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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본기는 왜 물고기의 시대라고 부를까요? 갑옷과 지느러미의 이야기

    물고기 화석을 나란히 놓고 보면 뜻밖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머리에 방패를 쓴 듯한 물고기도 있고, 단단한 판으로 몸 앞부분을 감싼 물고기도 있습니다. 오늘날 생선 가게에서 보는 물고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실루리아기 뒤에 이어지는 데본기는 대략 4억 2천만 년 전부터 3억 6천만 년 전 사이입니다. 이 시기에는 턱 없는 물고기, 갑옷 같은 판을 지닌 물고기, 연골어류, 여러 경골어류가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갔습니다. 그래서 데본기를 흔히 ‘물고기의 시대’라고 부릅니다. 물고기가 이때 처음 생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턱이 없는 물고기도 함께 살았습니다

    베를린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케팔라스피스 리엘리 화석
    넓적한 머리 부분이 눈에 띄는 케팔라스피스 화석입니다. 위아래로 맞물리는 턱이 없는 물고기 무리에 속합니다. 사진: Arkadianos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 케팔라스피스는 턱이 없는 물고기입니다. 머리에는 넓은 방패 같은 단단한 부분이 있습니다. 오래된 물고기를 생각할 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사냥꾼만 떠올리기 쉽지만, 당시 물속에는 이와 다른 몸 구조를 가진 동물들도 있었습니다.

    턱 있는 물고기의 역사도 데본기보다 앞섭니다. 2022년 연구에서는 중국 충칭의 약 4억 3,600만 년 전 실루리아기 지층에서 몸 전체가 잘 보존된 턱 있는 물고기들을 보고했습니다. 데본기는 새로운 물고기가 갑자기 나타난 출발선이라기보다, 이미 이어져 온 여러 계통이 한층 다양해진 시간으로 보는 편이 알맞습니다.

    갑옷을 입었다고 모두 같은 물고기는 아닙니다

    단단한 판으로 덮인 보트리올레피스 카나덴시스의 몸 앞부분 화석
    보트리올레피스의 단단한 몸 앞부분입니다. 껍데기처럼 보이는 판도 물고기 몸의 일부입니다. 사진: Mike Beauregard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보트리올레피스는 ‘판피어류’라고 부르는 멸종한 물고기 무리에 속합니다. 머리와 몸 앞부분을 단단한 판이 감싸고 있습니다. 갑옷이라는 비유가 잘 어울리지만, 사람이 입었다 벗는 갑옷처럼 별도의 물건은 아닙니다.

    판피어류에는 생김새와 크기가 다른 여러 종류가 있었습니다. 보트리올레피스와 유명한 둔클레오스테우스도 같은 모습으로 살았던 동물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물고기들을 모두 거대한 포식자로 그려 놓으면 당시 생태계의 다양함을 놓치게 됩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 테렐리 표본 CMNH 5768의 머리와 몸 앞부분 골격
    둔클레오스테우스 표본 CMNH 5768입니다. 출처 설명에 따르면 머리와 아래쪽 갑옷은 실제 화석이며, 가슴 쪽 판 일부는 복원되었습니다. 전체 몸이 보존된 표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사진: Russell K. Engelman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커다란 머리와 강력한 턱으로 알려진 후기 데본기의 포식자입니다. 상어는 아니며, 날카롭게 발달한 턱의 뼈판을 사용했습니다. 사진에서 이빨처럼 보이는 뾰족한 부분을 오늘날 상어의 이빨과 같은 구조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몸길이에는 추정이 들어갑니다. 뒤쪽 몸이 잘 남지 않아 머리와 다른 물고기의 몸 비율을 비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연구는 대표적인 성체 표본의 몸길이를 약 3.4미터, 더 큰 표본을 약 4.1미터로 추정했습니다. 2024년 후속 연구도 이런 몸 비율을 검토했습니다. 직접 재어 본 완전한 몸길이가 아니라, 보존된 뼈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입니다.

    지느러미에도 서로 다른 길이 있었습니다

    미구아샤 국립공원에 전시된 케이롤레피스 카나덴시스 화석
    케이롤레피스 카나덴시스 화석입니다. 오늘날 물고기의 큰 무리인 조기어류의 초기 역사를 보여 주는 동물입니다. 사진: Placoderm2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케이롤레피스는 지느러미를 가는 지느러미살이 받치는 ‘조기어류’입니다. 오늘날 많은 익숙한 물고기가 이 큰 무리에 속합니다. 그렇다고 사진 속 한 종이 모든 현대 물고기의 직접 조상이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통의 오래된 모습을 이해하는 자료라는 뜻입니다.

    물고기의 먹이도 화석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구아샤 국립공원의 자료는 케이롤레피스와 에우스테놉테론의 날카로운 이빨, 위 내용물, 화석화된 배설물 등을 통해 포식과 먹이 관계를 설명합니다. 단단한 머리뼈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삶의 모습이 이런 작은 흔적에서 드러납니다.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에우스테놉테론 화석
    살이 있는 지느러미를 가진 무리인 육기어류의 에우스테놉테론입니다. 물속에서 살던 물고기이며, 이 화석 사진이 육지에서 걸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사진: Tim Evanson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제공된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에우스테놉테론은 ‘육기어류’입니다. 지느러미의 살이 있는 부분 안쪽에 뼈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우리 위팔뼈에 대응하는 뼈도 있습니다. 물고기 지느러미와 네발동물의 팔다리가 전혀 관계없는 구조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줍니다.

    2014년 연구는 에우스테놉테론 지느러미뼈의 내부를 정밀하게 분석해 네발동물과 닮은 뼈 성장 특징을 살폈습니다. 그렇지만 연구에서도 이 동물은 뚜렷한 육상 적응이 보이지 않는 수중 포식자로 설명합니다. 비슷한 뼈가 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땅 위를 걸었습니다’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이 사진들의 물고기가 모두 같은 시기, 같은 물속에서 만났던 것도 아닙니다. 데본기는 수천만 년 동안 이어졌고, 바다와 강, 하구 등 환경도 서로 달랐습니다. 화석의 시대와 발견 지역을 함께 보아야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방패 같은 머리, 단단한 판, 날카로운 턱, 서로 다른 지느러미까지. 데본기를 물고기의 시대라고 부르는 까닭은 단지 큰 물고기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속에서 살아가는 여러 몸의 형태가 풍성하게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돌 속에 남은 물고기 한 마리에도 그 긴 역사의 한 갈래가 담겨 있습니다.

    시대와 생물 무리 참고: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생물 다양화 자료. 사진의 출처와 사용 조건은 각 설명 아래에 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