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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에는 언제 숲이 생겼을까요? 작은 줄기에서 커다란 나무로

    숲길을 걸을 때면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과 발밑의 낙엽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서, 지구에도 숲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은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육지에 자리 잡은 작은 식물들이 처음부터 커다란 나무였던 것은 아닙니다. 낮은 줄기들이 자라던 땅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식물들이 나타나고, 나무가 모여 자라는 숲이 생기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때가 데본기입니다.

    길보아에서 발견된 에오스페르마토프테리스 줄기 화석의 박물관 전시 사진
    오래된 숲이 남긴 줄기 흔적입니다. 원래의 나무가 그대로 남은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있던 공간을 퇴적물이 채워 굳은 화석입니다. 출처: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본 변경 없음.

    오래된 숲은 바위 속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영국 서머싯과 데번 해안의 약 3억 9천만 년 전 지층에서 오래된 숲의 흔적을 보고했습니다. 칼라모피톤이라는 식물의 줄기와 가지 조각뿐 아니라, 나무가 서 있던 자리와 뿌리 흔적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연구 논문에서는 이를 당시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화석 숲의 증거로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무 화석 하나의 나이만이 아닙니다. 나무들이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함께 자랐는지, 주변에 어떤 흙과 모래가 쌓였는지도 숲을 알아보는 단서가 됩니다. 나무 한 그루의 사진과 숲 전체의 풍경이 서로 다른 정보를 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칼라모피톤은 멀리서 보면 야자나무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야자나무는 아니었고, 오늘날 나무에서 흔히 보는 넓은 잎 대신 가느다란 가지 구조를 지녔습니다.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같은 종류의 식물은 아닌 셈입니다.

    가느다란 줄기 위로 가지가 모여 난 칼라모피톤 복원 그림
    칼라모피톤의 모습을 화석을 바탕으로 그린 복원도입니다. 실제 사진이나 AI 생성 이미지가 아니라, 작가가 그린 상상 복원 그림입니다. 색과 자세까지 화석으로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출처: Falconaumanni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변경 없음.

    그루터기와 가지를 이어 보니 나무가 보였습니다

    미국 뉴욕주의 길보아에서도 오래전부터 나무 밑동 화석이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밑동만으로는 꼭대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마치 손잡이만 보고 물건 전체의 모양을 짐작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2007년 연구에서는 와티에자라는 식물의 가지 부분이 에오스페르마토프테리스라고 불리던 줄기와 밑동에 연결된 화석을 보고했습니다. 덕분에 적어도 8미터 높이로 자라는 나무 같은 식물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밑동과 가지가 따로 발견될 때보다 훨씬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것입니다. 연결된 화석을 분석한 연구가 오래된 숲의 모습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잎이 펼쳐지고, 땅속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데본기의 숲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식물이 아르카이오프테리스입니다. 가지에 붙은 잎은 얼핏 고사리처럼 보이지만, 오늘날의 고사리와 같은 식물은 아닙니다. 단단한 목질부를 만드는 줄기와 잎, 포자로 번식하는 특징을 함께 지녔습니다.

    바위에 가지런히 남은 아르카이오프테리스의 잎과 가지 화석
    아르카이오프테리스의 잎 달린 가지 일부입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의 비에르뇌위아섬에서 나온 데본기 후기 화석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출처: Ghedoghedo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변경 없음.

    나무의 변화는 땅 위에서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뉴욕주 카이로의 약 3억 8천5백만 년 전 옛 토양에서는 사방으로 넓게 뻗고 다시 갈라지는 복잡한 뿌리들이 발견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아르카이오프테리스 계통의 뿌리로 해석했습니다. 2019년 온라인으로 발표된 이 연구는 초기 숲의 땅속 구조가 예상보다 정교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뿌리는 나무를 붙잡는 말뚝이면서 물과 영양분을 얻는 통로이기도 합니다. 땅속으로 뻗은 뿌리와 떨어져 쌓인 식물 조각들은 흙과 물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나무들이 들어선 땅은 식물이 드물던 땅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아르카이오프테리스 목질부인 칼릭실론의 현미경 사진
    칼릭실론이라고 불리는 아르카이오프테리스의 목질부를 확대한 사진입니다. 잎 화석과는 다른 크기의 창으로 나무의 몸속을 들여다보는 셈입니다. 출처: K2727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변경 없음.

    나무가 있어도 꽃과 씨앗이 당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흔히 보지만, 초기 숲에 그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으면 곤란합니다. 아르카이오프테리스는 나무처럼 자라면서도 씨앗 대신 포자를 만들었습니다. 키가 커지는 변화와 씨앗이 생기는 변화가 늘 한 묶음으로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포자를 만드는 부분이 보존된 아르카이오프테리스 마킬렌타 화석
    번식과 관련된 부분이 남은 아르카이오프테리스 마킬렌타의 화석 표본입니다. 이런 흔적은 나무의 겉모습뿐 아니라 번식 방식도 알아보는 단서가 됩니다. 출처: Retallack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원본 변경 없음.

    나무가 하늘로 가지를 뻗으면 그 아래에는 그늘이 생기고, 떨어진 가지와 잎은 땅 위에 쌓입니다. 숲의 탄생은 커다란 식물이 많아진 사건이면서 다른 생명들이 살아갈 공간이 달라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다만 숲이 기후와 공기, 물의 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바꿨는지까지 하나의 화석만으로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화석 숲이라는 말을 들으면 나무 전체가 돌로 서 있는 풍경이 먼저 떠오릅니다. 실제로는 납작한 가지 한 조각이나 바닥에 남은 뿌리 자국이 숲의 흔적일 때도 있습니다. 그 작은 조각들을 이어 보면, 지금은 익숙한 나무 그늘이 지구에 자리 잡던 시간이 조금씩 보입니다.

    참고한 자료
    Davies 외(2024), 영국 데본기 초기 숲과 퇴적물의 상호작용
    Stein 외(2007), 길보아 나무의 밑동과 꼭대기를 연결한 화석
    Stein 외(2020, 온라인 발표 2019), 카이로 화석 숲의 복잡한 뿌리 구조
    Beck(1962), 아르카이오프테리스의 복원과 계통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