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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뭇잎 같은 생명들이 살았던 바다, 에디아카라 이야기

    바닷속에 나뭇잎 한 장이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돌에는 누군가 타원형 누빔 방석을 꾹 눌렀다 뗀 듯한 무늬가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나뭇잎도, 사람이 만든 무늬도 아닙니다. 5억 년도 더 지난 바다에서 살았던 생명들의 흔적입니다.

    지구를 뒤덮었던 큰 빙하기가 지나간 뒤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얼음이 녹자마자 이런 생물이 한꺼번에 나타났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도 아주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은 돌에 남은 몇 가지 흔적을 보며, 우리가 아는 동물과는 사뭇 다른 바다 생명들을 만나 보려고 합니다.

    돌에 남아 있는 타원형 디킨소니아 화석의 반복 무늬
    디킨소니아 화석입니다. 가운데 선을 따라 반복되는 무늬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 Verisimilus,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2.5. 사진 변경 없음.

    바다 생명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의 이름은 에디아카라기입니다. 국제층서위원회의 지질연대표에서는 약 6억 3,500만 년 전부터 약 5억 3,880만 년 전까지로 나눕니다. 그중 후반부에는 눈으로 알아볼 수 있는 크기의 여러 생물이 화석 기록에 등장합니다. 작은 미생물만 상상하던 바다에, 납작한 몸과 잎사귀 같은 몸을 가진 생명들이 함께 보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들을 묶어 에디아카라 생물군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이 조금 어렵지만, 당시 바다에 살았던 여러 생명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하나의 종이나 하나의 동물 가족을 뜻하는 말은 아닙니다. 모두가 오늘날의 어느 동물 무리에 속하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립과천과학관의 잎사귀 모양 카르니아 화석 복제품
    카르니아 화석 복제품을 찍은 사진입니다. 실제 나뭇잎이 아니라, 옛 생물의 몸 형태를 보여 주는 전시물입니다. 사진: Kjoonlee,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4.0. 사진 변경 없음.

    누빔 방석처럼 생긴 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디킨소니아는 특히 낯설게 생겼습니다. 화석을 보면 길쭉한 타원 안에 비슷한 무늬가 줄지어 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는 지렁이인지, 다른 종류의 생물인지 쉽게 정하기 어렵습니다.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오늘날의 동물 이름표를 붙일 수는 없습니다.

    2018년 연구팀은 러시아 백해 지역의 약 5억 5,800만 년 전 디킨소니아 화석에 남은 지방 분자들을 분석했습니다. 동물과 관련된 콜레스테롤에서 유래한 분자 흔적이 중요한 단서가 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이를 디킨소니아가 동물이었다는 강한 증거로 해석했습니다. 연구를 수행한 호주국립대학교의 설명에서 이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돌에 찍힌 모양뿐 아니라 아주 작은 화학 성분도 옛 생명의 정체를 알려 주는 셈입니다. 다만 “동물이라는 증거를 찾았다”는 말과 “어떤 동물의 조상인지 모두 알아냈다”는 말은 다릅니다. 동물들 사이에서 정확히 어디에 놓아야 할지는 계속 살펴야 할 문제입니다.

    서로 다른 크기의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화석 표본 여섯 패널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표본을 비교한 연구 사진입니다. 검은 눈금 막대는 1cm입니다. 사진: Evans·Droser·Gehling (2017), PLOS ONE, Fig. 2 / 원본과 출처 / CC BY 4.0. 사진 변경 없음.

    화석 한 개만 보면 돌이 눌리거나 몸이 접히면서 생긴 흔적을 원래 모습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표본을 함께 보는 일이 필요합니다. 2017년 연구에서는 900개가 넘는 디킨소니아 코스타타 표본을 살펴보며 몸의 모양과 자라는 규칙을 조사했습니다. 타원형의 윤곽과 반복되는 구조가 어떻게 유지되는지가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표본을 비교한 원문 연구에는 실제 사진과 측정 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같은 바다에서도 먹는 방법은 달랐습니다

    이 생명들이 무엇을 먹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입이 잘 보이지 않는 화석 앞에서는 상상만으로 답을 정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몸 주변에 남은 흔적과 분자를 함께 살펴봅니다.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에 전시된 킴베렐라 표본
    킴베렐라의 몸 흔적을 보여 주는 전시 표본입니다. 디킨소니아와는 생김새가 다릅니다. 사진: Eduard Solà Vázquez (Esv),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 3.0. 사진 변경 없음.

    2022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킴베렐라 화석에 남은 분자들을 분석해 먹이와 소화 방식에 접근했습니다. 연구팀은 킴베렐라가 입과 소화관을 이용해 먹이를 처리했으며, 바닥의 조류와 세균이 먹이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디킨소니아는 같은 방식의 소화관 대신 몸을 통해 먹이를 흡수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호주국립대학교의 해당 연구 소개에 두 생물의 차이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당시 바다를 똑같이 생긴 생물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는 곳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몸의 생김새도, 먹이를 얻는 방법도 서로 달랐습니다.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그 차이를 하나씩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탈리아 MUSE 과학관에 전시된 디킨소니아 복원 모형
    디킨소니아를 2배 크기로 만든 복원 모형의 사진입니다. 살아 있던 모습을 직접 촬영한 사진이 아니며, 세부 모습은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 Matteo De Stefano/MUSE, Wikimedia Commons / 원본과 출처 / CC BY-SA 3.0. 사진 변경 없음.

    부드러운 몸은 보통 쉽게 썩고 사라집니다. 그런데 일부는 퇴적물에 묻히고 몸의 윤곽이 남으면서,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화석은 당시의 바다를 빠짐없이 찍은 사진첩이 아닙니다. 운 좋게 남은 몇 장의 기록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발견한 오래된 동물 화석”을 곧바로 “지구에서 맨 처음 태어난 동물”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앞선 생명은 흔적을 남기지 못했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돌에 남은 납작한 무늬를 바라보면, 익숙한 동물의 모습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긴 생명의 시간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