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생물다양성

  • 바닷속에 생명들이 더 풍성해졌어요, 오르도비스기 이야기

    돌 표면에 조개 같은 무늬가 남아 있습니다. 옆에는 작은 나뭇가지처럼 갈라진 흔적도 보입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돌이지만, 그 안에는 수억 년 전 바다에 살았던 동물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캄브리아기를 지나 바다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 뒤에 이어지는 오르도비스기는 대략 4억 8천만 년 전부터 4억 4천만 년 전 사이입니다. 이 무렵에는 여러 바다 생물 무리에서 종류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변화를 ‘오르도비스기 생물다양화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이름은 어렵지만, 바닷속 이웃의 종류가 한층 많아진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캄브리아기에 여러 동물의 큰 몸 구조가 드러났다면, 오르도비스기에는 다양한 무리 안에서 새로운 종류가 늘어나며 바다 생태계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어느 하루에 한꺼번에 일어난 변화는 아닙니다.

    조개 같은 동물과 작은 가지들이 살았습니다

    미국 켄터키 메이스빌 부근에서 발견된 후기 오르도비스기 완족동물 화석
    조개처럼 보이지만 완족동물이라는 다른 동물 무리입니다. 켄터키에서 발견된 후기 오르도비스기 표본입니다. 사진: Abyssal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진 속 동물은 ‘완족동물’입니다. 두 장의 껍데기를 지녀 조개와 닮았지만, 우리가 먹는 조개와는 다른 무리입니다. 완족동물은 물속의 작은 먹이를 걸러 먹습니다. 오르도비스기 바닥에는 이런 동물들이 여러 종류로 살아갔습니다.

    지금의 미국 오하이오주와 켄터키주 일대도 당시에는 얕은 바다였던 곳이 있습니다. 이 지역 암석에서는 완족동물뿐 아니라 태형동물, 산호, 삼엽충, 바다나리 등 여러 동물의 화석이 함께 발견됩니다. 오하이오대학교의 연구용 화석 컬렉션도 이 바다의 다양한 동물들을 담고 있습니다.

    오하이오 아른하임층에서 나온 가지 모양의 후기 오르도비스기 태형동물 화석 군체
    작은 나뭇가지처럼 보이는 태형동물입니다. 부서진 화석 조각을 맞추어 복원한 실제 표본 사진입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가지처럼 보이는 것은 ‘태형동물’입니다. 식물처럼 보이지만 작은 동물들이 모여 사는 무리입니다. 겉면의 아주 작은 구멍 하나하나에는 개별 동물이 들어갈 공간이 있었습니다. 작은 동물들이 함께 만든 단단한 뼈대가 이렇게 화석으로 남았습니다.

    꽃처럼 생겨도 동물입니다

    켄터키 코프층 석회암에 남은 오르도비스기 바다나리의 줄기와 머리 부분 화석
    길게 뻗은 줄기와 솔처럼 보이는 부분을 찾아보세요. 후기 오르도비스기 바다나리 화석입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바다나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물속에 피어난 꽃이 떠오릅니다. 실제로 줄기 위에 팔을 펼친 모습도 꽃과 닮았습니다. 하지만 바다나리는 불가사리와 같은 큰 무리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팔을 펼쳐 물속에 떠다니는 작은 먹이를 잡아 먹었습니다.

    바닥 가까이 붙어 사는 동물도 있고, 줄기로 몸을 들어 올려 물을 만나는 동물도 있었습니다. 같은 바다라도 먹이를 얻는 자리와 방법이 모두 같지는 않았습니다. 화석을 볼 때 모양뿐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먹이를 먹었을까’를 함께 생각하면 바다 풍경이 조금 더 또렷해집니다.

    유타 아이벡스 스프링스의 오르도비스기 테트라그랍투스 필석 화석
    돌 위에 그어진 선처럼 보이는 필석입니다. 작은 동물들이 함께 살았던 군체의 흔적입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바닥 위쪽의 물속으로 눈을 돌리면 ‘필석’이라는 동물도 만날 수 있습니다. 필석 가운데에는 바닷물에 떠서 살던 종류가 있었습니다. 사진 속 테트라그랍투스도 그런 무리입니다. 작은 동물들이 서로 이어진 집에서 함께 살았고, 그 집의 흔적이 돌 위에 가느다란 선처럼 남았습니다.

    필석은 암석의 시대를 비교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종류가 빠르게 바뀌고 넓은 지역에 퍼진 경우가 많아, 어떤 필석이 나오는지를 살피면 서로 떨어진 지층의 시간을 맞추는 단서가 됩니다. 영국지질조사소의 필석 자료에서 실제 표본과 생활 모습을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다가 풍성해진 까닭은 무엇일까요?

    생물의 종류가 왜 이렇게 늘어났는지는 아직 연구하고 있습니다. 바닷물의 온도, 산소, 해류와 먹이 공급 같은 여러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한 가지 이유만으로 모든 바다의 변화를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2016년 연구는 오르도비스기 중기의 냉각과 생물다양화가 맞물렸다고 제안했습니다. 연구진은 바다 순환과 먹이 공급의 변화가 생물에게 새로운 생활 공간을 열어 주었을 가능성을 설명했습니다. 이것은 화석과 지구화학 자료를 바탕으로 한 해석이며, 원인이 모두 밝혀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 바다가 차가워지기만 하면 생물이 무조건 많아진다는 뜻도 아닙니다.

    켄터키 코프층 석회암에 들어 있는 바다나리 줄기의 마디 화석
    작은 원반이 이어진 듯한 부분은 바다나리 줄기입니다. 단단한 돌 안에 옛 동물의 몸 조각이 남아 있습니다. 사진: James St. John /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은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화석은 당시 바다를 그대로 찍어 둔 사진은 아닙니다. 바다나리처럼 죽은 뒤 몸의 뼈대가 흩어지기 쉬운 동물도 있고, 단단한 부분만 남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줄기 조각만 가득한 돌과 머리 부분까지 남은 돌은 서로 다른 보존 과정을 들려줍니다.

    조개 같은 껍데기, 작은 가지, 꽃처럼 펼친 팔, 물에 떠 있던 가느다란 군체까지. 오르도비스기의 바다는 서로 다른 모습과 생활 방식으로 채워져 갔습니다. 돌에 남은 작은 흔적을 하나씩 알아보면, 오래전 바다가 텅 빈 공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실감납니다.

    자료 더 보기: 오하이오대학교 등이 참여한 오르도비스기 생물 도감. 본문의 사진은 모두 실제 화석 표본을 촬영한 자료입니다. 각 사진 아래에 출처와 사용 조건을 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