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에서 바다는 파랗게 보입니다. 그런데 그 파란 부분을 얼음이 넓게 덮었던 때가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북극이나 남극만 추웠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구의 오랜 역사에는 적도 가까이까지 빙하가 내려왔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극심한 추위를 설명하는 생각을 눈덩이 지구, 또는 스노볼 어스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이름만 들으면 바닷속까지 통째로 얼어붙은 구슬이 떠오르지만, 연구에서 주로 따지는 것은 지표와 바다 표면의 얼음입니다. 얼음 아래 액체 상태의 바다가 남는 것과도 양립할 수 있습니다.

공룡보다 훨씬 오래전의 추위입니다
산소가 공기에 쌓이기 시작한 큰 전환은 약 24억 년 전 무렵이었습니다. 오늘 살펴볼 추위는 그보다 훨씬 뒤인 약 7억 2천만 년 전부터 6억 3천5백만 년 전 사이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건 사이에는 아주 긴 시간이 있습니다. 산소가 생긴 직후 지구가 곧바로 이렇게 얼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 시기를 크라이오제니아기라고 부릅니다. 그 안에는 크게 두 차례의 심한 빙하기가 알려져 있습니다. 한겨울 몇 달을 견디는 정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긴 변화입니다. 당시에는 공룡도, 지금처럼 땅을 덮은 숲도 없었습니다.

얼음이 늘면 더 추워질 수 있습니다
햇볕 아래에서 어두운 옷이 더 뜨겁게 느껴진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지표도 빛을 얼마나 흡수하고 되돌려 보내는지에 따라 받는 열이 달라집니다. 눈과 얼음은 어두운 바다보다 햇빛을 많이 반사합니다.
추워져서 얼음이 넓어지면 지구가 흡수하는 햇빛이 줄고, 그러면 더 추워져 얼음이 다시 넓어질 수 있습니다. 서로를 밀어 주는 이런 과정을 얼음과 햇빛 반사의 되먹임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모든 시작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대륙의 위치, 바닷물의 흐름, 온실가스의 양 같은 조건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얼음의 반사와 고대 기후 모형에 관한 설명
지나간 빙하는 바위에 흔적을 남깁니다
빙하는 가만히 놓인 얼음덩어리가 아닙니다. 천천히 움직이며 돌과 흙을 운반하고, 바닥의 암석을 긁기도 합니다. 얼음이 사라진 뒤에는 긁힌 자국이나 운반된 퇴적물이 남을 수 있습니다. 바위가 오래전 풍경의 일부를 기억하는 셈입니다.

고대의 극심한 빙하기를 연구할 때는 이런 빙하 퇴적물뿐 아니라 암석 속 자성의 방향도 함께 살핍니다. 그 방향은 암석이 형성될 당시의 위도를 추정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따뜻했을 법한 낮은 위도에 빙하가 있었다는 해석이 눈덩이 지구 논의의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하나의 자국만 보고 지구 전체가 얼었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바다가 빈틈없이 덮였을까요?
여기에는 아직 논의가 남아 있습니다. 바다 표면이 거의 전부 얼음에 덮였다는 설명도 있고, 일부 지역에는 열린 물이 남았다는 설명도 있습니다. 어느 시기와 지역을 살펴보는지, 모형에 어떤 조건을 넣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2026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약 7억 1천7백만 년 전부터 6억 6천만 년 전 무렵의 긴 빙하기 안에서도, 매우 추운 상태와 따뜻한 상태가 반복됐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기후와 탄소 순환을 함께 계산한 결과입니다. 오래 추웠다는 기록을 한 번도 녹지 않은 얼음으로만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제안이지만, 이것을 확정된 당시 풍경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2026년 연구진의 설명과 논문 링크

생명이 이 추위를 어떻게 견뎠는지도 중요한 질문입니다. 2019년의 한 연구는 빙하 아래에서 나온 산소를 포함한 녹은 물이 일부 바다에 생명체의 서식 공간을 유지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철질 퇴적물의 화학적 단서를 이용한 해석입니다. 모든 바다가 살기 좋았다는 뜻은 아니며, 제한된 장소가 생명의 피난처가 되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빙하 아래 녹은 물과 생존 환경에 관한 연구
얼음을 녹이는 데도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추운 시기에도 지구 내부의 활동이 모두 멈추지는 않습니다. 화산과 지구 내부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공기에 쌓이면 온실효과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얼음이 물러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중요한 생각 중 하나입니다.
물론 화산이 한 번 터져 얼음을 단번에 녹였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산화탄소가 공급되는 속도와 암석의 풍화로 제거되는 속도를 긴 시간에 걸쳐 함께 봐야 합니다. 앞서 소개한 2026년 연구도 이 두 과정의 균형이 달라지면서 얼고 녹는 변화가 반복됐을 가능성을 살폈습니다.

눈덩이 지구를 알아갈수록 “얼마나 추웠을까”만큼이나 “그 속에서 생명이 어떻게 이어졌을까”가 궁금해집니다. 오래된 암석과 작은 생명의 흔적은 그 질문에 조금씩 답을 보탭니다. 지금의 푸른 바다가 늘 같은 모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