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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석탄 속에는 어떻게 옛 숲이 들어갔을까요?

    검은 석탄 한 조각을 보고 초록빛 숲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손에 묻어나는 검은 가루와 단단한 표면에서는 나뭇잎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돌의 출발점에는 오래전 땅 위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있습니다.

    잎과 줄기, 나무껍질 같은 식물의 몸이 쌓이고 땅속에 묻히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다른 모습으로 바뀐 것입니다. 숲이 어느 날 갑자기 검은 돌로 굳은 것은 아닙니다. 석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식물이 자라는 일 외에도 여러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검은빛의 역청탄입니다. 식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출발점은 오래전 쌓인 식물 잔해입니다.
    검은빛의 역청탄입니다. 식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출발점은 오래전 쌓인 식물 잔해입니다. 출처: Amcyrus2012. CC BY 4.0. 원본 변경 없음.

    나무가 쓰러진다고 모두 석탄이 되지는 않습니다

    숲 바닥에 떨어진 잎을 떠올려 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잘게 부서지고, 미생물과 여러 생물의 활동으로 분해됩니다. 식물의 몸을 이루던 물질도 주변 환경으로 돌아갑니다. 나무가 많이 자란 자리라고 해서 그 아래에 반드시 석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고인 습지에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에 잠긴 땅속으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식물 잔해가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분해되어 사라지는 양보다 쌓이는 양이 많아지면, 식물 조각이 섞인 이탄층이 두꺼워질 수 있습니다. 이탄은 석탄으로 가는 출발 재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땅속에 묻힌 뒤에도 변화는 계속됩니다

    이탄 위로 모래와 진흙 같은 퇴적물이 쌓이면 식물 잔해가 땅속에 묻힙니다. 위에서 누르는 무게로 층이 눌리고 물이 빠져나가며, 땅속의 열을 받으면서 성분도 달라집니다. 이 과정을 석탄화라고 부릅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기다리는 것만이 아닙니다. 얼마나 깊이 묻혔는지, 어떤 온도를 겪었는지 등도 석탄의 성질에 영향을 줍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묻힘에 따른 압축과 열의 작용으로 이탄이 석탄으로 변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USGS 석탄 형성 자료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포인트 아코니에서 드러난 석탄층입니다. 주변 암석 사이에 검은 띠처럼 이어집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포인트 아코니에서 드러난 석탄층입니다. 주변 암석 사이에 검은 띠처럼 이어집니다. 출처: Michael C. Rygel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변경 없음.

    사진 속 검은 띠가 바로 석탄층입니다. 그 위아래의 암석까지 함께 보면 식물 잔해만 쌓인 시간이 아니라, 모래와 진흙이 들어와 그 자리를 덮은 시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절벽에 드러난 한 줄의 층에는 이런 변화가 겹쳐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석탄 등급 그림입니다. 갈탄(lignite), 아역청탄(subbituminous), 역청탄(bituminous), 무연탄(anthracite)을 비교합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석탄 등급 그림입니다. 갈탄(lignite), 아역청탄(subbituminous), 역청탄(bituminous), 무연탄(anthracite)을 비교합니다. 출처: Stanley P. Schweinfurth / USGS. 미국 연방정부 자료, 퍼블릭 도메인. 원본 변경 없음.

    석탄에는 갈탄, 아역청탄, 역청탄, 무연탄처럼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 대체로 석탄화가 진행될수록 수분과 휘발성 성분이 줄고 탄소의 비율이 달라집니다. 다만 모든 석탄이 지금도 똑같은 속도로 다음 등급을 향해 변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 석탄층이 겪은 땅속 환경이 중요합니다.

    석탄기의 숲은 지금의 숲과 달랐습니다

    석탄기라는 이름에는 석탄이라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그 시대에 만들어진 풍부한 석탄층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그렇다고 당시 지구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늪지 숲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식물이 잘 자라고 그 잔해가 쌓이고 묻히기 좋은 지역에서 석탄의 재료가 보존됐습니다.

    그런 습지에는 인목처럼 커다랗게 자라는 석송류 등 여러 식물이 살았습니다. 오늘날의 소나무 숲이나 참나무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식물의 줄기와 잎, 땅속 기관 화석은 당시 숲을 알아보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미시간대학교 화석 자료에서도 인목과 스티그마리아를 석탄기 습지 식물의 흔적으로 소개합니다.

    석탄기 식물의 땅속 기관인 스티그마리아 화석입니다. 동그란 흔적이 남은 표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석탄기 식물의 땅속 기관인 스티그마리아 화석입니다. 동그란 흔적이 남은 표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출처: IvanSakhno. CC BY 4.0. 원본 변경 없음.

    스티그마리아 표면의 동그란 자국들은 땅속에서 뻗었던 작은 뿌리 모양 기관들이 붙어 있던 흔적입니다. 잎이 떨어진 자리나 땅속 기관의 자국처럼 작은 특징이 남아 있어서, 식물이 이미 사라진 뒤에도 몸의 구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검은 돌에 남은 것은 숲만이 아닙니다

    무연탄의 모습입니다. 석탄은 묻힌 뒤 받은 열과 변화의 정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무연탄의 모습입니다. 석탄은 묻힌 뒤 받은 열과 변화의 정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출처: USGS · Minerals in Your World. 미국 연방정부 자료, 퍼블릭 도메인. 원본 변경 없음.

    모든 석탄이 석탄기에 생긴 것도 아닙니다. 지구의 다른 시대에도 식물 잔해가 보존되고 묻혀 석탄이 만들어졌습니다. 석탄이라는 이름만으로 나이를 정할 수는 없고, 주변 지층과 화석 같은 증거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석탄 한 조각에는 식물이 햇빛을 받으며 자란 시간, 물이 고인 자리에서 잔해가 쌓인 시간, 땅속에 묻혀 열을 받은 시간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겉으로는 작은 검은 돌이지만, 그 안에는 숲과 물과 땅이 함께 만든 긴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