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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속 동물들은 왜 갑자기 다양해졌을까요? 캄브리아기 대폭발

    눈이 다섯 개 달린 동물, 머리 앞에 긴 집게 같은 기관을 내민 동물, 몸에 비늘과 가시를 두른 동물. 상상 속 생물처럼 들리지만, 모두 아주 오래전 바다에서 살았던 생명들입니다. 돌에 남은 화석을 보면 지금의 바다와는 다른 풍경이 떠오릅니다.

    에디아카라기의 납작하고 부드러운 생명들을 지나 캄브리아기에 이르면, 화석 기록에서 동물들의 모습이 한층 다양해집니다. 이 큰 변화를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부릅니다. 이름부터 요란하지만, 바닷속에서 무언가가 펑 터졌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돌에 남아 있는 오파비니아 레갈리스 화석
    오파비니아의 실제 화석 사진입니다. 살아 있을 때의 색깔이나 움직임까지 화석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Jstuby,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퍼블릭 도메인.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대폭발’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캄브리아기는 약 5억 3,900만 년 전에 시작한 지질시대입니다. 이때를 전후한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동물 무리의 몸 구조가 다양해지고, 단단한 껍데기나 골격을 가진 생물의 흔적도 뚜렷해집니다. 지구의 긴 역사로 보면 빠른 변화였지만, 사람의 시간으로는 수백만 년 이상에 걸친 변화입니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설명도 ‘폭발’이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났다는 점을 짚습니다. 생명이 이때 처음 생긴 것도 아니고, 모든 동물이 같은 날 등장한 것도 아닙니다. 앞선 시대부터 이어진 생명의 역사 위에 큰 변화가 쌓인 것입니다.

    몸통이 여러 마디로 나뉜 삼엽충 올레노이데스 세라투스 화석
    캄브리아기 삼엽충인 올레노이데스 세라투스입니다. 몸을 덮은 단단한 부분과 반복되는 몸통 마디가 보입니다. 사진: Claire H.,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CC BY-SA 2.0.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삼엽충처럼 단단한 몸 덮개를 가진 동물은 화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그렇다고 껍데기 화석이 많아진 현상만으로 이 변화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특별한 조건에서는 부드러운 몸도 보존되어, 겉모습이 전혀 다른 동물들이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기 때문입니다.

    다섯 개의 눈과 긴 주둥이를 가진 동물입니다

    오파비니아는 그 낯선 바다를 잘 보여 줍니다. 몸 앞쪽에는 눈이 다섯 개 있고, 길게 뻗은 기관의 끝에는 먹이를 붙잡는 데 쓰였을 것으로 보는 구조가 있습니다. 몸 양옆에는 반복되는 넓적한 부분이 있고, 뒤에는 꼬리 부채가 있습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몸의 특징을 하나씩 보면 왜 연구자들이 주목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박물관의 오파비니아 표본 연구 설명에 따르면 몸길이는 앞쪽의 긴 기관을 빼고 약 4.3~7cm입니다. 낯설게 생겼다고 해서 거대한 괴물은 아니었던 셈입니다. 다만 일부 몸 구조와 생활 방식에는 여전히 연구할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된 위왁시아 화석
    위왁시아 화석입니다. 몸을 덮던 비늘 같은 구조와 길게 뻗은 가시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진: Jstuby,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퍼블릭 도메인.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위왁시아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의 위왁시아 설명은 이 동물을 비늘 같은 구조와 가시로 덮인, 민달팽이처럼 생긴 생물로 소개합니다. 오늘날의 민달팽이와 같은 동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익숙한 모양에 빗대어 당시의 낯선 몸을 이해해 보는 것입니다.

    무서운 사냥꾼의 식단도 다시 살펴봅니다

    아노말로카리스도 빠질 수 없습니다. 몸 앞쪽의 가시 달린 부속지 때문에 오래전부터 강력한 사냥꾼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모습만 보고 무엇이든 부수어 먹었을 것이라고 단정하면, 실제 생활과 멀어질 수 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소장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 화석 표본 USNM PAL 304036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의 화석 표본입니다. 사진 한 장의 인상보다 여러 표본과 몸 구조 분석이 생활 방식을 알아내는 데 중요합니다. 사진: Han Zeng / Smithsonian,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CC0 1.0.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2023년 연구에서는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의 앞쪽 부속지를 입체 모형으로 만들고, 먹이를 잡을 때 받는 힘과 물속에서의 움직임을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삼엽충처럼 단단한 먹이를 강하게 붙잡으면 부속지가 손상될 수 있으며, 부드러운 먹이를 빠르게 쫓는 생활에 더 알맞았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자연사박물관의 소개에서 이 해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냥을 촬영한 기록은 없으므로, 이것은 몸의 구조를 바탕으로 검토한 연구 결과입니다. 같은 아노말로카리스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종의 차이를 살펴야 합니다. 새로운 분석이 더해지면 우리가 그리는 옛 바다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산속의 돌에서 바다의 흔적을 읽습니다

    캐나다 포실 리지의 레이먼드 채석장과 주변 바위층
    버제스 셰일 화석 산지의 레이먼드 채석장입니다. 지금은 산속이지만, 이곳의 암석에는 옛 바다 생명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 Smith609, Wikimedia Commons / 사진 원본과 출처 / CC BY-SA 3.0. 원본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런 생물을 알려 준 중요한 장소가 캐나다의 버제스 셰일입니다. 스미스소니언의 소장품 소개에서는 이곳 화석들이 부드러운 몸까지 드물게 보존해 당시 생물의 다양한 모습과 구조를 보여 준다고 설명합니다. 버제스 셰일은 캄브리아기의 한 시기를 담은 기록이지, ‘대폭발’의 첫날을 보여 주는 장소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동물들이 그렇게 다양해졌을까요? 산소를 비롯한 환경 조건, 몸을 만드는 발달 과정의 변화, 먹고 먹히는 관계와 경쟁 등이 함께 검토됩니다. 사냥하는 능력이 달라지면 피하거나 몸을 보호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산소 하나, 포식자 하나만을 유일한 원인으로 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박물관이 정리한 여러 설명도 환경·발달·생태 관계를 나누어 살펴봅니다.

    다섯 개의 눈도, 긴 가시도 당시에는 살아가는 몸의 일부였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패한 생명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화석 속 작은 몸들을 살펴보면, 오늘날의 동물들로 이어지는 길 주변에 얼마나 여러 모습의 생명이 있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 나뭇잎 같은 생명들이 살았던 바다, 에디아카라 이야기

    바닷속에 나뭇잎 한 장이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돌에는 누군가 타원형 누빔 방석을 꾹 눌렀다 뗀 듯한 무늬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나뭇잎도, 사람이 만든 무늬도 아닙니다. 5억 년도 더 지난 바다에서 살았던 생명들의 흔적입니다.

    지구를 뒤덮었던 큰 빙하기가 지나간 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얼음이 녹자마자 이런 생물이 한꺼번에 나타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도 아주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돌에 남은 몇 가지 흔적을 보며, 우리가 아는 동물과는 사뭇 다른 바다 생명들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돌에 남아 있는 타원형 디킨소니아 화석의 반복 무늬
    디킨소니아 화석입니다. 가운데 선을 따라 반복되는 무늬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 Verisimilus,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2.5. 사진 변경 없음.

    바다 생명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의 이름은 에디아카라기입니다. 국제층서위원회의 지질연대표에서는 약 6억 3,500만 년 전부터 약 5억 3,880만 년 전까지로 나눕니다. 그중 후반부에는 눈으로 알아볼 수 있는 크기의 여러 생물이 화석 기록에 등장합니다. 작은 미생물만 상상하던 바다에, 납작한 몸과 잎사귀 같은 몸을 가진 생명들이 함께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들을 묶어 에디아카라 생물군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조금 어렵지만, 당시 바다에 살았던 여러 생명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나의 종이나 하나의 동물 가족을 뜻하는 말은 아닙니다. 모두가 오늘날의 어느 동물 무리에 속하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의 잎사귀 모양 카르니아 화석 복제품
    카르니아 화석 복제품을 찍은 사진입니다. 실제 나뭇잎이 아니라, 옛 생물의 몸 형태를 보여 주는 전시물입니다. 사진: Kjoonlee,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4.0. 사진 변경 없음.

    누빔 방석처럼 생긴 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디킨소니아는 특히 낯설게 생겼습니다. 화석을 보면 길쭉한 타원 안에 비슷한 무늬가 줄지어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는 지렁이인지, 다른 종류의 생물인지 쉽게 정하기 어렵습니다.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날의 동물 이름표를 붙일 수는 없습니다.

    2018년 연구팀은 러시아 백해 지역의 약 5억 5,800만 년 전 디킨소니아 화석에 남은 지방 분자들을 분석했습니다. 동물과 관련된 콜레스테롤에서 유래한 분자 흔적이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디킨소니아가 동물이었다는 강한 증거로 해석했습니다. 연구를 수행한 호주국립대학교의 설명에서 이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돌에 찍힌 모양뿐 아니라 아주 작은 화학 성분도 옛 생명의 정체를 알려 주는 셈입니다. 다만 “동물이라는 증거를 찾았다”는 말과 “어떤 동물의 조상인지 모두 알아냈다”는 말은 다릅니다. 동물들 사이에서 정확히 어디에 놓아야 할지는 계속 살펴야 할 문제입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화석 표본 여섯 패널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표본을 비교한 연구 사진입니다. 검은 눈금 막대는 1cm입니다. 사진: Evans·Droser·Gehling (2017), PLOS ONE, Fig. 2 / 원본과 출처 / CC BY 4.0. 사진 변경 없음.

    화석 한 개만 보면 돌이 눌리거나 몸이 접히면서 생긴 흔적을 원래 모습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표본을 함께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2017년 연구에서는 900개가 넘는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표본을 살펴보며 몸의 모양과 자라는 규칙을 조사했습니다. 타원형의 윤곽과 반복되는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가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표본을 비교한 원문 연구에는 실제 사진과 측정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같은 바다에서도 먹는 방법은 달랐습니다

    이 생명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입이 잘 보이지 않는 화석 앞에서는 상상만으로 답을 정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몸 주변에 남은 흔적과 분자를 함께 살펴봅니다.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에 전시된 킴베렐라 표본
    킴베렐라의 몸 흔적을 보여 주는 전시 표본입니다. 디킨소니아와는 생김새가 다릅니다. 사진: Eduard Solà Vázquez (Esv),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3.0. 사진 변경 없음.

    202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킴베렐라 화석에 남은 분자들을 분석해 먹이와 소화 방식에 접근했습니다. 연구팀은 킴베렐라가 입과 소화관을 이용해 먹이를 처리했으며, 바닥의 조류와 세균이 먹이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디킨소니아는 같은 방식의 소화관 대신 몸을 통해 먹이를 흡수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해당 연구 소개에 두 생물의 차이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당시 바다를 똑같이 생긴 생물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는 곳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몸의 생김새도, 먹이를 얻는 방법도 서로 달랐습니다.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그 차이를 하나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탈리아 MUSE 과학관에 전시된 디킨소니아 복원 모형
    디킨소니아를 2배 크기로 만든 복원 모형의 사진입니다. 살아 있던 모습을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니며, 세부 모습은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 Matteo De Stefano/MUSE,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SA 3.0. 사진 변경 없음.

    부드러운 몸은 보통 쉽게 썩고 사라집니다. 그런데 일부는 퇴적물에 묻히고 몸의 윤곽이 남으면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석은 당시의 바다를 빠짐없이 찍은 사진첩이 아닙니다. 운 좋게 남은 몇 장의 기록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발견한 오래된 동물 화석”을 곧바로 “지구에서 맨 처음 태어난 동물”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앞선 생명은 흔적을 남기지 못했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돌에 남은 납작한 무늬를 바라보면, 익숙한 동물의 모습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긴 생명의 시간이 느껴집니다.

  • 지구가 거대한 눈덩이가 되었던 때가 있었을까요?

    지구본에서 바다는 파랗게 보입니다. 그런데 그 파란 부분을 얼음이 넓게 덮었던 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북극이나 남극만 추웠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구의 오랜 역사에는 적도 가까이까지 빙하가 내려왔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극심한 추위를 설명하는 생각을 눈덩이 지구, 또는 스노볼 어스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이름만 들으면 바닷속까지 통째로 얼어붙은 구슬이 떠오르지만, 연구에서 주로 따지는 것은 지표와 바다 표면의 얼음입니다. 얼음 아래 액체 상태의 바다가 남는 것과도 양립할 수 있습니다.

    북극 바다 위에 넓게 퍼져 있는 흰 해빙 조각
    오늘날 북극해의 해빙 사진입니다. 바다 표면을 덮는 얼음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로, 고대 지구를 촬영한 장면은 아닙니다. 촬영: Eric Regehr / USFW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공룡보다 훨씬 오래전의 추위입니다

    산소가 공기에 쌓이기 시작한 큰 전환은 약 24억 년 전 무렵이었습니다. 오늘 살펴볼 추위는 그보다 훨씬 뒤인 약 7억 2천만 년 전부터 6억 3천5백만 년 전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아주 긴 시간이 있습니다. 산소가 생긴 직후 지구가 곧바로 이렇게 얼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시기를 크라이오제니아기라고 부릅니다. 그 안에는 크게 두 차례의 심한 빙하기가 알려져 있습니다. 한겨울 몇 달을 견디는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긴 변화입니다. 당시에는 공룡도, 지금처럼 땅을 덮은 숲도 없었습니다.

    산 사이를 채우고 균열이 나 있는 셰퍼드 빙하의 역사 사진
    1913년에 촬영한 미국 몬태나의 셰퍼드 빙하입니다. 육지의 빙하 형태를 보여주는 비교 자료이며, 크라이오제니아기의 흔적 자체는 아닙니다. 촬영: W. C. Alden /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얼음이 늘면 더 추워질 수 있습니다

    햇볕 아래에서 어두운 옷이 더 뜨겁게 느껴진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지표도 빛을 얼마나 흡수하고 되돌려 보내는지에 따라 받는 열이 달라집니다. 눈과 얼음은 어두운 바다보다 햇빛을 많이 반사합니다.

    추워져서 얼음이 넓어지면 지구가 흡수하는 햇빛이 줄고, 그러면 더 추워져 얼음이 다시 넓어질 수 있습니다. 서로를 밀어 주는 이런 과정을 얼음과 햇빛 반사의 되먹임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모든 시작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대륙의 위치, 바닷물의 흐름, 온실가스의 양 같은 조건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얼음의 반사와 고대 기후 모형에 관한 설명

    지나간 빙하는 바위에 흔적을 남깁니다

    빙하는 가만히 놓인 얼음덩어리가 아닙니다. 천천히 움직이며 돌과 흙을 운반하고, 바닥의 암석을 긁기도 합니다. 얼음이 사라진 뒤에는 긁힌 자국이나 운반된 퇴적물이 남을 수 있습니다. 바위가 오래전 풍경의 일부를 기억하는 셈입니다.

    빙하가 지나가면서 암석 표면에 남긴 길쭉한 긁힌 자국
    빙하가 남기는 긁힌 자국의 실제 모습입니다. 고대 눈덩이 지구의 증거를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니라, 흔적이 생기는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제공: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고대의 극심한 빙하기를 연구할 때는 이런 빙하 퇴적물뿐 아니라 암석 속 자성의 방향도 함께 살핍니다. 그 방향은 암석이 형성될 당시의 위도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뜻했을 법한 낮은 위도에 빙하가 있었다는 해석이 눈덩이 지구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하나의 자국만 보고 지구 전체가 얼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바다가 빈틈없이 덮였을까요?

    여기에는 아직 논의가 남아 있습니다. 바다 표면이 거의 전부 얼음에 덮였다는 설명도 있고, 일부 지역에는 열린 물이 남았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어느 시기와 지역을 살펴보는지, 모형에 어떤 조건을 넣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6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약 7억 1천7백만 년 전부터 6억 6천만 년 전 무렵의 긴 빙하기 안에서도, 매우 추운 상태와 따뜻한 상태가 반복됐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기후와 탄소 순환을 함께 계산한 결과입니다. 오래 추웠다는 기록을 한 번도 녹지 않은 얼음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제안이지만, 이것을 확정된 당시 풍경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2026년 연구진의 설명과 논문 링크

    북극 해안 평야 앞의 바다와 해빙
    오늘날 북극 해안의 해빙입니다. 얼음과 물의 분포를 생각해 보기 위한 비교 사진이며, 고대에 열린 바다가 얼마나 있었는지를 증명하는 사진은 아닙니다. 제공: USFW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생명이 이 추위를 어떻게 견뎠는지도 중요한 질문입니다. 2019년의 한 연구는 빙하 아래에서 나온 산소를 포함한 녹은 물이 일부 바다에 생명체의 서식 공간을 유지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철질 퇴적물의 화학적 단서를 이용한 해석입니다. 모든 바다가 살기 좋았다는 뜻은 아니며, 제한된 장소가 생명의 피난처가 되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빙하 아래 녹은 물과 생존 환경에 관한 연구

    얼음을 녹이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추운 시기에도 지구 내부의 활동이 모두 멈추지는 않습니다. 화산과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공기에 쌓이면 온실효과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얼음이 물러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생각 중 하나입니다.

    물론 화산이 한 번 터져 얼음을 단번에 녹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산화탄소가 공급되는 속도와 암석의 풍화로 제거되는 속도를 긴 시간에 걸쳐 함께 봐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2026년 연구도 이 두 과정의 균형이 달라지면서 얼고 녹는 변화가 반복됐을 가능성을 살폈습니다.

    하와이 킬라우에아 분화구에서 올라오는 화산 가스 기둥
    2008년 하와이 킬라우에아의 화산 가스입니다. 기둥에는 수증기와 여러 가스, 미세 입자가 섞여 있으며 이산화탄소 자체가 하얗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고대 해빙 과정을 촬영한 장면은 아닙니다. 제공: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눈덩이 지구를 알아갈수록 “얼마나 추웠을까”만큼이나 “그 속에서 생명이 어떻게 이어졌을까”가 궁금해집니다. 오래된 암석과 작은 생명의 흔적은 그 질문에 조금씩 답을 보탭니다. 지금의 푸른 바다가 늘 같은 모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

  • 지구의 공기에는 어떻게 산소가 생겼을까요?

    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들어오고, 그 안의 산소가 우리 몸에서 쓰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잊기 쉽지만, 지구의 공기가 처음부터 지금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바다가 생기고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기 시작한 뒤에도, 공기 중에는 우리가 호흡에 사용하는 산소 분자, 즉 O₂가 아주 적었습니다. 생명이 먼저 자리 잡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공기의 모습까지 바뀐 셈입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커다란 숲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있었습니다.

    위성에서 관측한 물 위의 청록색 시아노박테리아 분포
    오늘날 시아노박테리아가 퍼진 모습을 위성으로 관측한 영상입니다. 고대 바다를 촬영한 사진은 아닙니다. 제공: NASA, USGS 자료 페이지. 사진 출처

    아주 작은 생명이 햇빛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햇빛을 이용해 살아가는 세균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물속에서 광합성을 하는 작은 생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남세균이 바로 이 무리입니다.

    이들은 빛의 에너지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몸에 필요한 유기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내놓습니다. 잎이 있는 나무가 나타나기 훨씬 전에도, 미생물이 이런 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광합성이라고 모두 산소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산소를 내놓지 않는 방식의 광합성도 있어서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한 현대 시아노박테리아 군체와 주변의 작은 세균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오늘날의 시아노박테리아 군체입니다. 형광을 이용한 관찰 사진으로, 맨눈에 보이는 색과는 다릅니다. 고대 미생물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는 아닙니다. 촬영: Barry Rosen /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언제 처음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이 시작됐는지는 아직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암석에는 단서가 남아 있지만, 그 단서를 만든 생물과 당시 환경을 정확히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날부터 산소가 생겼습니다”처럼 하나의 날짜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산소가 생겨도 공기에 바로 쌓이지는 않았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어도 배수구가 열려 있으면 물이 쉽게 고이지 않습니다. 산소도 만들어지는 양만큼 공기에 남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닷물과 암석 속의 여러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산소를 소비했기 때문입니다. 이 비유에서 배수구는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산소를 없애는 여러 반응을 뜻합니다.

    철은 그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 철이 산소와 반응해 녹이 생기는 것처럼, 고대 바다에 녹아 있던 철도 산화되면서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물질이 바닥에 쌓인 기록을 오래된 암석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붉은 층과 어두운 층이 번갈아 나타나는 미네소타 줄무늬 철질 암석
    약 26억 9천만 년 전 형성된 미네소타의 줄무늬 철질 암석입니다. 오래된 바다의 화학 변화를 살펴보는 자료 중 하나입니다. 촬영: James St. John, CC BY 2.0 / USGS 자료 페이지. 사진 출처

    그렇다고 줄무늬 철질 암석 하나만 보고 당시 공기 중 산소의 양을 곧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철을 산화시키는 과정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암석의 성분과 나이를 함께 비교하며 과거의 환경을 추적합니다.

    약 24억 년 전, 공기의 변화가 뚜렷해졌습니다

    지구 역사에서 공기 중 산소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큰 전환을 대산화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대략 24억 년 전 무렵의 변화로 설명하지만, 연구에서 다루는 시작과 끝의 범위는 조금씩 다릅니다. 이름에 “사건”이 들어가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뒤집힌 일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변화입니다.

    그보다 앞선 시기의 암석에서도 일부 바다에 산소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바다의 어떤 곳에 산소가 있는 것과, 지구 전체의 대기에 산소가 계속 남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얕은 바다에서 시작된 변화가 공기의 큰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조건이 맞아야 했습니다. 관련 연구 소개와 원논문 링크

    현미경에서 보이는 실 모양의 현대 시아노박테리아 Aphanizomenon
    실처럼 이어진 오늘날의 시아노박테리아입니다. 작은 생물도 여러 형태로 살아갑니다. 고대 바다의 생물을 직접 촬영한 사진은 아닙니다. 촬영: Barry H. Rosen /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여기서 기억할 점은 산소가 늘기 시작했다고 바로 지금처럼 숨 쉬기 좋은 공기가 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후에도 산소의 양은 긴 시간에 걸쳐 달라졌습니다. 암석의 화학 성분과 계산 모형을 이용해 당시 산소 수준을 추정하지만, 정확한 양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습니다. 고대 대기 산소 수준을 다룬 연구

    바다의 작은 생명은 지금도 산소를 만듭니다

    이 이야기를 먼 옛날 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도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광합성을 하는 세균들이 산소를 만듭니다. 오늘날 지구에서 일어나는 산소 생산의 대략 절반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바다가 산소를 만들었다”와 “그 산소가 전부 공기에 더해졌다”는 같은 뜻이 아닙니다. 바다의 생물도 호흡하고, 죽은 생물이 분해될 때도 산소가 쓰입니다. 생산과 소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의 산소에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쌓여 온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바다의 산소 생산과 소비에 관한 자료

    현미경으로 관찰한 방사형으로 뻗은 현대 시아노박테리아 군체
    오늘날 호수에서 채집해 관찰한 시아노박테리아입니다. 사진 속 생물을 고대의 산소 생산자와 같은 종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촬영: Viviana Mazzei /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생명이 공기의 역사를 바꿨다는 사실이 인상적입니다. 한 번의 숨에는 지금 주변의 나무와 바다뿐 아니라, 오래전 물속에서 살아가던 작은 생명들의 흔적도 이어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 지구의 첫 생명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바다가 생긴 뒤의 지구를 떠올리면 어떤 풍경이 보이시나요? 물고기가 헤엄치거나 해변에 풀이 자라는 모습이 먼저 생각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지구에서 찾아야 할 생명의 흔적은 훨씬 작습니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그 미생물들이 남긴 암석 속 무늬입니다.

    아주 오래된 얕은 바다와 층이 쌓인 미생물 구조를 표현한 AI 상상도
    오래전 얕은 물가의 미생물 세계를 떠올려 본 AI 상상도입니다. 바다의 색과 화산, 조명은 시각적 연출이며 특정 장소나 생명의 탄생 순간을 복원한 사진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바다가 생기자마자 생명도 곧바로 태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이 머물 수 있는 환경과 생명이 실제로 살아간 환경은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그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면, 살아 있는 것이 어떻게 시작됐을지 생각하는 일과 오래된 증거를 찾는 일을 함께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생명들의 세계였습니다

    초기 생명을 이야기할 때 중심이 되는 것은 미생물입니다. 미생물은 이름 그대로 아주 작은 생물입니다. 몸집이 작아도 주변 물질을 이용하고, 자신을 유지하고, 자손을 남기는 일은 생명에게 중요합니다. 다만 오늘날 볼 수 있는 세균의 모습이 최초 생명과 똑같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최초의 생물이 어떤 구조였는지, 그보다 앞선 단계가 어땠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입니다.

    광물 알갱이 사이에 모인 단순한 미생물과 얇은 막을 확대한 AI 개념도
    작은 미생물들이 모여 얇은 막을 이루는 모습을 크게 표현한 AI 개념도입니다. 실제 현미경 사진이 아니며 최초 생물의 모양을 확정한 그림도 아닙니다. 색과 크기는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입니다.

    아주 오래된 생명의 기록을 살펴보면 하나의 생물이 혼자 남긴 흔적보다 여러 미생물이 함께 살았던 자리가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물가에 얇은 미생물 막이 생기고 그 위에 작은 퇴적물이 붙거나 광물이 쌓이면, 시간이 흐르면서 층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층이 겹겹이 남은 구조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스트로마톨라이트입니다.

    작은 생명은 돌에 겹겹이 흔적을 남겼습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이름은 조금 길지만, 사진 속 줄무늬를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얇은 종이를 여러 장 포개 놓은 것처럼 층이 이어져 있습니다. 미생물의 몸이 그대로 커다란 돌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생물의 활동과 퇴적물, 광물이 함께 만들어 낸 구조가 암석으로 남은 것입니다.

    서호주 필바라 스트로마톨라이트의 겹겹이 굽은 내부 층을 보여 주는 실제 암석 사진
    겹겹이 이어진 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서호주 필바라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실제 사진입니다. 출처: NASA/JPL-Caltech. 원본 사진과 설명

    호주 서부의 드레서 지층에는 약 35억 년 전 미생물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습니다. 2019년 연구에서는 지표에서 풍화된 부분 아래의 암석을 조사해, 광물 속 유기물과 미생물 막의 잔해로 해석되는 가느다란 흔적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줄무늬 모양만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도 확인한 것입니다. Baumgartner 등, 2019년 원 연구

    호주에서 촬영한 약 35억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 암석의 실제 사진
    USGS가 약 35억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소개한 호주의 실제 암석 사진입니다. 오래전 생명의 흔적을 오늘날의 암석에서 찾습니다. 사진: Beatriz Ribeiro da Luz /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여기서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층이 있는 돌이라고 모두 생명의 흔적은 아닙니다. 생물이 없어도 비슷한 모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층의 모양뿐 아니라 주변 지층, 광물, 화학 성분을 함께 살펴봅니다. 오래된 돌을 읽는 일은 낡은 일기장에서 글자가 남은 부분과 번진 부분을 구별하는 일과 닮았습니다. NASA의 생명 흔적 조사 설명

    생명이 시작된 곳은 아직 찾고 있습니다

    생명의 출발점을 찾는 연구에서는 깊은 바다의 열수 분출구와 육지의 온천 같은 장소를 살펴봅니다. 물, 광물, 에너지가 만나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바닷속 열수 분출구는 틈으로 들어간 바닷물이 지하의 열에 데워졌다가 다시 나오는 곳입니다. 오늘날 그 주변에는 화학 반응에서 얻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미생물과 그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햇빛이 없는 곳에도 생태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실제 사례입니다. NOAA의 열수 분출구 설명

    검은 분출물이 올라오고 동물들이 붙어 있는 오늘날 바닷속 열수 분출구 실제 사진
    오늘날 열수 분출구의 실제 탐사 사진입니다. 주변의 새우와 게 등은 현재의 생물이며 초기 지구의 동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검게 보이는 것은 광물 입자를 포함한 분출물입니다. 출처: NOAA Ocean Exploration, 2016 Deepwater Exploration of the Marianas. 사진 출처

    육지의 뜨거운 물가에서도 오래된 단서를 찾았습니다. 2017년 연구는 약 34억 8천만 년 전 드레서 지층의 일부 퇴적물을 온천 환경으로 해석하고, 그곳에서 미생물 활동의 흔적을 보고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그런 환경에서 생명이 살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곳에서 최초 생명이 탄생했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살아간 장소를 찾는 것과 맨 처음 시작된 장소를 찾는 것은 다릅니다. Djokic 등, 2017년 원 연구

    오래된 흔적과 생명의 생일은 다릅니다

    약 35억 년 전의 생명 흔적을 찾았다는 말은 생명이 꼭 35억 년 전에 처음 시작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살았던 생물이 있었더라도 흔적이 남지 않았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더 오래된 암석에서 생명의 흔적이라고 제안된 발견들도 있지만, 암석의 나이와 흔적이 만들어진 원인을 두고 검토가 이어집니다. 최초 생명의 날짜와 장소를 한 문장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Dodd 등, 2017년 오래된 열수 퇴적물 연구

    그래서 오래된 지구의 생명을 볼 때는 두 질문을 나누어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생명이 살았을까요?”와 “이곳에서 생명이 처음 시작됐을까요?”입니다. 첫 질문에 도움이 되는 증거가 두 번째 질문의 답까지 모두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생명의 역사를 생각하면 커다란 동물이 먼저 떠오르지만, 아주 오래된 기록은 작은 생명들이 함께 살던 자리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암석 속 얇은 층과 가느다란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작은 미생물의 자취를 하나씩 확인하는 일이, 우리가 살아 있는 지구를 이해하는 데 이렇게 큰 역할을 합니다.

  • 지구의 첫 바다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바닷가에 서면 끝없이 펼쳐진 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파도가 밀려오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구에도 바다가 없던 때가 있었습니다. 뜨거운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구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물이 모였을까요?

    DSCOVR 위성이 촬영한 바다와 구름으로 덮인 오늘날의 지구
    오늘날의 지구를 찍은 실제 위성 사진입니다. 2015년 7월 6일 DSCOVR의 EPIC 관측 자료로 만든 영상이며, 초기 지구의 모습은 아닙니다. 출처: NASA / DSCOVR EPIC team. 원본과 설명

    물은 처음에 어디에 있었을까요?

    초기 지구의 물을 생각할 때는 두 가지를 나누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하나는 물을 이루는 재료가 어디에서 왔느냐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그 물이 어떻게 지표에 모였느냐는 질문입니다.

    지구를 만든 물질과 이후 지구에 들어온 작은 천체들은 물의 기원을 알아보는 중요한 연구 대상입니다. 물이 얼마나 들어왔고 어떤 경로가 더 큰 역할을 했는지는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혜성 하나가 날아와 바다를 한꺼번에 채웠다고 생각하면 실제 과정을 너무 간단하게 보는 셈입니다. NASA의 물의 기원 설명

    지구 내부에도 물을 이루는 성분이 있었습니다. 뜨거운 암석에서 빠져나온 수증기와 여러 기체가 대기에 더해졌고, 지구가 식으면서 물이 지표에 머물 수 있는 조건도 달라졌습니다.

    초기 지구의 화산과 뜨거운 암석에서 수증기가 나오는 장면을 그린 AI 상상도
    뜨거운 초기 지구에서 기체가 빠져나오는 과정을 표현한 AI 상상도입니다. 색감과 조명은 이해를 돕기 위한 시각적 연출이며 실제 사진이 아닙니다.

    식어가는 지구에 비가 내렸습니다

    주전자에서 나온 수증기가 차가운 뚜껑에 닿으면 물방울이 맺힙니다. 수증기가 식어 액체 물로 바뀌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예입니다. 지구에서도 냉각은 물이 모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표면과 대기의 조건이 달라지면서 수증기가 물방울로 바뀌고 비로 내려 지표의 낮은 곳에 모일 수 있었습니다. 물이 흘러들고 다시 증발하는 과정 속에서 바다가 자리 잡아 갔습니다. 물론 행성의 변화가 주전자처럼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대기의 압력과 성분, 내부에서 올라오는 열도 함께 영향을 주었습니다. NOAA의 바다 형성 설명

    비가 내리는 검은 암석 지형의 낮은 곳에 초기 바다가 모이는 AI 상상도
    비와 냉각으로 지표에 물이 모이는 과정을 표현한 AI 상상도입니다. 당시의 해안 모양과 하늘을 정확히 복원한 사진은 아닙니다.

    여기서 “처음 비가 내린 날이 언제였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하지만 바다의 시작을 달력의 날짜처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주 오래된 지구의 기록은 많이 사라졌고, 남아 있는 단서도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결정이 아주 오래된 물을 알려줍니다

    서호주 잭힐스에서 발견된 지르콘이라는 광물에는 약 44억 년 전 만들어진 작은 결정이 있습니다. 지구가 태어난 뒤 비교적 이른 시기의 흔적입니다. 주변 암석이 변하고 닳아 없어지는 동안에도 일부 결정은 오래전 정보를 간직했습니다.

    NASA ASTER가 관측한 서호주 잭힐스 지역의 실제 위성 영상
    오래된 지르콘이 발견된 서호주 잭힐스 일대의 실제 위성 영상입니다. 2004년 ASTER 관측 자료이며 색상은 관측 자료를 표현한 것입니다. 광물 자체의 사진은 아닙니다. 출처: NASA/GSFC/METI/ERSDAC/JAROS 및 U.S./Japan ASTER Science Team. 원본과 설명

    연구자들은 결정의 나이와 화학적 특징을 살펴 당시 암석이 물의 영향을 받았는지 추적합니다. 잭힐스 지르콘의 분석은 아주 이른 지구에도 액체 물이 존재할 수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지구가 처음부터 오랫동안 온통 끓는 암석으로만 덮여 있었다는 그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단서입니다. NASA의 지르콘 연구 해설

    다만 작은 결정 하나가 당시 바다의 넓이와 깊이를 모두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약 44억 년 전 물의 흔적이 있다는 것과, 지금 같은 바다가 그때 완성됐다는 말은 다릅니다. 바다가 시작된 시기를 이야기할 때 이런 차이를 함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첫 바다는 지금의 바다와 달랐을 것입니다

    오늘날 바다에는 대륙의 해안선과 섬, 산호초와 수많은 생물이 있습니다. 처음 물이 모이던 지구에 지금의 지도를 그대로 펼쳐 놓을 수는 없습니다. 암석과 지형, 대기와 바닷물은 긴 시간 동안 계속 변해 왔습니다.

    오늘날 바다의 수면을 담은 NOAA의 실제 사진
    오늘날의 바다를 담은 실제 사진입니다. 최초의 바다를 찍은 사진은 아니며 현재 바다와 비교하기 위해 넣었습니다. 출처: NOAA National Ocean Service. 사진과 설명

    바다의 탄생을 살펴보면 물이 있다는 사실만큼, 물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뜨거웠던 지구가 열을 잃고, 수증기가 물방울이 되고, 낮은 땅에 물이 모이는 변화가 이어졌습니다.

    지금 눈앞의 파도는 익숙하지만, 그 물을 담고 있는 지구의 역사는 참 오래됐습니다. 바다를 바라보며 그 시작을 떠올리면 평범해 보이던 풍경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4천만 년으로 추정됩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계산으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지구에서 발견된 오래된 광물, 달의 암석, 운석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 얻은 값입니다.

    그렇다면 45억 년 전,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됐을까요?

    현재의 푸른 바다와 대륙을 떠올리면 안 됩니다. 초기 지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천체였습니다.

    지구는 태양과 함께 만들어졌다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이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중심에는 태양이 형성됐고, 그 주변에는 먼지와 암석 물질이 원반 형태로 남았습니다.

    어린 태양을 둘러싼 가스와 먼지의 원시행성계 원반
    태양계 형성 초기, 어린 태양 주변에 펼쳐진 가스와 먼지 원반의 상상도.

    이 작은 물질들은 서로 부딪치고 달라붙기를 반복했습니다.

    먼지 알갱이는 점점 큰 암석 덩어리가 되었고, 다시 수십~수백 킬로미터 규모의 미행성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미행성들이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이 수천만 년 동안 계속되면서 원시 지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미행성들이 충돌하고 합쳐지며 성장하는 원시 지구
    작은 암석 천체들의 충돌과 합체로 성장하는 원시 지구의 상상도.

    즉 지구는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난 행성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천체가 오랜 시간 합쳐진 결과입니다.

    초기 지구는 왜 그렇게 뜨거웠을까?

    흔히 초기 지구를 ‘거대한 불덩어리’라고 표현합니다.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 내부와 상당 부분의 표면이 녹아 있던 시기가 반복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미행성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에너지, 지구 내부로 무거운 철과 니켈이 가라앉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 그리고 방사성 원소의 붕괴가 초기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기에 철과 니켈 같은 무거운 물질은 중심부로 내려가 핵을 만들었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물질은 위쪽에 남아 맨틀과 초기 지각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지구의 금속 핵과 규산염 맨틀을 나타낸 개념 단면
    무거운 금속이 중심으로 내려가며 핵과 맨틀이 분화하는 모습을 표현한 개념도.

    오늘날 지구가 핵·맨틀·지각이라는 층상 구조를 갖게 된 출발점입니다.

    달의 탄생은 지구 역사와 연결돼 있다

    초기 지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달의 형성입니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거대 충돌 가설’입니다.

    약 45억 년 전, 원시 지구와 화성 정도 크기의 천체가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온 물질들이 지구 궤도에 모여 달을 형성했다는 설명입니다.

    충돌한 가상의 천체는 흔히 테이아(Theia)라고 부릅니다.

    원시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로 우주에 방출되는 물질
    달의 탄생을 설명하는 거대 충돌 가설의 상상도. 충돌의 세부 조건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다만 세부 과정까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충돌의 각도와 속도, 달이 얼마나 빠르게 형성됐는지 등은 지금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달의 탄생이 지구의 자전과 내부 구조, 이후의 환경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물은 매우 일찍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지구가 오랫동안 극도로 뜨거워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호주 서부 잭힐스에서 발견된 아주 오래된 지르콘 결정이 이 생각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지르콘의 나이는 약 44억 년에 이릅니다.

    이 광물에 남아 있는 산소 동위원소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당시 지각이 액체 상태의 물과 상호작용했을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지구가 형성된 지 불과 약 1억~2억 년 뒤에 이미 비교적 안정된 지각과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44억 년 전에 지금과 같은 넓은 바다가 있었다는 사실이 직접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지르콘은 당시 지표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일 뿐입니다.

    이처럼 과학에서는 확인된 사실과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해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초의 대기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초기 지구의 대기는 현재와 크게 달랐습니다.

    오늘날 대기의 약 21%는 산소이지만, 초기 지구에는 자유 산소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

    화산 활동 등을 통해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 등 여러 기체가 방출되면서 초기 대기가 형성됐고, 지구가 냉각되면서 수증기의 일부가 응결해 물로 변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표면에는 바다가 형성됐고, 대기와 해양은 지질 활동과 생명체의 등장에 따라 계속 변화했습니다.

    화산성 암석 해안과 물, 비와 수증기로 표현한 초기 지구
    냉각된 지표와 물, 화산 활동이 공존하는 초기 지구의 상상도. 44억 년 전 넓은 바다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숨 쉬는 산소가 풍부한 대기는 훨씬 뒤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구의 초기 역사는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지구가 형성된 뒤 약 40억 년 전까지의 시기를 하데스 누대(Hadean Eon)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암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구에서는 판 구조 운동, 화산 활동, 침식, 변성 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지각 대부분은 재활용되거나 파괴됐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극히 오래된 지르콘, 운석, 달 암석, 동위원소 분석 등을 이용해 지구의 초기 역사를 역추적합니다.

    45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초기 지구의 역사는 남아 있는 작은 증거들을 하나씩 맞춰 복원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질문이 남는다

    지구는 약 45억 년 전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 지각이 형성되고, 물과 대기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훨씬 더 흥미로운 문제가 등장합니다.

    생명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단순한 암석 행성이었던 지구가 어떻게 생명으로 가득 찬 행성이 됐는지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입니다.

    코스모스파일의 다음 기록에서는 ‘지구 최초의 바다는 언제 만들어졌을까?’를 중심으로,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