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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의 첫 생명은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요?

    바다가 생긴 뒤의 지구를 떠올리면 어떤 풍경이 보이시나요? 물고기가 헤엄치거나 해변에 풀이 자라는 모습이 먼저 생각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오래된 지구에서 찾아야 할 생명의 흔적은 훨씬 작습니다.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그 미생물들이 남긴 암석 속 무늬입니다.

    아주 오래된 얕은 바다와 층이 쌓인 미생물 구조를 표현한 AI 상상도
    오래전 얕은 물가의 미생물 세계를 떠올려 본 AI 상상도입니다. 바다의 색과 화산, 조명은 시각적 연출이며 특정 장소나 생명의 탄생 순간을 복원한 사진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바다가 생기자마자 생명도 곧바로 태어났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물이 머물 수 있는 환경과 생명이 실제로 살아간 환경은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그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보려면, 살아 있는 것이 어떻게 시작됐을지 생각하는 일과 오래된 증거를 찾는 일을 함께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아주 작은 생명들의 세계였습니다

    초기 생명을 이야기할 때 중심이 되는 것은 미생물입니다. 미생물은 이름 그대로 아주 작은 생물입니다. 몸집이 작아도 주변 물질을 이용하고, 자신을 유지하고, 자손을 남기는 일은 생명에게 중요합니다. 다만 오늘날 볼 수 있는 세균의 모습이 최초 생명과 똑같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최초의 생물이 어떤 구조였는지, 그보다 앞선 단계가 어땠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문제입니다.

    광물 알갱이 사이에 모인 단순한 미생물과 얇은 막을 확대한 AI 개념도
    작은 미생물들이 모여 얇은 막을 이루는 모습을 크게 표현한 AI 개념도입니다. 실제 현미경 사진이 아니며 최초 생물의 모양을 확정한 그림도 아닙니다. 색과 크기는 이해를 돕기 위한 연출입니다.

    아주 오래된 생명의 기록을 살펴보면 하나의 생물이 혼자 남긴 흔적보다 여러 미생물이 함께 살았던 자리가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물가에 얇은 미생물 막이 생기고 그 위에 작은 퇴적물이 붙거나 광물이 쌓이면, 시간이 흐르면서 층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층이 겹겹이 남은 구조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스트로마톨라이트입니다.

    작은 생명은 돌에 겹겹이 흔적을 남겼습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이름은 조금 길지만, 사진 속 줄무늬를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얇은 종이를 여러 장 포개 놓은 것처럼 층이 이어져 있습니다. 미생물의 몸이 그대로 커다란 돌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미생물의 활동과 퇴적물, 광물이 함께 만들어 낸 구조가 암석으로 남은 것입니다.

    서호주 필바라 스트로마톨라이트의 겹겹이 굽은 내부 층을 보여 주는 실제 암석 사진
    겹겹이 이어진 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서호주 필바라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실제 사진입니다. 출처: NASA/JPL-Caltech. 원본 사진과 설명

    호주 서부의 드레서 지층에는 약 35억 년 전 미생물 활동을 살펴볼 수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습니다. 2019년 연구에서는 지표에서 풍화된 부분 아래의 암석을 조사해, 광물 속 유기물과 미생물 막의 잔해로 해석되는 가느다란 흔적을 함께 분석했습니다. 줄무늬 모양만 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도 확인한 것입니다. Baumgartner 등, 2019년 원 연구

    호주에서 촬영한 약 35억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 암석의 실제 사진
    USGS가 약 35억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로 소개한 호주의 실제 암석 사진입니다. 오래전 생명의 흔적을 오늘날의 암석에서 찾습니다. 사진: Beatriz Ribeiro da Luz / USGS, Public Domain. 사진 출처

    여기서 한 가지를 조심해야 합니다. 층이 있는 돌이라고 모두 생명의 흔적은 아닙니다. 생물이 없어도 비슷한 모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층의 모양뿐 아니라 주변 지층, 광물, 화학 성분을 함께 살펴봅니다. 오래된 돌을 읽는 일은 낡은 일기장에서 글자가 남은 부분과 번진 부분을 구별하는 일과 닮았습니다. NASA의 생명 흔적 조사 설명

    생명이 시작된 곳은 아직 찾고 있습니다

    생명의 출발점을 찾는 연구에서는 깊은 바다의 열수 분출구와 육지의 온천 같은 장소를 살펴봅니다. 물, 광물, 에너지가 만나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바닷속 열수 분출구는 틈으로 들어간 바닷물이 지하의 열에 데워졌다가 다시 나오는 곳입니다. 오늘날 그 주변에는 화학 반응에서 얻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미생물과 그에 기대어 살아가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햇빛이 없는 곳에도 생태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실제 사례입니다. NOAA의 열수 분출구 설명

    검은 분출물이 올라오고 동물들이 붙어 있는 오늘날 바닷속 열수 분출구 실제 사진
    오늘날 열수 분출구의 실제 탐사 사진입니다. 주변의 새우와 게 등은 현재의 생물이며 초기 지구의 동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검게 보이는 것은 광물 입자를 포함한 분출물입니다. 출처: NOAA Ocean Exploration, 2016 Deepwater Exploration of the Marianas. 사진 출처

    육지의 뜨거운 물가에서도 오래된 단서를 찾았습니다. 2017년 연구는 약 34억 8천만 년 전 드레서 지층의 일부 퇴적물을 온천 환경으로 해석하고, 그곳에서 미생물 활동의 흔적을 보고했습니다. 이것은 당시 그런 환경에서 생명이 살았을 가능성을 뒷받침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곳에서 최초 생명이 탄생했다는 증명은 아닙니다. 살아간 장소를 찾는 것과 맨 처음 시작된 장소를 찾는 것은 다릅니다. Djokic 등, 2017년 원 연구

    오래된 흔적과 생명의 생일은 다릅니다

    약 35억 년 전의 생명 흔적을 찾았다는 말은 생명이 꼭 35억 년 전에 처음 시작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보다 먼저 살았던 생물이 있었더라도 흔적이 남지 않았거나 아직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더 오래된 암석에서 생명의 흔적이라고 제안된 발견들도 있지만, 암석의 나이와 흔적이 만들어진 원인을 두고 검토가 이어집니다. 최초 생명의 날짜와 장소를 한 문장으로 확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Dodd 등, 2017년 오래된 열수 퇴적물 연구

    그래서 오래된 지구의 생명을 볼 때는 두 질문을 나누어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생명이 살았을까요?”와 “이곳에서 생명이 처음 시작됐을까요?”입니다. 첫 질문에 도움이 되는 증거가 두 번째 질문의 답까지 모두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생명의 역사를 생각하면 커다란 동물이 먼저 떠오르지만, 아주 오래된 기록은 작은 생명들이 함께 살던 자리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암석 속 얇은 층과 가느다란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작은 미생물의 자취를 하나씩 확인하는 일이, 우리가 살아 있는 지구를 이해하는 데 이렇게 큰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