료

  • 지구의 생명은 왜 크게 줄어들었을까요? 페름기 말 대멸종

    바닷속에 꽃처럼 생긴 바다나리가 서 있고, 바닥에는 껍데기를 가진 동물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둥근 껍데기를 지닌 동물이 헤엄칩니다. 박물관에서 옛 바다를 복원해 놓은 모습을 보면, 아주 오래전에도 생명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나리와 완족동물, 두족류를 표현한 페름기 바다 박물관 디오라마
    미국 네브래스카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페름기 바다 복원 모형입니다. 실제 옛 바다를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당시 생물을 이해하도록 만든 전시입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가 끝날 무렵 이 생명의 세계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바다와 육지에서 수많은 생물의 종류가 사라졌습니다. 이를 ‘페름기 말 대멸종’이라고 부릅니다. 화석으로 잘 기록된 지구 역사의 대멸종 가운데 가장 큰 생물다양성 위기로 꼽힙니다.

    멸종 규모를 설명하는 숫자는 연구마다 다릅니다. 어떤 화석을 모으고, 빠진 기록을 어떻게 보완하며, 생물의 종과 속 가운데 무엇을 세는지에 따라서도 추정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지구의 생명 몇 퍼센트가 죽었습니다’라고 한 숫자로 외우기보다는, 서로 다른 많은 생물의 종류가 사라졌다는 점을 먼저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바다 생물의 손실을 약 81%로 소개하는 2024년 연구도 있습니다. 동물 100마리를 세어 81마리가 죽었다는 뜻과는 다릅니다.

    먼 시베리아의 화산이 왜 중요할까요?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지금의 시베리아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곳에는 ‘시베리아 트랩’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화성암 지대가 있습니다. 옛날에 나온 용암과 땅속으로 들어간 마그마가 식으면서 남긴 암석의 세계입니다. 오늘날의 조용한 풍경만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구 내부에서 나온 뜨거운 물질이 아주 넓은 지역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시베리아 트랩 지역 푸토라나 고원의 오늘날 산과 계곡
    오늘날 푸토라나 고원의 모습입니다. 옛 화성 활동과 연결되는 지역의 현재 풍경이며, 대멸종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사진은 아닙니다. 사진: jxandreani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화산 활동의 영향은 용암이 닿는 곳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기로 나온 기체는 훨씬 멀리 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많이 늘어나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흐름이 달라져 기후가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땅속에서 벌어진 일도 중요합니다. 뜨거운 마그마가 퇴적암 사이로 얇고 넓게 파고들면 주변 암석을 데웁니다. 주변에 유기물이나 탄소가 들어 있는 암석이 있다면, 가열 과정에서 기체가 만들어져 나올 수 있습니다. 냄비를 불에 올려 주변까지 뜨거워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땅속의 암석과 마그마 사이에서 벌어진 거대한 과정입니다.

    푸토라나 고원에서 나온 검은 현무암 속 은회색 자연철 표본
    시베리아 트랩 지역에서 나온 암석 표본입니다. 검은 암석과 은회색 자연철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표본 한 점으로 멸종의 원인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당시 화성 활동과 관련된 실제 물질을 보여 줍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연구는 시베리아에서 마그마가 퇴적층 사이로 널리 파고들기 시작한 시점과 대멸종이 시작된 시점의 관계를 살폈습니다. 연구진은 주변 암석이 가열되면서 많은 온실가스가 나왔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화산을 ‘용암이 흘러나오는 산’으로만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기체가 얼마나, 얼마나 빠르게 나왔고 어떤 영향을 냈는지는 여러 자료로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따뜻해진 바다에서 숨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 안에 녹아 있을 수 있는 산소의 양은 줄어듭니다. 바다 동물은 종류와 조건에 따라 따뜻해진 환경에서 몸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산소는 늘어나는데 구할 수 있는 산소는 줄어드는 셈입니다.

    물론 바다 전체가 같은 온도와 같은 산소 상태였던 것은 아닙니다. 깊이와 위도, 물의 순환에 따라 상황이 달랐습니다. 물이 겉보기에는 넉넉해 보여도, 그 안이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2018년 연구는 기후 모형과 동물의 산소 이용 조건, 화석의 분포를 함께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은 바다의 온난화와 산소 감소가 겹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모형에서는 이런 부담이 해양 멸종 규모의 절반 이상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생물의 죽음을 하나의 원인으로 확정한 결과는 아니지만, 기후 변화가 동물의 몸에 어떤 어려움을 주었는지 보여 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돌 속에서는 어떻게 그 일을 알아낼까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프레이저 해변의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 경계 지층
    호주 프레이저 해변에서 볼 수 있는 페름기–트라이아스기 경계 지층입니다. 지질시대의 경계는 서로 다른 지역의 화석과 암석 기록을 비교하며 연구합니다. 사진: Dippiljemmy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지층의 위아래에서 어떤 화석이 발견되는지 살핍니다. 이전 지층에서는 자주 보이던 종류가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지,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비교합니다. 암석에 남은 원소와 동위원소의 비율도 바닷물과 탄소 순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는 단서가 됩니다.

    다만 화석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그 생물이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장소에서 살지 않았을 수도 있고, 화석으로 남을 조건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장소의 돌만 보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러 지역의 기록을 맞추어 봅니다.

    육지와 바다에서 변화가 일어난 시점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남아프리카 지층을 조사한 2020년 연구는 육상 동물의 중요한 교체 시점이 해양 대멸종보다 앞섰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지구 전체에서 어느 하루에 똑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그리면 실제 기록이 가진 차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살아남은 생명도 있었습니다

    미시간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의 리스트로사우루스 골격 전시
    리스트로사우루스의 골격 전시입니다. 이 무리는 페름기 말 대멸종을 넘어 살아남아 초기 트라이아스기에 번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Daderot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는 이 위기를 넘어 살아남은 동물 무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머리 앞쪽에 부리가 있고 아래로 뻗은 엄니를 가진 모습이 특징입니다. 공룡이 아니라 포유류와 가까운 단궁류 계통에 속합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대멸종 뒤 늘어난 이 동물의 화석을 통해 당시 삶의 방식을 살펴봅니다.

    살아남은 동물이 있다는 사실과 생태계가 곧바로 예전처럼 돌아왔다는 말은 다릅니다. 여러 생물이 먹이를 주고받고 서로 다른 자리를 채우는 관계가 다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복을 생물 종류의 수로 볼지, 먹이 관계와 생태적 역할로 볼지에 따라서도 걸린 시간이 달라집니다. 2025년 해양 생태계 회복 연구에서도 이런 차이를 다룹니다. 많은 기록은 회복이 수백만 년에 걸친 과정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작은 암석 표본과 해변의 지층, 박물관의 뼈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흔적을 하나씩 맞추면 땅속의 변화가 공기와 바다를 거쳐 생명의 생활 터전까지 흔든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먹이와 물뿐 아니라, 견딜 수 있는 온도와 숨 쉴 수 있는 환경도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합니다.

  • 물고기가 번성하던 바다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요? 데본기 후기의 대멸종

    데본기를 떠올리면 갑옷을 두른 물고기와 커다란 나무가 먼저 생각납니다. 물속에서는 여러 물고기가 살아가고, 육지에는 숲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명이 다양해지던 이 시대의 뒤쪽에는 바다 생태계를 크게 바꾼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물고기뿐 아니라 바닷바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호와 해면 같은 동물들이 쌓아 올린 구조물은 여러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었습니다. 그 터전이 무너지면, 그곳을 이용하던 생명들의 삶도 함께 달라집니다.

    호주 윈드자나 협곡에 드러난 데본기 암초 기원의 석회암 절벽
    지금은 육지에 드러난 윈드자나 협곡입니다. 이곳의 석회암 지형은 데본기의 오래된 암초에서 비롯됐습니다. 멸종 당시의 장면을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출처: Naturlinaregine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변경 없음.

    한날에 끝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데본기 후기의 대멸종을 하나의 날짜에 일어난 사고처럼 생각하면 이야기가 꼬이기 쉽습니다. 약 3억 7천2백만 년 전의 켈바서 사건과, 약 3억 5천9백만 년 전 데본기가 끝날 무렵의 한겐베르크 사건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천만 년이 넘는 시간이 있습니다.

    켈바서 사건 자체도 지층에서는 두 차례의 중요한 위기로 나타납니다. 오늘 저녁까지 멀쩡하던 바다가 다음 날 아침 한꺼번에 사라진 식의 모습은 아닙니다. 어느 시기의 어떤 생물 무리를 보는지에 따라 피해의 양상도 달랐습니다.

    오하이오 데본기 석회암에서 나온 스트로마토포로이드 화석의 윗면
    데본기 바다의 해면류인 스트로마토포로이드의 화석입니다. 이들은 당시 암초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 속 표본이 멸종 순간을 보존한 것은 아닙니다. 출처: Mark A. Wilson(Wilson44691)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원본 변경 없음.

    물은 있어도 숨 쉬기 어려운 바다가 됩니다

    바다 동물에게는 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필요합니다. 물이 눈앞에 가득하더라도 그 안의 산소가 부족하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데본기 후기의 위기를 연구할 때 바닷물의 산소 부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연구자들은 오래된 퇴적암에 남은 탄소와 황, 금속 원소의 흔적을 분석해 당시 바다의 상태를 추정합니다. 켈바서 사건 무렵의 어두운 지층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다만 돌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바다가 산소를 잃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지층이 쌓인 환경과 여러 화학 지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

    독일 켈바서 사건과 관련된 검은 지층의 근접 사진
    켈바서 사건과 관련된 독일의 어두운 지층입니다. 바위의 색과 층, 그 안의 화학 성분을 함께 살펴보며 옛 바다를 알아봅니다. 출처: Nosmisiso / Wikimedia Commons, 저작권자의 상업적 이용·재배포 허용. 원본 변경 없음.

    2023년 북아메리카 바켄 셰일 연구는 90개의 시추 코어 자료를 모아, 산소가 없고 황화수소가 존재하는 물이 얕은 바다로 단계적으로 퍼진 흔적을 분석했습니다. 황화수소의 독성까지 더해지면 동물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 됩니다. 이 결과는 특정 분지의 상세한 기록이며, 지구의 모든 바다가 똑같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육지의 숲도 바다와 이어져 있었습니다

    뜻밖에도 육지 식물의 확장이 바다의 위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뿌리와 토양이 발달하면서 암석 속 영양분이 풀려나고, 그 일부가 강을 따라 바다로 들어갔다는 설명입니다.

    영양분이 많아지면 플랑크톤이 크게 늘 수 있습니다. 이후 죽은 생물의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물속 산소가 소비됩니다. 먹이가 될 영양분이 많아지는 일이, 조건에 따라서는 산소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셈입니다.

    2023년 지구 시스템 모형 연구는 육지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인의 증가가 넓은 해역의 산소 부족을 만들 수 있는지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이 연결이 가능함을 보여줬지만, 숲 하나만을 멸종의 원인으로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화산 활동도 함께 검토했으며, 여러 요인이 겹쳤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오하이오 데본기 석회암 속 벌집 모양 군체 산호 화석
    작은 방들이 모여 있는 듯한 데본기 군체 산호의 흔적입니다. 살아 있을 때에는 각각의 작은 산호 동물이 함께 군체를 이뤘습니다. 켈바서 사건보다 앞선 데본기 중기 표본입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변경 없음.

    2024년 독일 지층 연구도 기후와 육지의 풍화, 바다로 흘러드는 물질을 함께 살폈습니다. 연구진은 육지에서 온 영양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닷물의 순환과 기후 변화, 화산 활동이 어떤 순서와 크기로 겹쳤는지는 더 맞춰 봐야 할 부분입니다.

    사라진 생명 뒤에는 달라진 바다가 남았습니다

    산호와 해면이 만드는 암초는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닙니다. 작은 생물이 붙어 살고, 먹이를 구하고, 몸을 숨길 공간이 생기는 살아 있는 터전입니다. 암초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말에는 그 안의 여러 관계도 흔들렸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모스크바층의 데본기 완족동물 화석들이 모여 있는 표본
    데본기 중기 완족동물 화석이 모여 있는 모습입니다. 화석이 풍부한 바위를 보면 당시 바다에 살던 여러 생명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표본을 대멸종의 집단 폐사 현장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출처: RealGatb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변경 없음.

    물고기들의 변화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0년 척추동물 화석 자료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한겐베르크 사건을 전후로 바다와 민물의 척추동물 무리가 크게 재편된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켈바서 사건과 한겐베르크 사건을 한데 섞으면, 어떤 생명들이 언제 큰 피해를 받았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데본기의 위기를 생각하면 눈에 보이는 큰 물고기만큼 바닷바닥에 붙어 살던 작은 동물들도 마음에 남습니다. 살아갈 물은 있었지만, 그 물이 더는 몸을 지탱해 주지 못하는 환경이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아 있는 화석은 생명의 모양뿐 아니라, 생명이 계속 살아가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도 돌아보게 합니다.

    참고한 자료
    Sahoo 외(2023), 바켄 분지의 산소 부족·황화수소 환경 연구
    Smart 외(2023), 육지 식물 확장과 바다의 산소 부족을 검토한 모형 연구
    켈바서 위기 전후의 기후·탄소 순환 연구(2024)
    Sallan·Coates(2010), 데본기 말 멸종과 척추동물 무리의 변화
    서호주 환경보전기관, 윈드자나 협곡 등의 지질 안내

  • 풍성했던 바다에서 왜 많은 생명이 사라졌을까요?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작은 껍데기들이 빼곡한 화석을 보면, 오래전 바다도 꽤 북적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닥에는 완족동물과 태형동물이 살고, 물속에는 필석 같은 동물들이 떠다녔습니다. 오르도비스기에는 이렇게 여러 생물의 종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오하이오 웨인즈빌층 석회암에 빼곡히 남은 후기 오르도비스기 완족동물 화석
    후기 오르도비스기 바다에 살았던 완족동물의 껍데기와 조각입니다. 이 표본 자체가 대멸종 순간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풍성한 바다가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약 4억 4천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가 끝나 갈 무렵 바다 생물의 많은 종류가 사라졌습니다. 지구 역사에서 손꼽히는 큰 멸종인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입니다.

    연구에서는 당시 해양 생물 종의 약 85%가 사라졌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이 수치는 바다에 살던 동물 100마리 가운데 85마리가 죽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물의 ‘종류’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나타냅니다. 화석으로 계산한 추정치이므로 정확한 명부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생물다양성의 손실이 매우 컸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관련 연구에서도 이 큰 손실을 다룹니다.

    얼음이 늘어나면 바다도 달라집니다

    당시에는 남극 가까이에 놓인 거대한 대륙 곤드와나에 빙하가 크게 발달했습니다. 지금과는 대륙의 위치가 달랐습니다. 오늘날의 남극 풍경을 그대로 옛 지구에 옮겨 놓을 수는 없지만, 넓은 땅 위에 얼음이 쌓인다는 점은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NASA 테라 위성이 관측한 현대 남극 스웨이츠 빙하의 적외선 합성 영상
    오늘날 남극 스웨이츠 빙하의 위성 관측 영상입니다. 얼음은 밝은 파란색으로 구분되도록 적외선과 가시광선 자료를 합성했습니다. 오르도비스기 장면이 아니라 육지의 큰 얼음을 이해하기 위한 비교 자료입니다. 출처: MODIS Land Rapid Response Team / NASA GSFC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육지에 눈이 쌓이고 얼음으로 오래 남으면, 그만큼 물이 육지에 묶입니다. 그러면 전 세계 바닷물의 높이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해안의 물이 빠지는 모습을 크게 펼쳐 생각하면 쉽습니다. 다만 조수처럼 몇 시간 만에 되풀이되는 변화와는 시간 규모가 다릅니다.

    바닷물이 낮아지면 얕은 바다의 넓이와 환경도 바뀝니다. 바닥에 붙어 먹이를 걸러 먹던 동물에게는 살 곳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수온 변화도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냉각과 해수면 하강은 이 대멸종을 설명해 온 중요한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전체 과정을 다 설명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속에도 숨 쉴 산소가 필요합니다

    바다 동물에게는 물에 녹아 있는 산소도 중요합니다. 겉으로는 물이 가득한 바다라도 산소가 너무 적으면 살아가기 어려워집니다. 바닷물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유기물이 얼마나 가라앉아 분해되는지에 따라 깊은 물의 산소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돕스 린에서 나온 검은 셰일 속 클리마코그랍투스 필석 화석
    검은 암석에 남은 필석 화석입니다. 이 표본은 대멸종보다 앞선 오르도비스기 지층에서 나왔습니다. 검은색만 보고 당시 바다 전체의 산소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암석에 들어 있는 미량 원소와 같은 원소 안에서 질량이 다른 원자들의 비율을 분석합니다. 이런 화학적 흔적은 직접 볼 수 없는 옛 바닷물의 산소 상태를 짐작하는 단서가 됩니다. 물론 암석이 나중에 변했는지도 따져야 하므로, 여러 자료를 함께 비교합니다.

    2018년 연구는 캐나다 안티코스티섬의 석회암을 분석해 산소가 부족한 바다가 넓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한편 2022년 연구는 산소 부족이 계속 같은 상태로 유지되었다기보다, 바다의 산소 조건이 빠르게 오르내린 점에 주목했습니다. 같은 사건을 연구하더라도 자료가 늘어나면 설명이 더 세밀해집니다.

    한 번의 추위로 끝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대멸종은 흔히 두 차례의 큰 멸종 국면으로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두 번의 하루짜리 재난이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화석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서와 암석의 변화를 따라가며 구분한 지질학적 과정입니다. 각 변화의 정확한 시점과 원인 사이의 연결은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 경계 연구로 알려진 스코틀랜드 돕스 린의 현재 지형
    스코틀랜드 돕스 린의 오늘날 모습입니다. 이곳의 지층과 화석은 오르도비스기에서 실루리아기로 넘어가는 시간을 연구하는 자료가 됩니다. 출처: Jim Barton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돕스 린 지층 연구에서도 초기 멸종 국면의 산소 조건 변화와 뒤이은 더 지속적인 산소 부족을 구분했습니다. 연구진은 냉각만을 멸종의 원인으로 보는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다 모든 곳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다른 지역 기록과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차가워진 물, 달라진 해수면, 산소가 부족하거나 빠르게 변한 환경이 어떤 순서로 겹쳤는지를 알아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동물들이 모두 얼어 죽었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줄이면, 바닷속에서 실제로 벌어진 복잡한 변화를 놓치게 됩니다.

    스코틀랜드 돕스 린 협곡의 휘어진 암석층
    돕스 린 협곡의 휘어진 지층입니다. 오늘의 암석은 퇴적 뒤에도 변형되었습니다. 지층의 굽은 모양 자체가 대멸종의 증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출처: Iain Lees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멸종이라고 해서 바다의 생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살아남은 종류가 있었고, 그 후손들이 변화한 바다에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은 그 동물 몇 마리가 없어지는 일보다 더 큰 손실입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한 종류의 삶이 더는 계속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돌 속의 작은 껍데기는 그 바다에 생명이 살았다는 흔적입니다. 여러 지층에서 화석의 종류가 바뀌는 모습은 그 삶이 얼마나 크게 흔들렸는지도 보여 줍니다. 오르도비스기 말의 바다를 들여다보면, 생명이 많다는 것과 그 생명이 계속 안전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