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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풍성했던 바다에서 왜 많은 생명이 사라졌을까요? 오르도비스기 대멸종

    작은 껍데기들이 빼곡한 화석을 보면, 오래전 바다도 꽤 북적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닥에는 완족동물과 태형동물이 살고, 물속에는 필석 같은 동물들이 떠다녔습니다. 오르도비스기에는 이렇게 여러 생물의 종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오하이오 웨인즈빌층 석회암에 빼곡히 남은 후기 오르도비스기 완족동물 화석
    후기 오르도비스기 바다에 살았던 완족동물의 껍데기와 조각입니다. 이 표본 자체가 대멸종 순간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닙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풍성한 바다가 계속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약 4억 4천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가 끝나 갈 무렵 바다 생물의 많은 종류가 사라졌습니다. 지구 역사에서 손꼽히는 큰 멸종인 ‘오르도비스기 말 대멸종’입니다.

    연구에서는 당시 해양 생물 종의 약 85%가 사라졌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이 수치는 바다에 살던 동물 100마리 가운데 85마리가 죽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생물의 ‘종류’가 얼마나 사라졌는지를 나타냅니다. 화석으로 계산한 추정치이므로 정확한 명부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생물다양성의 손실이 매우 컸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관련 연구에서도 이 큰 손실을 다룹니다.

    얼음이 늘어나면 바다도 달라집니다

    당시에는 남극 가까이에 놓인 거대한 대륙 곤드와나에 빙하가 크게 발달했습니다. 지금과는 대륙의 위치가 달랐습니다. 오늘날의 남극 풍경을 그대로 옛 지구에 옮겨 놓을 수는 없지만, 넓은 땅 위에 얼음이 쌓인다는 점은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NASA 테라 위성이 관측한 현대 남극 스웨이츠 빙하의 적외선 합성 영상
    오늘날 남극 스웨이츠 빙하의 위성 관측 영상입니다. 얼음은 밝은 파란색으로 구분되도록 적외선과 가시광선 자료를 합성했습니다. 오르도비스기 장면이 아니라 육지의 큰 얼음을 이해하기 위한 비교 자료입니다. 출처: MODIS Land Rapid Response Team / NASA GSFC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육지에 눈이 쌓이고 얼음으로 오래 남으면, 그만큼 물이 육지에 묶입니다. 그러면 전 세계 바닷물의 높이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해안의 물이 빠지는 모습을 크게 펼쳐 생각하면 쉽습니다. 다만 조수처럼 몇 시간 만에 되풀이되는 변화와는 시간 규모가 다릅니다.

    바닷물이 낮아지면 얕은 바다의 넓이와 환경도 바뀝니다. 바닥에 붙어 먹이를 걸러 먹던 동물에게는 살 곳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수온 변화도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냉각과 해수면 하강은 이 대멸종을 설명해 온 중요한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전체 과정을 다 설명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물속에도 숨 쉴 산소가 필요합니다

    바다 동물에게는 물에 녹아 있는 산소도 중요합니다. 겉으로는 물이 가득한 바다라도 산소가 너무 적으면 살아가기 어려워집니다. 바닷물이 어떻게 순환하는지, 유기물이 얼마나 가라앉아 분해되는지에 따라 깊은 물의 산소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돕스 린에서 나온 검은 셰일 속 클리마코그랍투스 필석 화석
    검은 암석에 남은 필석 화석입니다. 이 표본은 대멸종보다 앞선 오르도비스기 지층에서 나왔습니다. 검은색만 보고 당시 바다 전체의 산소 상태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암석에 들어 있는 미량 원소와 같은 원소 안에서 질량이 다른 원자들의 비율을 분석합니다. 이런 화학적 흔적은 직접 볼 수 없는 옛 바닷물의 산소 상태를 짐작하는 단서가 됩니다. 물론 암석이 나중에 변했는지도 따져야 하므로, 여러 자료를 함께 비교합니다.

    2018년 연구는 캐나다 안티코스티섬의 석회암을 분석해 산소가 부족한 바다가 넓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한편 2022년 연구는 산소 부족이 계속 같은 상태로 유지되었다기보다, 바다의 산소 조건이 빠르게 오르내린 점에 주목했습니다. 같은 사건을 연구하더라도 자료가 늘어나면 설명이 더 세밀해집니다.

    한 번의 추위로 끝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대멸종은 흔히 두 차례의 큰 멸종 국면으로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두 번의 하루짜리 재난이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화석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순서와 암석의 변화를 따라가며 구분한 지질학적 과정입니다. 각 변화의 정확한 시점과 원인 사이의 연결은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 경계 연구로 알려진 스코틀랜드 돕스 린의 현재 지형
    스코틀랜드 돕스 린의 오늘날 모습입니다. 이곳의 지층과 화석은 오르도비스기에서 실루리아기로 넘어가는 시간을 연구하는 자료가 됩니다. 출처: Jim Barton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돕스 린 지층 연구에서도 초기 멸종 국면의 산소 조건 변화와 뒤이은 더 지속적인 산소 부족을 구분했습니다. 연구진은 냉각만을 멸종의 원인으로 보는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 결과를 바다 모든 곳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다른 지역 기록과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차가워진 물, 달라진 해수면, 산소가 부족하거나 빠르게 변한 환경이 어떤 순서로 겹쳤는지를 알아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동물들이 모두 얼어 죽었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줄이면, 바닷속에서 실제로 벌어진 복잡한 변화를 놓치게 됩니다.

    스코틀랜드 돕스 린 협곡의 휘어진 암석층
    돕스 린 협곡의 휘어진 지층입니다. 오늘의 암석은 퇴적 뒤에도 변형되었습니다. 지층의 굽은 모양 자체가 대멸종의 증거라는 뜻은 아닙니다. 출처: Iain Lees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제공된 이미지는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멸종이라고 해서 바다의 생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살아남은 종류가 있었고, 그 후손들이 변화한 바다에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은 그 동물 몇 마리가 없어지는 일보다 더 큰 손실입니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한 종류의 삶이 더는 계속되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돌 속의 작은 껍데기는 그 바다에 생명이 살았다는 흔적입니다. 여러 지층에서 화석의 종류가 바뀌는 모습은 그 삶이 얼마나 크게 흔들렸는지도 보여 줍니다. 오르도비스기 말의 바다를 들여다보면, 생명이 많다는 것과 그 생명이 계속 안전하다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 바닷속에 생명들이 더 풍성해졌어요, 오르도비스기 이야기

    돌 표면에 조개 같은 무늬가 남아 있습니다. 옆에는 작은 나뭇가지처럼 갈라진 흔적도 보입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돌이지만, 그 안에는 수억 년 전 바다에 살았던 동물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캄브리아기를 지나 바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오르도비스기는 대략 4억 8천만 년 전부터 4억 4천만 년 전 사이입니다. 이 무렵에는 여러 바다 생물 무리에서 종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변화를 ‘오르도비스기 생물다양화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바닷속 이웃의 종류가 한층 많아진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캄브리아기에 여러 동물의 큰 몸 구조가 드러났다면, 오르도비스기에는 다양한 무리 안에서 새로운 종류가 늘어나며 바다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어느 하루에 한꺼번에 일어난 변화는 아닙니다.

    조개 같은 동물과 작은 가지들이 살았습니다

    미국 켄터키 메이스빌 부근에서 발견된 후기 오르도비스기 완족동물 화석
    조개처럼 보이지만 완족동물이라는 다른 동물 무리입니다. 켄터키에서 발견된 후기 오르도비스기 표본입니다. 사진: Abyssal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 동물은 ‘완족동물’입니다. 두 장의 껍데기를 지녀 조개와 닮았지만, 우리가 먹는 조개와는 다른 무리입니다. 완족동물은 물속의 작은 먹이를 걸러 먹습니다. 오르도비스기 바닥에는 이런 동물들이 여러 종류로 살아갔습니다.

    지금의 미국 오하이오주와 켄터키주 일대도 당시에는 얕은 바다였던 곳이 있습니다. 이 지역 암석에서는 완족동물뿐 아니라 태형동물, 산호, 삼엽충, 바다나리 등 여러 동물의 화석이 함께 발견됩니다. 오하이오대학교의 연구용 화석 컬렉션도 이 바다의 다양한 동물들을 담고 있습니다.

    오하이오 아른하임층에서 나온 가지 모양의 후기 오르도비스기 태형동물 화석 군체
    작은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태형동물입니다. 부서진 화석 조각을 맞추어 복원한 실제 표본 사진입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가지처럼 보이는 것은 ‘태형동물’입니다. 식물처럼 보이지만 작은 동물들이 모여 사는 무리입니다. 겉면의 아주 작은 구멍 하나하나에는 개별 동물이 들어갈 공간이 있었습니다. 작은 동물들이 함께 만든 단단한 뼈대가 이렇게 화석으로 남았습니다.

    꽃처럼 생겨도 동물입니다

    켄터키 코프층 석회암에 남은 오르도비스기 바다나리의 줄기와 머리 부분 화석
    길게 뻗은 줄기와 솔처럼 보이는 부분을 찾아보세요. 후기 오르도비스기 바다나리 화석입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바다나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물속에 피어난 꽃이 떠오릅니다. 실제로 줄기 위에 팔을 펼친 모습도 꽃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바다나리는 불가사리와 같은 큰 무리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팔을 펼쳐 물속에 떠다니는 작은 먹이를 잡아 먹었습니다.

    바닥 가까이 붙어 사는 동물도 있고, 줄기로 몸을 들어 올려 물을 만나는 동물도 있었습니다. 같은 바다라도 먹이를 얻는 자리와 방법이 모두 같지는 않았습니다. 화석을 볼 때 모양뿐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먹이를 먹었을까’를 함께 생각하면 바다 풍경이 조금 더 또렷해집니다.

    유타 아이벡스 스프링스의 오르도비스기 테트라그랍투스 필석 화석
    돌 위에 그어진 선처럼 보이는 필석입니다. 작은 동물들이 함께 살았던 군체의 흔적입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바닥 위쪽의 물속으로 눈을 돌리면 ‘필석’이라는 동물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필석 가운데에는 바닷물에 떠서 살던 종류가 있었습니다. 사진 속 테트라그랍투스도 그런 무리입니다. 작은 동물들이 서로 이어진 집에서 함께 살았고, 그 집의 흔적이 돌 위에 가느다란 선처럼 남았습니다.

    필석은 암석의 시대를 비교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종류가 빠르게 바뀌고 넓은 지역에 퍼진 경우가 많아, 어떤 필석이 나오는지를 살피면 서로 떨어진 지층의 시간을 맞추는 단서가 됩니다. 영국지질조사소의 필석 자료에서 실제 표본과 생활 모습을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다가 풍성해진 까닭은 무엇일까요?

    생물의 종류가 왜 이렇게 늘어났는지는 아직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닷물의 온도, 산소, 해류와 먹이 공급 같은 여러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한 가지 이유만으로 모든 바다의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2016년 연구는 오르도비스기 중기의 냉각과 생물다양화가 맞물렸다고 제안했습니다. 연구진은 바다 순환과 먹이 공급의 변화가 생물에게 새로운 생활 공간을 열어 주었을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이것은 화석과 지구화학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며, 원인이 모두 밝혀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 바다가 차가워지기만 하면 생물이 무조건 많아진다는 뜻도 아닙니다.

    켄터키 코프층 석회암에 들어 있는 바다나리 줄기의 마디 화석
    작은 원반이 이어진 듯한 부분은 바다나리 줄기입니다. 단단한 돌 안에 옛 동물의 몸 조각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화석은 당시 바다를 그대로 찍어 둔 사진은 아닙니다. 바다나리처럼 죽은 뒤 몸의 뼈대가 흩어지기 쉬운 동물도 있고, 단단한 부분만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줄기 조각만 가득한 돌과 머리 부분까지 남은 돌은 서로 다른 보존 과정을 들려줍니다.

    조개 같은 껍데기, 작은 가지, 꽃처럼 펼친 팔, 물에 떠 있던 가느다란 군체까지. 오르도비스기의 바다는 서로 다른 모습과 생활 방식으로 채워져 갔습니다. 돌에 남은 작은 흔적을 하나씩 알아보면, 오래전 바다가 텅 빈 공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자료 더 보기: 오하이오대학교 등이 참여한 오르도비스기 생물 도감. 본문의 사진은 모두 실제 화석 표본을 촬영한 자료입니다. 각 사진 아래에 출처와 사용 조건을 표시했습니다.

  • 바닷속 동물들은 왜 갑자기 다양해졌을까요? 캄브리아기 대폭발

    눈이 다섯 개 달린 동물, 머리 앞에 긴 집게 같은 기관을 내민 동물, 몸에 비늘과 가시를 두른 동물. 상상 속 생물처럼 들리지만, 모두 아주 오래전 바다에서 살았던 생명들입니다. 돌에 남은 화석을 보면 지금의 바다와는 다른 풍경이 떠오릅니다.

    에디아카라기의 납작하고 부드러운 생명들을 지나 캄브리아기에 이르면, 화석 기록에서 동물들의 모습이 한층 다양해집니다. 이 큰 변화를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부릅니다. 이름부터 요란하지만, 바닷속에서 무언가가 펑 터졌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돌에 남아 있는 오파비니아 레갈리스 화석
    오파비니아의 실제 화석 사진입니다. 살아 있을 때의 색깔이나 움직임까지 화석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Jstuby,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퍼블릭 도메인.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대폭발’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캄브리아기는 약 5억 3,900만 년 전에 시작한 지질시대입니다. 이때를 전후한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동물 무리의 몸 구조가 다양해지고, 단단한 껍데기나 골격을 가진 생물의 흔적도 뚜렷해집니다. 지구의 긴 역사로 보면 빠른 변화였지만, 사람의 시간으로는 수백만 년 이상에 걸친 변화입니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설명도 ‘폭발’이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났다는 점을 짚습니다. 생명이 이때 처음 생긴 것도 아니고, 모든 동물이 같은 날 등장한 것도 아닙니다. 앞선 시대부터 이어진 생명의 역사 위에 큰 변화가 쌓인 것입니다.

    몸통이 여러 마디로 나뉜 삼엽충 올레노이데스 세라투스 화석
    캄브리아기 삼엽충인 올레노이데스 세라투스입니다. 몸을 덮은 단단한 부분과 반복되는 몸통 마디가 보입니다. 사진: Claire H.,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CC BY-SA 2.0.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삼엽충처럼 단단한 몸 덮개를 가진 동물은 화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렇다고 껍데기 화석이 많아진 현상만으로 이 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특별한 조건에서는 부드러운 몸도 보존되어, 겉모습이 전혀 다른 동물들이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다섯 개의 눈과 긴 주둥이를 가진 동물입니다

    오파비니아는 그 낯선 바다를 잘 보여 줍니다. 몸 앞쪽에는 눈이 다섯 개 있고, 길게 뻗은 기관의 끝에는 먹이를 붙잡는 데 쓰였을 것으로 보는 구조가 있습니다. 몸 양옆에는 반복되는 넓적한 부분이 있고, 뒤에는 꼬리 부채가 있습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몸의 특징을 하나씩 보면 왜 연구자들이 주목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박물관의 오파비니아 표본 연구 설명에 따르면 몸길이는 앞쪽의 긴 기관을 빼고 약 4.3~7cm입니다. 낯설게 생겼다고 해서 거대한 괴물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다만 일부 몸 구조와 생활 방식에는 여전히 연구할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된 위왁시아 화석
    위왁시아 화석입니다. 몸을 덮던 비늘 같은 구조와 길게 뻗은 가시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진: Jstuby,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퍼블릭 도메인.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위왁시아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위왁시아 설명은 이 동물을 비늘 같은 구조와 가시로 덮인, 민달팽이처럼 생긴 생물로 소개합니다. 오늘날의 민달팽이와 같은 동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익숙한 모양에 빗대어 당시의 낯선 몸을 이해해 보는 것입니다.

    무서운 사냥꾼의 식단도 다시 살펴봅니다

    아노말로카리스도 빠질 수 없습니다. 몸 앞쪽의 가시 달린 부속지 때문에 오래전부터 강력한 사냥꾼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모습만 보고 무엇이든 부수어 먹었을 것이라고 단정하면, 실제 생활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소장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 화석 표본 USNM PAL 304036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의 화석 표본입니다. 사진 한 장의 인상보다 여러 표본과 몸 구조 분석이 생활 방식을 알아내는 데 중요합니다. 사진: Han Zeng / Smithsonian,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CC0 1.0.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2023년 연구에서는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의 앞쪽 부속지를 입체 모형으로 만들고, 먹이를 잡을 때 받는 힘과 물속에서의 움직임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삼엽충처럼 단단한 먹이를 강하게 붙잡으면 부속지가 손상될 수 있으며, 부드러운 먹이를 빠르게 쫓는 생활에 더 알맞았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자연사박물관의 소개에서 이 해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냥을 촬영한 기록은 없으므로, 이것은 몸의 구조를 바탕으로 검토한 연구 결과입니다. 같은 아노말로카리스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종의 차이를 살펴야 합니다. 새로운 분석이 더해지면 우리가 그리는 옛 바다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산속의 돌에서 바다의 흔적을 읽습니다

    캐나다 포실 리지의 레이먼드 채석장과 주변 바위층
    버제스 셰일 화석 산지의 레이먼드 채석장입니다. 지금은 산속이지만, 이곳의 암석에는 옛 바다 생명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 Smith609,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CC BY-SA 3.0.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런 생물을 알려 준 중요한 장소가 캐나다의 버제스 셰일입니다. 스미스소니언의 소장품 소개에서는 이곳 화석들이 부드러운 몸까지 드물게 보존해 당시 생물의 다양한 모습과 구조를 보여 준다고 설명합니다. 버제스 셰일은 캄브리아기의 한 시기를 담은 기록이지, ‘대폭발’의 첫날을 보여 주는 장소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동물들이 그렇게 다양해졌을까요? 산소를 비롯한 환경 조건, 몸을 만드는 발달 과정의 변화, 먹고 먹히는 관계와 경쟁 등이 함께 검토됩니다. 사냥하는 능력이 달라지면 피하거나 몸을 보호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산소 하나, 포식자 하나만을 유일한 원인으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박물관이 정리한 여러 설명도 환경·발달·생태 관계를 나누어 살펴봅니다.

    다섯 개의 눈도, 긴 가시도 당시에는 살아가는 몸의 일부였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패한 생명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화석 속 작은 몸들을 살펴보면, 오늘날의 동물들로 이어지는 길 주변에 얼마나 여러 모습의 생명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 나뭇잎 같은 생명들이 살았던 바다, 에디아카라 이야기

    바닷속에 나뭇잎 한 장이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돌에는 누군가 타원형 누빔 방석을 꾹 눌렀다 뗀 듯한 무늬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나뭇잎도, 사람이 만든 무늬도 아닙니다. 5억 년도 더 지난 바다에서 살았던 생명들의 흔적입니다.

    지구를 뒤덮었던 큰 빙하기가 지나간 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얼음이 녹자마자 이런 생물이 한꺼번에 나타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도 아주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돌에 남은 몇 가지 흔적을 보며, 우리가 아는 동물과는 사뭇 다른 바다 생명들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돌에 남아 있는 타원형 디킨소니아 화석의 반복 무늬
    디킨소니아 화석입니다. 가운데 선을 따라 반복되는 무늬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 Verisimilus,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2.5. 사진 변경 없음.

    바다 생명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의 이름은 에디아카라기입니다. 국제층서위원회의 지질연대표에서는 약 6억 3,500만 년 전부터 약 5억 3,880만 년 전까지로 나눕니다. 그중 후반부에는 눈으로 알아볼 수 있는 크기의 여러 생물이 화석 기록에 등장합니다. 작은 미생물만 상상하던 바다에, 납작한 몸과 잎사귀 같은 몸을 가진 생명들이 함께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들을 묶어 에디아카라 생물군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조금 어렵지만, 당시 바다에 살았던 여러 생명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나의 종이나 하나의 동물 가족을 뜻하는 말은 아닙니다. 모두가 오늘날의 어느 동물 무리에 속하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의 잎사귀 모양 카르니아 화석 복제품
    카르니아 화석 복제품을 찍은 사진입니다. 실제 나뭇잎이 아니라, 옛 생물의 몸 형태를 보여 주는 전시물입니다. 사진: Kjoonlee,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4.0. 사진 변경 없음.

    누빔 방석처럼 생긴 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디킨소니아는 특히 낯설게 생겼습니다. 화석을 보면 길쭉한 타원 안에 비슷한 무늬가 줄지어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는 지렁이인지, 다른 종류의 생물인지 쉽게 정하기 어렵습니다.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날의 동물 이름표를 붙일 수는 없습니다.

    2018년 연구팀은 러시아 백해 지역의 약 5억 5,800만 년 전 디킨소니아 화석에 남은 지방 분자들을 분석했습니다. 동물과 관련된 콜레스테롤에서 유래한 분자 흔적이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디킨소니아가 동물이었다는 강한 증거로 해석했습니다. 연구를 수행한 호주국립대학교의 설명에서 이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돌에 찍힌 모양뿐 아니라 아주 작은 화학 성분도 옛 생명의 정체를 알려 주는 셈입니다. 다만 “동물이라는 증거를 찾았다”는 말과 “어떤 동물의 조상인지 모두 알아냈다”는 말은 다릅니다. 동물들 사이에서 정확히 어디에 놓아야 할지는 계속 살펴야 할 문제입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화석 표본 여섯 패널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표본을 비교한 연구 사진입니다. 검은 눈금 막대는 1cm입니다. 사진: Evans·Droser·Gehling (2017), PLOS ONE, Fig. 2 / 원본과 출처 / CC BY 4.0. 사진 변경 없음.

    화석 한 개만 보면 돌이 눌리거나 몸이 접히면서 생긴 흔적을 원래 모습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표본을 함께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2017년 연구에서는 900개가 넘는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표본을 살펴보며 몸의 모양과 자라는 규칙을 조사했습니다. 타원형의 윤곽과 반복되는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가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표본을 비교한 원문 연구에는 실제 사진과 측정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같은 바다에서도 먹는 방법은 달랐습니다

    이 생명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입이 잘 보이지 않는 화석 앞에서는 상상만으로 답을 정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몸 주변에 남은 흔적과 분자를 함께 살펴봅니다.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에 전시된 킴베렐라 표본
    킴베렐라의 몸 흔적을 보여 주는 전시 표본입니다. 디킨소니아와는 생김새가 다릅니다. 사진: Eduard Solà Vázquez (Esv),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3.0. 사진 변경 없음.

    202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킴베렐라 화석에 남은 분자들을 분석해 먹이와 소화 방식에 접근했습니다. 연구팀은 킴베렐라가 입과 소화관을 이용해 먹이를 처리했으며, 바닥의 조류와 세균이 먹이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디킨소니아는 같은 방식의 소화관 대신 몸을 통해 먹이를 흡수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해당 연구 소개에 두 생물의 차이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당시 바다를 똑같이 생긴 생물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는 곳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몸의 생김새도, 먹이를 얻는 방법도 서로 달랐습니다.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그 차이를 하나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탈리아 MUSE 과학관에 전시된 디킨소니아 복원 모형
    디킨소니아를 2배 크기로 만든 복원 모형의 사진입니다. 살아 있던 모습을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니며, 세부 모습은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 Matteo De Stefano/MUSE,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SA 3.0. 사진 변경 없음.

    부드러운 몸은 보통 쉽게 썩고 사라집니다. 그런데 일부는 퇴적물에 묻히고 몸의 윤곽이 남으면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석은 당시의 바다를 빠짐없이 찍은 사진첩이 아닙니다. 운 좋게 남은 몇 장의 기록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발견한 오래된 동물 화석”을 곧바로 “지구에서 맨 처음 태어난 동물”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앞선 생명은 흔적을 남기지 못했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돌에 남은 납작한 무늬를 바라보면, 익숙한 동물의 모습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긴 생명의 시간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