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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가 번성하던 바다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요? 데본기 후기의 대멸종

    데본기를 떠올리면 갑옷을 두른 물고기와 커다란 나무가 먼저 생각납니다. 물속에서는 여러 물고기가 살아가고, 육지에는 숲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명이 다양해지던 이 시대의 뒤쪽에는 바다 생태계를 크게 바꾼 위기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물고기뿐 아니라 바닷바닥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산호와 해면 같은 동물들이 쌓아 올린 구조물은 여러 생물이 함께 살아가는 터전이었습니다. 그 터전이 무너지면, 그곳을 이용하던 생명들의 삶도 함께 달라집니다.

    호주 윈드자나 협곡에 드러난 데본기 암초 기원의 석회암 절벽
    지금은 육지에 드러난 윈드자나 협곡입니다. 이곳의 석회암 지형은 데본기의 오래된 암초에서 비롯됐습니다. 멸종 당시의 장면을 찍은 사진은 아닙니다. 출처: Naturlinaregine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변경 없음.

    한날에 끝난 사건은 아니었습니다

    데본기 후기의 대멸종을 하나의 날짜에 일어난 사고처럼 생각하면 이야기가 꼬이기 쉽습니다. 약 3억 7천2백만 년 전의 켈바서 사건과, 약 3억 5천9백만 년 전 데본기가 끝날 무렵의 한겐베르크 사건을 구분해서 보는 것이 좋습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천만 년이 넘는 시간이 있습니다.

    켈바서 사건 자체도 지층에서는 두 차례의 중요한 위기로 나타납니다. 오늘 저녁까지 멀쩡하던 바다가 다음 날 아침 한꺼번에 사라진 식의 모습은 아닙니다. 어느 시기의 어떤 생물 무리를 보는지에 따라 피해의 양상도 달랐습니다.

    오하이오 데본기 석회암에서 나온 스트로마토포로이드 화석의 윗면
    데본기 바다의 해면류인 스트로마토포로이드의 화석입니다. 이들은 당시 암초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사진 속 표본이 멸종 순간을 보존한 것은 아닙니다. 출처: Mark A. Wilson(Wilson44691)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원본 변경 없음.

    물은 있어도 숨 쉬기 어려운 바다가 됩니다

    바다 동물에게는 물에 녹아 있는 산소가 필요합니다. 물이 눈앞에 가득하더라도 그 안의 산소가 부족하면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데본기 후기의 위기를 연구할 때 바닷물의 산소 부족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연구자들은 오래된 퇴적암에 남은 탄소와 황, 금속 원소의 흔적을 분석해 당시 바다의 상태를 추정합니다. 켈바서 사건 무렵의 어두운 지층도 중요한 단서입니다. 다만 돌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바다가 산소를 잃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지층이 쌓인 환경과 여러 화학 지표를 함께 봐야 합니다.

    독일 켈바서 사건과 관련된 검은 지층의 근접 사진
    켈바서 사건과 관련된 독일의 어두운 지층입니다. 바위의 색과 층, 그 안의 화학 성분을 함께 살펴보며 옛 바다를 알아봅니다. 출처: Nosmisiso / Wikimedia Commons, 저작권자의 상업적 이용·재배포 허용. 원본 변경 없음.

    2023년 북아메리카 바켄 셰일 연구는 90개의 시추 코어 자료를 모아, 산소가 없고 황화수소가 존재하는 물이 얕은 바다로 단계적으로 퍼진 흔적을 분석했습니다. 황화수소의 독성까지 더해지면 동물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환경이 됩니다. 이 결과는 특정 분지의 상세한 기록이며, 지구의 모든 바다가 똑같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육지의 숲도 바다와 이어져 있었습니다

    뜻밖에도 육지 식물의 확장이 바다의 위기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뿌리와 토양이 발달하면서 암석 속 영양분이 풀려나고, 그 일부가 강을 따라 바다로 들어갔다는 설명입니다.

    영양분이 많아지면 플랑크톤이 크게 늘 수 있습니다. 이후 죽은 생물의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물속 산소가 소비됩니다. 먹이가 될 영양분이 많아지는 일이, 조건에 따라서는 산소 부족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셈입니다.

    2023년 지구 시스템 모형 연구는 육지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인의 증가가 넓은 해역의 산소 부족을 만들 수 있는지 계산했습니다. 결과는 이 연결이 가능함을 보여줬지만, 숲 하나만을 멸종의 원인으로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화산 활동도 함께 검토했으며, 여러 요인이 겹쳤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오하이오 데본기 석회암 속 벌집 모양 군체 산호 화석
    작은 방들이 모여 있는 듯한 데본기 군체 산호의 흔적입니다. 살아 있을 때에는 각각의 작은 산호 동물이 함께 군체를 이뤘습니다. 켈바서 사건보다 앞선 데본기 중기 표본입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변경 없음.

    2024년 독일 지층 연구도 기후와 육지의 풍화, 바다로 흘러드는 물질을 함께 살폈습니다. 연구진은 육지에서 온 영양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닷물의 순환과 기후 변화, 화산 활동이 어떤 순서와 크기로 겹쳤는지는 더 맞춰 봐야 할 부분입니다.

    사라진 생명 뒤에는 달라진 바다가 남았습니다

    산호와 해면이 만드는 암초는 단순한 돌무더기가 아닙니다. 작은 생물이 붙어 살고, 먹이를 구하고, 몸을 숨길 공간이 생기는 살아 있는 터전입니다. 암초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는 말에는 그 안의 여러 관계도 흔들렸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모스크바층의 데본기 완족동물 화석들이 모여 있는 표본
    데본기 중기 완족동물 화석이 모여 있는 모습입니다. 화석이 풍부한 바위를 보면 당시 바다에 살던 여러 생명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표본을 대멸종의 집단 폐사 현장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출처: RealGatb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변경 없음.

    물고기들의 변화도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0년 척추동물 화석 자료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한겐베르크 사건을 전후로 바다와 민물의 척추동물 무리가 크게 재편된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켈바서 사건과 한겐베르크 사건을 한데 섞으면, 어떤 생명들이 언제 큰 피해를 받았는지 놓치기 쉽습니다.

    데본기의 위기를 생각하면 눈에 보이는 큰 물고기만큼 바닷바닥에 붙어 살던 작은 동물들도 마음에 남습니다. 살아갈 물은 있었지만, 그 물이 더는 몸을 지탱해 주지 못하는 환경이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아 있는 화석은 생명의 모양뿐 아니라, 생명이 계속 살아가기 위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도 돌아보게 합니다.

    참고한 자료
    Sahoo 외(2023), 바켄 분지의 산소 부족·황화수소 환경 연구
    Smart 외(2023), 육지 식물 확장과 바다의 산소 부족을 검토한 모형 연구
    켈바서 위기 전후의 기후·탄소 순환 연구(2024)
    Sallan·Coates(2010), 데본기 말 멸종과 척추동물 무리의 변화
    서호주 환경보전기관, 윈드자나 협곡 등의 지질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