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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생명은 왜 크게 줄어들었을까요? 페름기 말 대멸종

    바닷속에 꽃처럼 생긴 바다나리가 서 있고, 바닥에는 껍데기를 가진 동물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사이로 둥근 껍데기를 지닌 동물이 헤엄칩니다. 박물관에서 옛 바다를 복원해 놓은 모습을 보면, 아주 오래전에도 생명들이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살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다나리와 완족동물, 두족류를 표현한 페름기 바다 박물관 디오라마
    미국 네브래스카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페름기 바다 복원 모형입니다. 실제 옛 바다를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당시 생물을 이해하도록 만든 전시입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약 2억 5,200만 년 전, 페름기가 끝날 무렵 이 생명의 세계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바다와 육지에서 수많은 생물의 종류가 사라졌습니다. 이를 ‘페름기 말 대멸종’이라고 부릅니다. 화석으로 잘 기록된 지구 역사의 대멸종 가운데 가장 큰 생물다양성 위기로 꼽힙니다.

    멸종 규모를 설명하는 숫자는 연구마다 다릅니다. 어떤 화석을 모으고, 빠진 기록을 어떻게 보완하며, 생물의 종과 속 가운데 무엇을 세는지에 따라서도 추정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지구의 생명 몇 퍼센트가 죽었습니다’라고 한 숫자로 외우기보다는, 서로 다른 많은 생물의 종류가 사라졌다는 점을 먼저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바다 생물의 손실을 약 81%로 소개하는 2024년 연구도 있습니다. 동물 100마리를 세어 81마리가 죽었다는 뜻과는 다릅니다.

    먼 시베리아의 화산이 왜 중요할까요?

    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지금의 시베리아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그곳에는 ‘시베리아 트랩’이라고 부르는 거대한 화성암 지대가 있습니다. 옛날에 나온 용암과 땅속으로 들어간 마그마가 식으면서 남긴 암석의 세계입니다. 오늘날의 조용한 풍경만 보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지구 내부에서 나온 뜨거운 물질이 아주 넓은 지역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시베리아 트랩 지역 푸토라나 고원의 오늘날 산과 계곡
    오늘날 푸토라나 고원의 모습입니다. 옛 화성 활동과 연결되는 지역의 현재 풍경이며, 대멸종 당시의 모습을 재현한 사진은 아닙니다. 사진: jxandreani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화산 활동의 영향은 용암이 닿는 곳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기로 나온 기체는 훨씬 멀리 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많이 늘어나면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는 열의 흐름이 달라져 기후가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땅속에서 벌어진 일도 중요합니다. 뜨거운 마그마가 퇴적암 사이로 얇고 넓게 파고들면 주변 암석을 데웁니다. 주변에 유기물이나 탄소가 들어 있는 암석이 있다면, 가열 과정에서 기체가 만들어져 나올 수 있습니다. 냄비를 불에 올려 주변까지 뜨거워지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땅속의 암석과 마그마 사이에서 벌어진 거대한 과정입니다.

    푸토라나 고원에서 나온 검은 현무암 속 은회색 자연철 표본
    시베리아 트랩 지역에서 나온 암석 표본입니다. 검은 암석과 은회색 자연철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표본 한 점으로 멸종의 원인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며, 당시 화성 활동과 관련된 실제 물질을 보여 줍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2017년 연구는 시베리아에서 마그마가 퇴적층 사이로 널리 파고들기 시작한 시점과 대멸종이 시작된 시점의 관계를 살폈습니다. 연구진은 주변 암석이 가열되면서 많은 온실가스가 나왔을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화산을 ‘용암이 흘러나오는 산’으로만 생각하면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다만 기체가 얼마나, 얼마나 빠르게 나왔고 어떤 영향을 냈는지는 여러 자료로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따뜻해진 바다에서 숨쉬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그 안에 녹아 있을 수 있는 산소의 양은 줄어듭니다. 바다 동물은 종류와 조건에 따라 따뜻해진 환경에서 몸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필요한 산소는 늘어나는데 구할 수 있는 산소는 줄어드는 셈입니다.

    물론 바다 전체가 같은 온도와 같은 산소 상태였던 것은 아닙니다. 깊이와 위도, 물의 순환에 따라 상황이 달랐습니다. 물이 겉보기에는 넉넉해 보여도, 그 안이 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2018년 연구는 기후 모형과 동물의 산소 이용 조건, 화석의 분포를 함께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은 바다의 온난화와 산소 감소가 겹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크게 줄었을 것으로 설명했습니다. 모형에서는 이런 부담이 해양 멸종 규모의 절반 이상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생물의 죽음을 하나의 원인으로 확정한 결과는 아니지만, 기후 변화가 동물의 몸에 어떤 어려움을 주었는지 보여 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돌 속에서는 어떻게 그 일을 알아낼까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프레이저 해변의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 경계 지층
    호주 프레이저 해변에서 볼 수 있는 페름기–트라이아스기 경계 지층입니다. 지질시대의 경계는 서로 다른 지역의 화석과 암석 기록을 비교하며 연구합니다. 사진: Dippiljemmy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지층의 위아래에서 어떤 화석이 발견되는지 살핍니다. 이전 지층에서는 자주 보이던 종류가 이후에는 보이지 않는지,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비교합니다. 암석에 남은 원소와 동위원소의 비율도 바닷물과 탄소 순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알아보는 단서가 됩니다.

    다만 화석이 없다고 해서 곧바로 그 생물이 지구에서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장소에서 살지 않았을 수도 있고, 화석으로 남을 조건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 장소의 돌만 보고 결론을 내리지 않고 여러 지역의 기록을 맞추어 봅니다.

    육지와 바다에서 변화가 일어난 시점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남아프리카 지층을 조사한 2020년 연구는 육상 동물의 중요한 교체 시점이 해양 대멸종보다 앞섰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지구 전체에서 어느 하루에 똑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그리면 실제 기록이 가진 차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살아남은 생명도 있었습니다

    미시간대학교 자연사박물관의 리스트로사우루스 골격 전시
    리스트로사우루스의 골격 전시입니다. 이 무리는 페름기 말 대멸종을 넘어 살아남아 초기 트라이아스기에 번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Daderot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원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는 이 위기를 넘어 살아남은 동물 무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머리 앞쪽에 부리가 있고 아래로 뻗은 엄니를 가진 모습이 특징입니다. 공룡이 아니라 포유류와 가까운 단궁류 계통에 속합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대멸종 뒤 늘어난 이 동물의 화석을 통해 당시 삶의 방식을 살펴봅니다.

    살아남은 동물이 있다는 사실과 생태계가 곧바로 예전처럼 돌아왔다는 말은 다릅니다. 여러 생물이 먹이를 주고받고 서로 다른 자리를 채우는 관계가 다시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복을 생물 종류의 수로 볼지, 먹이 관계와 생태적 역할로 볼지에 따라서도 걸린 시간이 달라집니다. 2025년 해양 생태계 회복 연구에서도 이런 차이를 다룹니다. 많은 기록은 회복이 수백만 년에 걸친 과정이었음을 보여 줍니다.

    작은 암석 표본과 해변의 지층, 박물관의 뼈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흔적을 하나씩 맞추면 땅속의 변화가 공기와 바다를 거쳐 생명의 생활 터전까지 흔든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먹이와 물뿐 아니라, 견딜 수 있는 온도와 숨 쉴 수 있는 환경도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합니다.

  • 등에 돛을 단 디메트로돈은 공룡이었을까요?

    등에 커다란 돛을 달고, 긴 꼬리를 늘어뜨린 동물이 있습니다. 이름은 디메트로돈입니다. 날카로운 이빨까지 보면 공룡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동물은 공룡이 등장하기 훨씬 전, 페름기 전기에 살았던 동물입니다.

    페름기 강가에 서 있는 돛 달린 디메트로돈을 그린 AI 상상도
    AI로 제작한 상상도입니다. 몸 색깔과 조명, 주변 풍경은 시각적 연출이며 실제 모습을 그대로 복원한 사진이 아닙니다.

    디메트로돈을 알아보는 데에는 등의 돛만큼이나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생명의 가계도에서 어느 가지에 놓이는가 하는 점입니다. 낯선 옛 동물을 살펴보다 보면 우리 포유류와도 이어지는 관계를 만나게 됩니다.

    공룡보다 먼저 땅 위를 걸었습니다

    디메트로돈의 이른 종류는 거의 3억 년 전 지구에서 살았습니다. 공룡과 나란히 뛰어다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서로 살았던 시기부터 다릅니다. 오래전에 멸종했고 몸집이 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동물이 공룡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화석을 보면 긴 꼬리와 네 다리, 등 위로 유난히 길게 솟은 뼈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날 박물관에 전시된 골격은 그 뼈들을 비교하며 몸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게 해줍니다. 다만 전시 자세가 살아 있을 때의 모든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 카를스루에 자연사박물관의 디메트로돈 전시 골격 옆모습
    돛 아래에는 이렇게 길게 솟은 뼈가 있습니다. 독일 카를스루에 자연사박물관의 전시 골격입니다. 사진: H. Zell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표시 크기를 줄였습니다.

    생명의 가계도에서는 우리 쪽 가지에 있습니다

    디메트로돈이 속하는 큰 무리를 ‘단궁류’라고 부릅니다. 처음 들으면 어려운 말이지만, 지금 살아 있는 포유류와 그 옛 친척들을 함께 묶은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람과 고양이도 이 큰 무리에 들어갑니다.

    공룡은 파충류 쪽 가지에 있습니다. 디메트로돈은 공룡보다 포유류와 더 가까운 친척인 셈입니다. 겉모습이 도마뱀처럼 보이더라도, 몸의 여러 특징과 공통 조상에서 갈라진 관계를 함께 살펴보면 다른 이야기가 드러납니다.

    공통 조상에서 단궁류와 파충류가 갈라지고 단궁류 안에서 디메트로돈과 포유류가 서로 다른 가지에 놓인 단순화한 그림
    디메트로돈과 포유류의 관계를 단순하게 그렸습니다. 많은 가지를 생략했으며 시간이나 진화 속도를 나타내는 그림은 아닙니다. 제작: 코스모스파일. 참고: Angielczyk, 2009.

    그렇다고 디메트로돈이 차례차례 변해서 사람이 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나무의 가지가 여러 갈래로 뻗듯, 단궁류 안에서도 많은 무리가 서로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디메트로돈은 우리의 곧바로 윗세대 조상이라기보다, 아주 먼 옛 친척으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고생물학자 Angielczyk의 설명도 이런 가지의 관계를 강조합니다.

    큰 이빨과 작은 이빨이 함께 있었습니다

    디메트로돈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크기의 이빨’이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입 안에 크고 작은 이빨이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먹이를 붙잡고 살을 찢는 데 알맞은 이빨을 지닌 육식동물이었습니다.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디메트로돈의 두개골과 긴 등뼈 돌기
    두개골과 이빨도 디메트로돈의 생활을 짐작하게 해주는 단서입니다. 미국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전시 골격입니다. 사진: Jeff Kubina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원본 파일에 추가 편집을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디메트로돈이라도 종류에 따라 몸집이 달랐습니다. 작은 종류와 큰 종류를 한 가지 크기로 생각하면 실제 다양성을 놓치기 쉽습니다. 화석의 턱과 이빨, 뼈의 크기를 비교하는 일은 이런 차이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름과 몸의 특징은 하버드 자연사박물관 자료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등의 돛은 무엇을 하는 데 썼을까요?

    디메트로돈의 돛은 등뼈에서 위로 길게 뻗은 돌기들이 받치는 구조였습니다. 부채의 가느다란 살을 떠올리면 모양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접었다 폈다 하는 부채처럼 움직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전부터 잘 알려진 설명은 체온 조절입니다. 넓은 돛으로 햇빛의 열을 받거나 열을 내보내는 데 도움을 얻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돛을 보고 곧바로 ‘몸을 데우는 난방판이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저녁 햇빛 아래 디메트로돈 등의 돛을 강조한 AI 상상도
    AI로 제작한 상상도입니다. 돛의 색깔과 빛 표현은 상상한 것이며, 돛의 기능을 입증하는 장면은 아닙니다.

    몸 크기에 비해 돛이 얼마나 커지는지 비교한 2010년 연구는, 짝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과시 기능과 들어맞는 양상을 보고했습니다. 같은 해 뼈 조직을 살핀 연구 역시 돛의 구조를 자세히 검토했습니다. 이렇게 연구 방법이 달라지면 겉모습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단서가 더해집니다. 돛의 크기와 과시 기능 연구 · 등뼈 돌기의 조직 연구

    그래서 돛의 역할은 여러 설명과 근거를 나누어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속의 선명한 무늬와 색깔도 화석으로 확인된 모습은 아닙니다. 상상도는 옛 생물을 가까이 느끼게 해주지만, 뼈가 알려주는 사실과 상상으로 채운 부분은 구별해야 합니다.

    디메트로돈의 큰 돛은 멀리서도 눈에 띕니다. 하지만 이 동물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 아래에 남은 뼈와 이빨, 그리고 생명의 가계도 속 자리입니다. 공룡처럼 보였던 동물에게서 포유류의 아주 먼 친척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 참 신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