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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가 번성하던 바다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요? 데본기 후기의 대멸종

    데본기를 떠올리면 갑옷을 두른 물고기와 커다란 나무가 먼저 생각납니다. 물속에서는 여러 물고기가 살아가고, 육지에는 숲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명이 다양해지던 이 시대의 뒤쪽에는 바다 생태계를 크게 바꾼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물고기뿐 아니라 바닷바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호와 해면 같은 동물들이 쌓아 올린 구조물은 여러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었습니다. 그 터전이 무너지면, 그곳을 이용하던 생명들의 삶도 함께 달라집니다.

    호주 윈드자나 협곡에 드러난 데본기 암초 기원의 석회암 절벽
    지금은 육지에 드러난 윈드자나 협곡입니다. 이곳의 석회암 지형은 데본기의 오래된 암초에서 비롯됐습니다. 멸종 당시의 장면을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출처: Naturlinaregine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변경 없음.

    한날에 끝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데본기 후기의 대멸종을 하나의 날짜에 일어난 사고처럼 생각하면 이야기가 꼬이기 쉽습니다. 약 3억 7천2백만 년 전의 켈바서 사건과, 약 3억 5천9백만 년 전 데본기가 끝날 무렵의 한겐베르크 사건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천만 년이 넘는 시간이 있습니다.

    켈바서 사건 자체도 지층에서는 두 차례의 중요한 위기로 나타납니다. 오늘 저녁까지 멀쩡하던 바다가 다음 날 아침 한꺼번에 사라진 식의 모습은 아닙니다. 어느 시기의 어떤 생물 무리를 보는지에 따라 피해의 양상도 달랐습니다.

    오하이오 데본기 석회암에서 나온 스트로마토포로이드 화석의 윗면
    데본기 바다의 해면류인 스트로마토포로이드의 화석입니다. 이들은 당시 암초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 속 표본이 멸종 순간을 보존한 것은 아닙니다. 출처: Mark A. Wilson(Wilson44691)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원본 변경 없음.

    물은 있어도 숨 쉬기 어려운 바다가 됩니다

    바다 동물에게는 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필요합니다. 물이 눈앞에 가득하더라도 그 안의 산소가 부족하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데본기 후기의 위기를 연구할 때 바닷물의 산소 부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연구자들은 오래된 퇴적암에 남은 탄소와 황, 금속 원소의 흔적을 분석해 당시 바다의 상태를 추정합니다. 켈바서 사건 무렵의 어두운 지층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다만 돌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바다가 산소를 잃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지층이 쌓인 환경과 여러 화학 지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

    독일 켈바서 사건과 관련된 검은 지층의 근접 사진
    켈바서 사건과 관련된 독일의 어두운 지층입니다. 바위의 색과 층, 그 안의 화학 성분을 함께 살펴보며 옛 바다를 알아봅니다. 출처: Nosmisiso / Wikimedia Commons, 저작권자의 상업적 이용·재배포 허용. 원본 변경 없음.

    2023년 북아메리카 바켄 셰일 연구는 90개의 시추 코어 자료를 모아, 산소가 없고 황화수소가 존재하는 물이 얕은 바다로 단계적으로 퍼진 흔적을 분석했습니다. 황화수소의 독성까지 더해지면 동물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 됩니다. 이 결과는 특정 분지의 상세한 기록이며, 지구의 모든 바다가 똑같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육지의 숲도 바다와 이어져 있었습니다

    뜻밖에도 육지 식물의 확장이 바다의 위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뿌리와 토양이 발달하면서 암석 속 영양분이 풀려나고, 그 일부가 강을 따라 바다로 들어갔다는 설명입니다.

    영양분이 많아지면 플랑크톤이 크게 늘 수 있습니다. 이후 죽은 생물의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물속 산소가 소비됩니다. 먹이가 될 영양분이 많아지는 일이, 조건에 따라서는 산소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셈입니다.

    2023년 지구 시스템 모형 연구는 육지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인의 증가가 넓은 해역의 산소 부족을 만들 수 있는지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이 연결이 가능함을 보여줬지만, 숲 하나만을 멸종의 원인으로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화산 활동도 함께 검토했으며, 여러 요인이 겹쳤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오하이오 데본기 석회암 속 벌집 모양 군체 산호 화석
    작은 방들이 모여 있는 듯한 데본기 군체 산호의 흔적입니다. 살아 있을 때에는 각각의 작은 산호 동물이 함께 군체를 이뤘습니다. 켈바서 사건보다 앞선 데본기 중기 표본입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변경 없음.

    2024년 독일 지층 연구도 기후와 육지의 풍화, 바다로 흘러드는 물질을 함께 살폈습니다. 연구진은 육지에서 온 영양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닷물의 순환과 기후 변화, 화산 활동이 어떤 순서와 크기로 겹쳤는지는 더 맞춰 봐야 할 부분입니다.

    사라진 생명 뒤에는 달라진 바다가 남았습니다

    산호와 해면이 만드는 암초는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닙니다. 작은 생물이 붙어 살고, 먹이를 구하고, 몸을 숨길 공간이 생기는 살아 있는 터전입니다. 암초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말에는 그 안의 여러 관계도 흔들렸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모스크바층의 데본기 완족동물 화석들이 모여 있는 표본
    데본기 중기 완족동물 화석이 모여 있는 모습입니다. 화석이 풍부한 바위를 보면 당시 바다에 살던 여러 생명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표본을 대멸종의 집단 폐사 현장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출처: RealGatb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변경 없음.

    물고기들의 변화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0년 척추동물 화석 자료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한겐베르크 사건을 전후로 바다와 민물의 척추동물 무리가 크게 재편된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켈바서 사건과 한겐베르크 사건을 한데 섞으면, 어떤 생명들이 언제 큰 피해를 받았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데본기의 위기를 생각하면 눈에 보이는 큰 물고기만큼 바닷바닥에 붙어 살던 작은 동물들도 마음에 남습니다. 살아갈 물은 있었지만, 그 물이 더는 몸을 지탱해 주지 못하는 환경이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아 있는 화석은 생명의 모양뿐 아니라, 생명이 계속 살아가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도 돌아보게 합니다.

    참고한 자료
    Sahoo 외(2023), 바켄 분지의 산소 부족·황화수소 환경 연구
    Smart 외(2023), 육지 식물 확장과 바다의 산소 부족을 검토한 모형 연구
    켈바서 위기 전후의 기후·탄소 순환 연구(2024)
    Sallan·Coates(2010), 데본기 말 멸종과 척추동물 무리의 변화
    서호주 환경보전기관, 윈드자나 협곡 등의 지질 안내

  • 지구에는 언제 숲이 생겼을까요? 작은 줄기에서 커다란 나무로

    숲길을 걸을 때면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발밑의 낙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서, 지구에도 숲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육지에 자리 잡은 작은 식물들이 처음부터 커다란 나무였던 것은 아닙니다. 낮은 줄기들이 자라던 땅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식물들이 나타나고, 나무가 모여 자라는 숲이 생기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때가 데본기입니다.

    길보아에서 발견된 에오스페르마토프테리스 줄기 화석의 박물관 전시 사진
    오래된 숲이 남긴 줄기 흔적입니다. 원래의 나무가 그대로 남은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있던 공간을 퇴적물이 채워 굳은 화석입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변경 없음.

    오래된 숲은 바위 속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영국 서머싯과 데번 해안의 약 3억 9천만 년 전 지층에서 오래된 숲의 흔적을 보고했습니다. 칼라모피톤이라는 식물의 줄기와 가지 조각뿐 아니라, 나무가 서 있던 자리와 뿌리 흔적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연구 논문에서는 이를 당시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 숲의 증거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무 화석 하나의 나이만이 아닙니다. 나무들이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함께 자랐는지, 주변에 어떤 흙과 모래가 쌓였는지도 숲을 알아보는 단서가 됩니다. 나무 한 그루의 사진과 숲 전체의 풍경이 서로 다른 정보를 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칼라모피톤은 멀리서 보면 야자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야자나무는 아니었고, 오늘날 나무에서 흔히 보는 넓은 잎 대신 가느다란 가지 구조를 지녔습니다.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같은 종류의 식물은 아닌 셈입니다.

    가느다란 줄기 위로 가지가 모여 난 칼라모피톤 복원 그림
    칼라모피톤의 모습을 화석을 바탕으로 그린 복원도입니다. 실제 사진이나 AI 생성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가 그린 상상 복원 그림입니다. 색과 자세까지 화석으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출처: Falconaumanni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변경 없음.

    그루터기와 가지를 이어 보니 나무가 보였습니다

    미국 뉴욕주의 길보아에서도 오래전부터 나무 밑동 화석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밑동만으로는 꼭대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손잡이만 보고 물건 전체의 모양을 짐작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2007년 연구에서는 와티에자라는 식물의 가지 부분이 에오스페르마토프테리스라고 불리던 줄기와 밑동에 연결된 화석을 보고했습니다. 덕분에 적어도 8미터 높이로 자라는 나무 같은 식물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밑동과 가지가 따로 발견될 때보다 훨씬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것입니다. 연결된 화석을 분석한 연구가 오래된 숲의 모습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잎이 펼쳐지고, 땅속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데본기의 숲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식물이 아르카이오프테리스입니다. 가지에 붙은 잎은 얼핏 고사리처럼 보이지만, 오늘날의 고사리와 같은 식물은 아닙니다. 단단한 목질부를 만드는 줄기와 잎, 포자로 번식하는 특징을 함께 지녔습니다.

    바위에 가지런히 남은 아르카이오프테리스의 잎과 가지 화석
    아르카이오프테리스의 잎 달린 가지 일부입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의 비에르뇌위아섬에서 나온 데본기 후기 화석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출처: Ghedoghedo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변경 없음.

    나무의 변화는 땅 위에서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뉴욕주 카이로의 약 3억 8천5백만 년 전 옛 토양에서는 사방으로 넓게 뻗고 다시 갈라지는 복잡한 뿌리들이 발견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아르카이오프테리스 계통의 뿌리로 해석했습니다. 2019년 온라인으로 발표된 이 연구는 초기 숲의 땅속 구조가 예상보다 정교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뿌리는 나무를 붙잡는 말뚝이면서 물과 영양분을 얻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땅속으로 뻗은 뿌리와 떨어져 쌓인 식물 조각들은 흙과 물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나무들이 들어선 땅은 식물이 드물던 땅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아르카이오프테리스 목질부인 칼릭실론의 현미경 사진
    칼릭실론이라고 불리는 아르카이오프테리스의 목질부를 확대한 사진입니다. 잎 화석과는 다른 크기의 창으로 나무의 몸속을 들여다보는 셈입니다. 출처: K2727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변경 없음.

    나무가 있어도 꽃과 씨앗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흔히 보지만, 초기 숲에 그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으면 곤란합니다. 아르카이오프테리스는 나무처럼 자라면서도 씨앗 대신 포자를 만들었습니다. 키가 커지는 변화와 씨앗이 생기는 변화가 늘 한 묶음으로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포자를 만드는 부분이 보존된 아르카이오프테리스 마킬렌타 화석
    번식과 관련된 부분이 남은 아르카이오프테리스 마킬렌타의 화석 표본입니다. 이런 흔적은 나무의 겉모습뿐 아니라 번식 방식도 알아보는 단서가 됩니다. 출처: Retallack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변경 없음.

    나무가 하늘로 가지를 뻗으면 그 아래에는 그늘이 생기고, 떨어진 가지와 잎은 땅 위에 쌓입니다. 숲의 탄생은 커다란 식물이 많아진 사건이면서 다른 생명들이 살아갈 공간이 달라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숲이 기후와 공기, 물의 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바꿨는지까지 하나의 화석만으로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화석 숲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무 전체가 돌로 서 있는 풍경이 먼저 떠오릅니다. 실제로는 납작한 가지 한 조각이나 바닥에 남은 뿌리 자국이 숲의 흔적일 때도 있습니다. 그 작은 조각들을 이어 보면, 지금은 익숙한 나무 그늘이 지구에 자리 잡던 시간이 조금씩 보입니다.

    참고한 자료
    Davies 외(2024), 영국 데본기 초기 숲과 퇴적물의 상호작용
    Stein 외(2007), 길보아 나무의 밑동과 꼭대기를 연결한 화석
    Stein 외(2020, 온라인 발표 2019), 카이로 화석 숲의 복잡한 뿌리 구조
    Beck(1962), 아르카이오프테리스의 복원과 계통 연구

  • 지느러미는 어떻게 다리가 되었을까요? 물속에서 시작된 변화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 지느러미를 딛고 걷는 모습을 상상하면,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생긴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화석이 보여 주는 변화는 그보다 길고 복잡합니다. 몸을 받치는 뼈와 관절, 발가락 같은 특징이 한꺼번에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데본기의 물고기들 가운데에는 지느러미 안쪽의 뼈가 우리 팔다리와 대응하는 무리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화석을 초기 네발동물과 비교하면, 물속에서 사용하던 구조가 어떻게 달라져 갔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척추동물이 물에서 육지로 생활 범위를 넓힌 역사입니다. 모든 동물 가운데 최초로 땅에 오른 생물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손목을 닮은 구조가 지느러미 안에 있었습니다

    필드박물관에 전시된 틱타알릭 로제아이 화석 복제 표본
    틱타알릭의 머리와 몸 앞부분을 보여 주는 전시 표본입니다. 실제 화석을 본떠 만든 복제품이며, 살아 있던 모습을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제공된 사진·영상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약 3억 7,500만 년 전의 틱타알릭은 이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동물입니다. 비늘과 지느러미를 지닌 물고기이면서, 납작한 머리와 움직일 수 있는 목 등 네발동물을 떠올리게 하는 특징도 지녔습니다. 서로 다른 특징이 한 몸에 함께 보존되어 있습니다.

    특히 가슴지느러미 안쪽에는 어깨와 팔꿈치, 손목 부근에 대응하는 뼈와 관절이 있습니다. 겉에 지느러미살이 남아 있으므로 사람 손을 작게 붙여 놓은 모습과는 다릅니다. 발가락을 가진 발과도 구분해야 합니다.

    런던 과학박물관에서 촬영한 틱타알릭 가슴지느러미 화석 복제품
    틱타알릭 가슴지느러미의 뼈를 가까이 본 사진입니다. 지느러미 쪽에서 어깨 방향을 본 화석 복제품입니다. 촬영 Richard G. Clegg, 원본 파일 보정 dave souza. 출처: Richard G. Clegg, dave souza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제공된 사진·영상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2006년 가슴지느러미 연구는 틱타알릭이 관절을 굽히고 뻗어 바닥에 몸을 받치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을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보존된 뼈와 관절의 형태가 그 근거입니다. 다만 이것이 오늘날 도마뱀처럼 육지를 자유롭게 걸어 다녔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얕은 물에서 바닥을 짚는 일과 마른 땅에서 온몸을 지탱하며 걷는 일은 같지 않습니다.

    발가락은 처음부터 다섯 개였을까요?

    스미스소니언 딥 타임 전시의 아칸토스테가 부분 골격 복제품
    아칸토스테가의 부분 골격을 본뜬 복제품입니다. 전시 표본 번호는 USNM PAL 617511입니다. 초기 네발동물의 뼈 구조를 살펴보는 자료입니다. 출처: Neil Pezzoni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제공된 사진·영상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후기 데본기의 아칸토스테가는 발가락이 있는 팔다리를 지녔습니다. 그런데 앞다리에서 확인된 발가락은 여덟 개입니다. 우리 손가락이 다섯 개라고 해서 초기 네발동물도 모두 다섯 개였던 것은 아닙니다.

    1990년 연구는 아칸토스테가의 앞다리 여덟 발가락, 이크티오스테가의 뒷다리 일곱 발가락을 보고했습니다. 연구진은 팔다리의 형태를 바탕으로, 발가락이 있는 다리가 물속 생활에 먼저 쓰였을 가능성을 제안했습니다. ‘다리가 있으니 이미 육상 동물입니다’라고 단순하게 나눌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아칸토스테가에서는 물속 호흡과 관련된 아가미 구조도 연구되었습니다. 1991년 화석 분석은 물고기와 닮은 내부 아가미의 흔적을 근거로, 초기 네발동물이 완전한 육상 생활자였다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발가락, 호흡, 몸을 받치는 능력은 각각 따로 살펴야 하는 특징입니다.

    다리가 있어도 걷는 방법은 달랐습니다

    모스크바 고생물박물관에 전시된 이크티오스테가 골격 표본
    이크티오스테가의 골격 전시 사진입니다. 뼈가 어떤 자세로 이어지고 관절이 얼마나 움직이는지는 이동 방법을 연구하는 단서입니다. 출처: OlegTarabanov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제공된 사진·영상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이크티오스테가도 후기 데본기의 초기 네발동물입니다. 팔다리와 튼튼한 몸통을 보면 오늘날의 도롱뇽처럼 걸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뼈의 생김새만 비슷하다고 움직임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2012년 연구는 화석을 바탕으로 삼차원 모형을 만들고 관절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이크티오스테가는 오늘날 많은 네발동물이 하는 것처럼 팔다리를 번갈아 내딛는 전형적인 걸음걸이를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땅에서 이동했다면 그 방법도 지금 익숙한 동물과 달랐을 수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뼈만 보고 자세를 마음대로 정하지 않습니다. 관절끼리 맞닿는 모양과 가능한 회전을 살펴 움직임을 추정합니다. 그래도 근육과 피부가 모두 남은 것은 아니므로, 실제 행동을 직접 관찰한 기록과는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의 북극에서 따뜻했던 물가를 찾습니다

    랜드샛 7 위성이 관측한 캐나다 엘즈미어섬과 틱타알릭 발견 지역
    2000년 랜드샛 7이 관측한 오늘날의 엘즈미어섬입니다. 틱타알릭은 이 섬 남쪽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데본기의 풍경을 찍은 영상은 아닙니다. 출처: P. Timon McPhearson /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Landsat 7 자료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제공된 사진·영상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틱타알릭 화석은 캐나다 북극의 엘즈미어섬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금은 눈과 얼음이 보이는 곳이지만, 데본기에는 대륙의 위치와 기후가 달랐습니다. NASA의 발견 지역 설명은 당시 이 지역이 적도 부근에 있었고 지금보다 따뜻했음을 소개합니다. 오늘의 위도만으로 옛 동물의 생활 환경을 짐작하면 안 되는 셈입니다.

    틱타알릭, 아칸토스테가, 이크티오스테가를 이름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한 동물이 바로 다음 동물로 바뀐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석들은 여러 갈래로 뻗은 계통의 일부입니다. 각각을 우리의 확정된 직접 조상으로 생각하기보다, 다른 특징들이 언제 어떤 조합으로 나타났는지 보여 주는 자료로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지느러미 속의 관절, 다섯 개보다 많은 발가락, 물속 호흡의 흔적, 독특한 관절 움직임까지. 물과 육지 사이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경계선처럼 또렷하게 나뉘지 않습니다. 화석을 한 부분씩 들여다볼수록, 익숙한 팔다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어져 온 구조라는 점이 더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 데본기는 왜 물고기의 시대라고 부를까요? 갑옷과 지느러미의 이야기

    물고기 화석을 나란히 놓고 보면 뜻밖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머리에 방패를 쓴 듯한 물고기도 있고, 단단한 판으로 몸 앞부분을 감싼 물고기도 있습니다. 오늘날 생선 가게에서 보는 물고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실루리아기 뒤에 이어지는 데본기는 대략 4억 2천만 년 전부터 3억 6천만 년 전 사이입니다. 이 시기에는 턱 없는 물고기, 갑옷 같은 판을 지닌 물고기, 연골어류, 여러 경골어류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래서 데본기를 흔히 ‘물고기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물고기가 이때 처음 생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턱이 없는 물고기도 함께 살았습니다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케팔라스피스 리엘리 화석
    넓적한 머리 부분이 눈에 띄는 케팔라스피스 화석입니다. 위아래로 맞물리는 턱이 없는 물고기 무리에 속합니다. 사진: Arkadianos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 케팔라스피스는 턱이 없는 물고기입니다. 머리에는 넓은 방패 같은 단단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래된 물고기를 생각할 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사냥꾼만 떠올리기 쉽지만, 당시 물속에는 이와 다른 몸 구조를 가진 동물들도 있었습니다.

    턱 있는 물고기의 역사도 데본기보다 앞섭니다. 2022년 연구에서는 중국 충칭의 약 4억 3,600만 년 전 실루리아기 지층에서 몸 전체가 잘 보존된 턱 있는 물고기들을 보고했습니다. 데본기는 새로운 물고기가 갑자기 나타난 출발선이라기보다, 이미 이어져 온 여러 계통이 한층 다양해진 시간으로 보는 편이 알맞습니다.

    갑옷을 입었다고 모두 같은 물고기는 아닙니다

    단단한 판으로 덮인 보트리올레피스 카나덴시스의 몸 앞부분 화석
    보트리올레피스의 단단한 몸 앞부분입니다. 껍데기처럼 보이는 판도 물고기 몸의 일부입니다. 사진: Mike Beauregard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보트리올레피스는 ‘판피어류’라고 부르는 멸종한 물고기 무리에 속합니다. 머리와 몸 앞부분을 단단한 판이 감싸고 있습니다. 갑옷이라는 비유가 잘 어울리지만, 사람이 입었다 벗는 갑옷처럼 별도의 물건은 아닙니다.

    판피어류에는 생김새와 크기가 다른 여러 종류가 있었습니다. 보트리올레피스와 유명한 둔클레오스테우스도 같은 모습으로 살았던 동물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물고기들을 모두 거대한 포식자로 그려 놓으면 당시 생태계의 다양함을 놓치게 됩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 테렐리 표본 CMNH 5768의 머리와 몸 앞부분 골격
    둔클레오스테우스 표본 CMNH 5768입니다. 출처 설명에 따르면 머리와 아래쪽 갑옷은 실제 화석이며, 가슴 쪽 판 일부는 복원되었습니다. 전체 몸이 보존된 표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진: Russell K. Engelm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커다란 머리와 강력한 턱으로 알려진 후기 데본기의 포식자입니다. 상어는 아니며, 날카롭게 발달한 턱의 뼈판을 사용했습니다. 사진에서 이빨처럼 보이는 뾰족한 부분을 오늘날 상어의 이빨과 같은 구조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몸길이에는 추정이 들어갑니다. 뒤쪽 몸이 잘 남지 않아 머리와 다른 물고기의 몸 비율을 비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연구는 대표적인 성체 표본의 몸길이를 약 3.4미터, 더 큰 표본을 약 4.1미터로 추정했습니다. 2024년 후속 연구도 이런 몸 비율을 검토했습니다. 직접 재어 본 완전한 몸길이가 아니라, 보존된 뼈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입니다.

    지느러미에도 서로 다른 길이 있었습니다

    미구아샤 국립공원에 전시된 케이롤레피스 카나덴시스 화석
    케이롤레피스 카나덴시스 화석입니다. 오늘날 물고기의 큰 무리인 조기어류의 초기 역사를 보여 주는 동물입니다. 사진: Placoderm2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케이롤레피스는 지느러미를 가는 지느러미살이 받치는 ‘조기어류’입니다. 오늘날 많은 익숙한 물고기가 이 큰 무리에 속합니다. 그렇다고 사진 속 한 종이 모든 현대 물고기의 직접 조상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통의 오래된 모습을 이해하는 자료라는 뜻입니다.

    물고기의 먹이도 화석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구아샤 국립공원의 자료는 케이롤레피스와 에우스테놉테론의 날카로운 이빨, 위 내용물, 화석화된 배설물 등을 통해 포식과 먹이 관계를 설명합니다. 단단한 머리뼈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삶의 모습이 이런 작은 흔적에서 드러납니다.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에우스테놉테론 화석
    살이 있는 지느러미를 가진 무리인 육기어류의 에우스테놉테론입니다. 물속에서 살던 물고기이며, 이 화석 사진이 육지에서 걸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사진: Tim Evanson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에우스테놉테론은 ‘육기어류’입니다. 지느러미의 살이 있는 부분 안쪽에 뼈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 위팔뼈에 대응하는 뼈도 있습니다. 물고기 지느러미와 네발동물의 팔다리가 전혀 관계없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2014년 연구는 에우스테놉테론 지느러미뼈의 내부를 정밀하게 분석해 네발동물과 닮은 뼈 성장 특징을 살폈습니다. 그렇지만 연구에서도 이 동물은 뚜렷한 육상 적응이 보이지 않는 수중 포식자로 설명합니다. 비슷한 뼈가 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땅 위를 걸었습니다’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 사진들의 물고기가 모두 같은 시기, 같은 물속에서 만났던 것도 아닙니다. 데본기는 수천만 년 동안 이어졌고, 바다와 강, 하구 등 환경도 서로 달랐습니다. 화석의 시대와 발견 지역을 함께 보아야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방패 같은 머리, 단단한 판, 날카로운 턱, 서로 다른 지느러미까지. 데본기를 물고기의 시대라고 부르는 까닭은 단지 큰 물고기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몸의 형태가 풍성하게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돌 속에 남은 물고기 한 마리에도 그 긴 역사의 한 갈래가 담겨 있습니다.

    시대와 생물 무리 참고: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생물 다양화 자료. 사진의 출처와 사용 조건은 각 설명 아래에 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