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가운데서 어떻게 농사를 지었을까요? 나일강이 키운 이집트

작성자

카테고리:

이집트라고 하면 모래사막과 피라미드가 먼저 떠오릅니다. 비도 적게 내리는 곳에서 많은 사람이 어떻게 먹고살았을까요? 답은 사막 사이를 길게 흐르는 나일강에 있습니다. 강을 따라 생긴 농경지가 사람들의 밥상을 채웠고, 그 곁에 마을과 도시가 자랐습니다.

피라미드를 잠시 뒤로 두고 밭과 부엌, 곡물 창고를 들여다보면 고대 이집트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거대한 돌 건축물 뒤에는 씨를 뿌리고, 곡식을 갈고, 배를 젓던 사람들의 하루가 있었습니다.

강물이 넘친 뒤에 농사가 시작됐습니다

홍수는 집과 밭을 망가뜨리는 무서운 일입니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에서는 해마다 불어나는 강물을 기다렸습니다. 멀리 에티오피아 고원 등에 내린 계절성 비가 강물을 늘렸고, 나일강은 여름부터 가을 사이 주변 땅으로 넘쳐흘렀습니다.

물이 빠진 자리에는 고운 흙이 남았습니다. 강이 가져온 흙은 농사에 도움이 됐고, 젖은 땅에는 씨앗을 심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물이 불어나는 때와 물러나는 때에 맞춰 농사일을 이어갔습니다. 물론 해마다 알맞게 넘친 것은 아닙니다. 물이 너무 적으면 농사가 어려웠고, 너무 많아도 피해가 생겼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나일강과 농경 설명]

강이 흙을 가져다주어도 밭일을 대신해 주지는 않았습니다. 아래의 작은 나무 모형에는 소 두 마리 뒤에서 쟁기를 잡은 농부가 보입니다. 당시 이런 쟁기는 땅을 깊이 뒤집기보다 씨앗이 들어갈 틈을 내는 데 쓰였습니다. [밭갈이 모형 유물 설명]

소 두 마리가 끄는 쟁기를 잡고 밭을 가는 농부의 고대 이집트 나무 모형
소와 함께 밭을 가는 농부입니다. 중왕국 시대, 기원전 약 1981~1885년의 유물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번호 36.5, Public Domain. 원본·사용 정보

곡식 한 자루도 꼼꼼히 세었습니다

농부가 거둔 곡식은 창고로 옮겨졌습니다. 창고에는 곡식을 나르는 사람만 있었을까요? 메케트레라는 고위 관리의 무덤에서 나온 모형을 보면, 한쪽에 앉아 무언가를 적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모형에는 자루를 운반하는 사람 여섯 명과 곡식의 양을 재고 기록하는 일을 맡은 사람 아홉 명이 표현돼 있습니다. 글을 쓰는 서기관들은 파피루스 두루마리나 나무판을 사용합니다. 곡식을 얼마나 들여왔는지 파악하는 일이 농경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곡물 창고 모형 유물 설명]

곡식 자루를 나르는 사람들과 앉아서 수량을 기록하는 서기관들이 있는 곡물 창고 모형
곡식을 옮기는 손과 수량을 적는 손이 함께 바쁩니다. 메케트레 무덤 출토 곡물 창고 모형, 기원전 약 1981~1975년입니다.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번호 20.3.11, Public Domain. 원본·사용 정보

빵 한 덩이에는 여러 사람의 손이 닿았습니다

창고에 쌓인 곡식은 그대로 밥상에 오르지 않습니다. 껍질을 처리하고, 갈고, 물을 섞어 반죽하고, 불에 익혀야 합니다. 지금은 가게에서 쉽게 집어 드는 빵도 당시에는 여러 단계의 수고를 거쳐 만들어졌습니다.

메케트레의 무덤에서 나온 빵과 맥주 작업장 모형에는 그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곡식을 빻는 사람, 가루로 가는 사람, 반죽을 다루는 사람과 화덕을 돌보는 사람이 각각 맡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빵과 맥주는 곡물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모형에서도 한 작업장 안에 함께 표현됐습니다. 오늘날의 공장과 규모는 다르지만, 일을 나누어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은 낯설지 않습니다. [빵·맥주 작업장 모형 유물 설명]

곡식을 갈고 반죽하며 화덕에서 빵을 굽는 사람들을 표현한 빵과 맥주 작업장 모형
작은 방마다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메케트레 무덤 출토 빵·맥주 작업장 모형, 기원전 약 1981~1975년입니다.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번호 20.3.12, Public Domain. 원본·사용 정보

나일강은 마을을 잇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나일강은 농사에 쓸 물만 주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물건이 오가는 길이기도 했습니다. 강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배는 생활을 이어 주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마실 물과 물고기, 집을 짓는 데 쓰는 진흙까지 강과 주변 환경에서 얻었습니다. [대영박물관의 고대 이집트 생활 자료]

아래 사진의 초록색 배 모형은 평범한 화물선 모형이 아니라 장례 의례와 관련된 유물입니다. 노를 젓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고, 그늘막 아래에는 메케트레를 나타내는 조각상이 놓여 있습니다. 배가 물건을 옮기는 도구이면서 종교적인 생각을 담는 대상이기도 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노 젓는 배 모형 유물 설명]

노를 젓는 사람들과 그늘막 아래 조각상이 놓인 초록색 장례 의례용 배 모형
여러 사람이 나란히 노를 젓는 모습입니다. 메케트레 무덤 출토 의례용 배 모형, 기원전 약 1981~1975년입니다.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번호 20.3.5, Public Domain. 원본·사용 정보

더 자세히 보고 싶어지는 배도 있습니다. 배 안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모형입니다. 곡식을 가는 사람과 조리용 화덕을 돌보는 사람이 보입니다. 미술관은 이를 메케트레의 배 여행에 필요한 음식을 준비하는 배로 설명합니다. 다만 고위 관리의 무덤에 넣은 물건이므로, 이 모습이 모든 이집트 사람의 여행이나 식사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음식 준비용 배 모형 유물 설명]

배 안에서 곡식을 갈고 음식을 조리하는 인물들이 있는 고대 이집트 부엌 배 모형
배 위에서도 음식 준비는 계속됐습니다. 메케트레 무덤 출토 음식 준비용 배 모형, 기원전 약 1981~1975년입니다. 출처: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소장번호 20.3.3, Public Domain. 원본·사용 정보

이 사진들은 고대의 실제 유물을 오늘날 촬영한 것입니다. 모형 속 장면을 당시 생활의 사진처럼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특히 무덤에 넣은 모형에는 죽은 뒤에도 음식과 필요한 것을 얻기 바랐던 사람들의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도 농사와 음식 만들기, 기록과 배 여행이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했는지 살펴볼 귀한 단서입니다.

나일강을 따라가다 보면 피라미드만으로는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젖은 밭에 발을 디딘 농부, 곡식 자루를 나르던 사람, 가루 묻은 손으로 반죽하던 사람입니다. 고대 이집트의 오랜 역사는 이 사람들이 매일 준비한 한 끼 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