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크게 들이마셔 보세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들어오고, 그 안의 산소가 우리 몸에서 쓰입니다. 너무 익숙해서 잊기 쉽지만, 지구의 공기가 처음부터 지금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바다가 생기고 작은 생명들이 살아가기 시작한 뒤에도, 공기 중에는 우리가 호흡에 사용하는 산소 분자, 즉 O₂가 아주 적었습니다. 생명이 먼저 자리 잡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공기의 모습까지 바뀐 셈입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커다란 숲이 아니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생명이 햇빛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햇빛을 이용해 살아가는 세균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물속에서 광합성을 하는 작은 생물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남세균이 바로 이 무리입니다.
이들은 빛의 에너지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몸에 필요한 유기물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내놓습니다. 잎이 있는 나무가 나타나기 훨씬 전에도, 미생물이 이런 일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만 광합성이라고 모두 산소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산소를 내놓지 않는 방식의 광합성도 있어서 둘을 구분해야 합니다.

언제 처음 산소를 만드는 광합성이 시작됐는지는 아직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암석에는 단서가 남아 있지만, 그 단서를 만든 생물과 당시 환경을 정확히 알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날부터 산소가 생겼습니다”처럼 하나의 날짜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산소가 생겨도 공기에 바로 쌓이지는 않았습니다
수도꼭지를 틀어도 배수구가 열려 있으면 물이 쉽게 고이지 않습니다. 산소도 만들어지는 양만큼 공기에 남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닷물과 암석 속의 여러 물질이 산소와 반응하면서 산소를 소비했기 때문입니다. 이 비유에서 배수구는 하나의 장소가 아니라, 산소를 없애는 여러 반응을 뜻합니다.
철은 그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오늘날 철이 산소와 반응해 녹이 생기는 것처럼, 고대 바다에 녹아 있던 철도 산화되면서 물에 잘 녹지 않는 물질로 바뀔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물질이 바닥에 쌓인 기록을 오래된 암석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줄무늬 철질 암석 하나만 보고 당시 공기 중 산소의 양을 곧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철을 산화시키는 과정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암석의 성분과 나이를 함께 비교하며 과거의 환경을 추적합니다.
약 24억 년 전, 공기의 변화가 뚜렷해졌습니다
지구 역사에서 공기 중 산소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큰 전환을 대산화 사건이라고 부릅니다. 대략 24억 년 전 무렵의 변화로 설명하지만, 연구에서 다루는 시작과 끝의 범위는 조금씩 다릅니다. 이름에 “사건”이 들어가도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뒤집힌 일은 아닙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변화입니다.
그보다 앞선 시기의 암석에서도 일부 바다에 산소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바다의 어떤 곳에 산소가 있는 것과, 지구 전체의 대기에 산소가 계속 남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얕은 바다에서 시작된 변화가 공기의 큰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조건이 맞아야 했습니다. 관련 연구 소개와 원논문 링크

여기서 기억할 점은 산소가 늘기 시작했다고 바로 지금처럼 숨 쉬기 좋은 공기가 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후에도 산소의 양은 긴 시간에 걸쳐 달라졌습니다. 암석의 화학 성분과 계산 모형을 이용해 당시 산소 수준을 추정하지만, 정확한 양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습니다. 고대 대기 산소 수준을 다룬 연구
바다의 작은 생명은 지금도 산소를 만듭니다
이 이야기를 먼 옛날 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도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과 광합성을 하는 세균들이 산소를 만듭니다. 오늘날 지구에서 일어나는 산소 생산의 대략 절반은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다만 “바다가 산소를 만들었다”와 “그 산소가 전부 공기에 더해졌다”는 같은 뜻이 아닙니다. 바다의 생물도 호흡하고, 죽은 생물이 분해될 때도 산소가 쓰입니다. 생산과 소비를 함께 봐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들이마시는 공기의 산소에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쌓여 온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바다의 산소 생산과 소비에 관한 자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생명이 공기의 역사를 바꿨다는 사실이 인상적입니다. 한 번의 숨에는 지금 주변의 나무와 바다뿐 아니라, 오래전 물속에서 살아가던 작은 생명들의 흔적도 이어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