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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자리처럼 생긴 곤충이 어떻게 이렇게 컸을까요? 석탄기의 메가네우라

    여름에 만나는 잠자리는 가느다란 몸과 투명한 날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날아오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주 먼 옛날에는 잠자리를 닮았으면서 날개를 펼친 폭이 약 70cm에 이르는 곤충이 살았습니다. 30cm 자 두 개를 나란히 놓고도 조금 더 보태야 하는 길이입니다.

    그 주인공이 메가네우라입니다. 약 3억 년 전, 석탄기 후기의 곤충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상상 속 동물처럼 느껴지지만, 바위에 남은 날개의 흔적이 실제로 살았던 생명이라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MUSE 과학박물관에 전시된 메가네우라 모니이 실물 크기 복원 모형
    메가네우라 모니이의 실물 크기 복원 모형입니다. 살아 있는 곤충을 찍은 사진이 아니며, 몸의 색과 자세까지 화석으로 확인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출처: Matteo De Stefano/MUSE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이 글에서는 원본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70cm는 몸길이가 아니라 날개를 펼친 폭입니다

    큰 곤충을 소개하는 글에서 숫자만 보면 몸통이 70cm나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크기는 왼쪽 날개 끝에서 오른쪽 날개 끝까지의 폭입니다. 몸길이와 날개 폭은 구분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은 프랑스 코망트리에서 발견된 메가네우라 모니이를 소개하며 날개 폭을 70cm로 안내합니다. 같은 자료에는 석탄기 후기, 약 3억 년 전이라는 시대도 표시되어 있습니다. 박물관의 표본 안내를 보면 이 이야기가 어떤 화석에서 시작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리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메가네우라 모니이 화석 표본
    메가네우라 모니이의 화석입니다. 바위에 남은 날개를 통해 오래전 곤충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출처: Ghedo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이 글에서는 원본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메가네우라는 흔히 거대 잠자리라고 불립니다. 다만 오늘날 잠자리와 완전히 같은 동물을 크기만 키워 놓은 것으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잠자리를 닮은 멸종 곤충 무리에 속하며, 날개의 구조 같은 특징으로 구분합니다.

    몸속으로 공기를 보내는 길이 있습니다

    이렇게 큰 곤충이 어떻게 숨을 쉬고 날아다녔을까요? 곤충의 몸에는 공기가 드나드는 작은 구멍이 있고, 그 안쪽으로 기관이라는 가느다란 공기 통로가 뻗어 있습니다. 사람처럼 폐로 들어온 산소를 피가 온몸에 나르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작은 방에 공기를 보내는 일과 넓은 건물 구석구석까지 보내는 일은 조건이 다릅니다. 곤충도 몸이 커지면 산소를 필요한 조직까지 보내는 구조가 중요해집니다. 다만 기관은 그저 가만히 놓인 빨대만은 아닙니다. 몸의 움직임과 공기주머니 등도 공기 이동을 도울 수 있습니다.

    메가네우라 모니이의 날개 화석과 촘촘한 날개맥
    날개에 남은 가느다란 선을 날개맥이라고 합니다. 곤충의 무리를 구분하는 단서이며, 사진에 보이는 선이 호흡기관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출처: Ghedo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이 글에서는 원본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2007년 연구에서는 딱정벌레의 몸 크기와 기관 구조를 엑스선 영상으로 비교했습니다. 연구진은 큰 종에서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특히 다리로 이어지는 공간이 제한 요인이 될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과거에 산소가 더 풍부했다면 이런 공간의 부담을 덜어 큰 몸이 진화하는 데 도움이 됐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딱정벌레 기관 구조 연구에서 검토한 가설입니다.

    산소가 많았다는 설명만으로 충분할까요?

    석탄기 후기부터 페름기 초기에는 지금보다 산소가 풍부했던 시기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옛 공기를 직접 측정한 값은 아니며, 지질 기록과 지구의 물질 순환을 계산한 모형 등을 바탕으로 알아냅니다. 시대 전체에 산소 농도가 한결같았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산소와 곤충 크기의 관계를 검토한 2012년 연구는 곤충 화석의 날개 크기 자료를 오랜 시간에 걸쳐 비교했습니다. 옛 시기에는 최대 크기와 산소 수준이 함께 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그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연구진은 새처럼 날아다니는 포식자의 등장과 발달도 큰 곤충의 크기를 제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Clapham과 Karr의 연구입니다.

    메가네우라 브롱니아르티의 박물관 화석 표본 MNHN R51125
    메가네우라 브롱니아르티로 등록된 화석 표본입니다. 앞서 본 모니이와 다른 이름으로 분류된 표본이며, 사진 속 모든 메가네우라가 똑같은 크기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출처: Gaëlle DOITTEAU / Wikimedia Commons, CC BY 4.0. 이 글에서는 원본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현생 곤충의 실험도 단순한 답만 주지는 않습니다. 2014년에는 크기가 서로 다른 잠자리 11종의 비행과 산소 조건을 비교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큰 종일수록 산소 부족에 더 민감하다는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살아 있는 곤충도 자신의 몸에 맞게 산소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Henry와 Harrison의 비행 실험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소가 많으면 모든 곤충이 거대해집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몸의 구조와 성장 과정, 먹이를 구하고 포식자를 피하는 조건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오늘날의 작은 곤충에게 산소만 더 공급하면 메가네우라가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바위에 남은 날개가 알려 주는 것

    메가네우라 아에로플라나의 화석 표본 MNHN R53004
    메가네우라 아에로플라나로 등록된 화석 표본입니다. 서로 다른 표본을 비교하면 한 장의 복원 모형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차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출처: Gaëlle DOITTEAU & Olivier BETHOUX / Wikimedia Commons, CC BY 4.0. 이 글에서는 원본을 변경하지 않았습니다.

    화석에서는 날개의 모양과 크기처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반면 몸의 색이나 실제 비행 자세, 그 곤충이 거대해진 정확한 이유는 같은 수준으로 확정할 수 없습니다. 박물관의 복원 모형이 이해를 도와주더라도 화석과 상상으로 채운 부분을 구분하는 이유입니다.

    70cm라는 숫자는 분명 놀랍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은 얇은 날개의 흔적이 수억 년을 지나 지금까지 전해졌다는 점입니다. 바위에 남은 선 몇 줄 덕분에 우리는 지금과 다른 공기와 생명들이 있던 지구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 검은 석탄 속에는 어떻게 옛 숲이 들어갔을까요?

    검은 석탄 한 조각을 보고 초록빛 숲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손에 묻어나는 검은 가루와 단단한 표면에서는 나뭇잎 냄새도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돌의 출발점에는 오래전 땅 위에서 자라던 식물들이 있습니다.

    잎과 줄기, 나무껍질 같은 식물의 몸이 쌓이고 땅속에 묻히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다른 모습으로 바뀐 것입니다. 숲이 어느 날 갑자기 검은 돌로 굳은 것은 아닙니다. 석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식물이 자라는 일 외에도 여러 조건이 필요했습니다.

    검은빛의 역청탄입니다. 식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출발점은 오래전 쌓인 식물 잔해입니다.
    검은빛의 역청탄입니다. 식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출발점은 오래전 쌓인 식물 잔해입니다. 출처: Amcyrus2012. CC BY 4.0. 원본 변경 없음.

    나무가 쓰러진다고 모두 석탄이 되지는 않습니다

    숲 바닥에 떨어진 잎을 떠올려 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잘게 부서지고, 미생물과 여러 생물의 활동으로 분해됩니다. 식물의 몸을 이루던 물질도 주변 환경으로 돌아갑니다. 나무가 많이 자란 자리라고 해서 그 아래에 반드시 석탄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물이 고인 습지에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물에 잠긴 땅속으로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식물 잔해가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집니다. 분해되어 사라지는 양보다 쌓이는 양이 많아지면, 식물 조각이 섞인 이탄층이 두꺼워질 수 있습니다. 이탄은 석탄으로 가는 출발 재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땅속에 묻힌 뒤에도 변화는 계속됩니다

    이탄 위로 모래와 진흙 같은 퇴적물이 쌓이면 식물 잔해가 땅속에 묻힙니다. 위에서 누르는 무게로 층이 눌리고 물이 빠져나가며, 땅속의 열을 받으면서 성분도 달라집니다. 이 과정을 석탄화라고 부릅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기다리는 것만이 아닙니다. 얼마나 깊이 묻혔는지, 어떤 온도를 겪었는지 등도 석탄의 성질에 영향을 줍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묻힘에 따른 압축과 열의 작용으로 이탄이 석탄으로 변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USGS 석탄 형성 자료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포인트 아코니에서 드러난 석탄층입니다. 주변 암석 사이에 검은 띠처럼 이어집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포인트 아코니에서 드러난 석탄층입니다. 주변 암석 사이에 검은 띠처럼 이어집니다. 출처: Michael C. Rygel via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원본 변경 없음.

    사진 속 검은 띠가 바로 석탄층입니다. 그 위아래의 암석까지 함께 보면 식물 잔해만 쌓인 시간이 아니라, 모래와 진흙이 들어와 그 자리를 덮은 시간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절벽에 드러난 한 줄의 층에는 이런 변화가 겹쳐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석탄 등급 그림입니다. 갈탄(lignite), 아역청탄(subbituminous), 역청탄(bituminous), 무연탄(anthracite)을 비교합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석탄 등급 그림입니다. 갈탄(lignite), 아역청탄(subbituminous), 역청탄(bituminous), 무연탄(anthracite)을 비교합니다. 출처: Stanley P. Schweinfurth / USGS. 미국 연방정부 자료, 퍼블릭 도메인. 원본 변경 없음.

    석탄에는 갈탄, 아역청탄, 역청탄, 무연탄처럼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 대체로 석탄화가 진행될수록 수분과 휘발성 성분이 줄고 탄소의 비율이 달라집니다. 다만 모든 석탄이 지금도 똑같은 속도로 다음 등급을 향해 변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각 석탄층이 겪은 땅속 환경이 중요합니다.

    석탄기의 숲은 지금의 숲과 달랐습니다

    석탄기라는 이름에는 석탄이라는 말이 들어 있습니다. 그 시대에 만들어진 풍부한 석탄층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그렇다고 당시 지구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늪지 숲이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식물이 잘 자라고 그 잔해가 쌓이고 묻히기 좋은 지역에서 석탄의 재료가 보존됐습니다.

    그런 습지에는 인목처럼 커다랗게 자라는 석송류 등 여러 식물이 살았습니다. 오늘날의 소나무 숲이나 참나무 숲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식물의 줄기와 잎, 땅속 기관 화석은 당시 숲을 알아보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미시간대학교 화석 자료에서도 인목과 스티그마리아를 석탄기 습지 식물의 흔적으로 소개합니다.

    석탄기 식물의 땅속 기관인 스티그마리아 화석입니다. 동그란 흔적이 남은 표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석탄기 식물의 땅속 기관인 스티그마리아 화석입니다. 동그란 흔적이 남은 표면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출처: IvanSakhno. CC BY 4.0. 원본 변경 없음.

    스티그마리아 표면의 동그란 자국들은 땅속에서 뻗었던 작은 뿌리 모양 기관들이 붙어 있던 흔적입니다. 잎이 떨어진 자리나 땅속 기관의 자국처럼 작은 특징이 남아 있어서, 식물이 이미 사라진 뒤에도 몸의 구조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검은 돌에 남은 것은 숲만이 아닙니다

    무연탄의 모습입니다. 석탄은 묻힌 뒤 받은 열과 변화의 정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무연탄의 모습입니다. 석탄은 묻힌 뒤 받은 열과 변화의 정도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출처: USGS · Minerals in Your World. 미국 연방정부 자료, 퍼블릭 도메인. 원본 변경 없음.

    모든 석탄이 석탄기에 생긴 것도 아닙니다. 지구의 다른 시대에도 식물 잔해가 보존되고 묻혀 석탄이 만들어졌습니다. 석탄이라는 이름만으로 나이를 정할 수는 없고, 주변 지층과 화석 같은 증거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석탄 한 조각에는 식물이 햇빛을 받으며 자란 시간, 물이 고인 자리에서 잔해가 쌓인 시간, 땅속에 묻혀 열을 받은 시간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겉으로는 작은 검은 돌이지만, 그 안에는 숲과 물과 땅이 함께 만든 긴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