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거대충돌설

  • 45억 년 전, 지구의 탄생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 4천만 년으로 추정됩니다.

    이 숫자는 단순한 계산으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지구에서 발견된 오래된 광물, 달의 암석, 운석의 방사성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를 종합해 얻은 값입니다.

    그렇다면 45억 년 전, 지구는 어떤 모습으로 시작됐을까요?

    현재의 푸른 바다와 대륙을 떠올리면 안 됩니다. 초기 지구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천체였습니다.

    지구는 태양과 함께 만들어졌다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이 중력에 의해 수축하면서 중심에는 태양이 형성됐고, 그 주변에는 먼지와 암석 물질이 원반 형태로 남았습니다.

    어린 태양을 둘러싼 가스와 먼지의 원시행성계 원반
    태양계 형성 초기, 어린 태양 주변에 펼쳐진 가스와 먼지 원반의 상상도.

    이 작은 물질들은 서로 부딪치고 달라붙기를 반복했습니다.

    먼지 알갱이는 점점 큰 암석 덩어리가 되었고, 다시 수십~수백 킬로미터 규모의 미행성으로 성장했습니다.

    이 미행성들이 충돌하고 합쳐지는 과정이 수천만 년 동안 계속되면서 원시 지구가 만들어졌습니다.

    미행성들이 충돌하고 합쳐지며 성장하는 원시 지구
    작은 암석 천체들의 충돌과 합체로 성장하는 원시 지구의 상상도.

    즉 지구는 어느 순간 갑자기 생겨난 행성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천체가 오랜 시간 합쳐진 결과입니다.

    초기 지구는 왜 그렇게 뜨거웠을까?

    흔히 초기 지구를 ‘거대한 불덩어리’라고 표현합니다.

    완전히 틀린 표현은 아니지만,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지구 내부와 상당 부분의 표면이 녹아 있던 시기가 반복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미행성들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에너지, 지구 내부로 무거운 철과 니켈이 가라앉는 과정에서 발생한 열, 그리고 방사성 원소의 붕괴가 초기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습니다.

    이 시기에 철과 니켈 같은 무거운 물질은 중심부로 내려가 핵을 만들었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물질은 위쪽에 남아 맨틀과 초기 지각을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지구의 금속 핵과 규산염 맨틀을 나타낸 개념 단면
    무거운 금속이 중심으로 내려가며 핵과 맨틀이 분화하는 모습을 표현한 개념도.

    오늘날 지구가 핵·맨틀·지각이라는 층상 구조를 갖게 된 출발점입니다.

    달의 탄생은 지구 역사와 연결돼 있다

    초기 지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가운데 하나가 달의 형성입니다.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은 ‘거대 충돌 가설’입니다.

    약 45억 년 전, 원시 지구와 화성 정도 크기의 천체가 충돌했고, 이 과정에서 우주 공간으로 튕겨 나온 물질들이 지구 궤도에 모여 달을 형성했다는 설명입니다.

    충돌한 가상의 천체는 흔히 테이아(Theia)라고 부릅니다.

    원시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로 우주에 방출되는 물질
    달의 탄생을 설명하는 거대 충돌 가설의 상상도. 충돌의 세부 조건은 여전히 연구 중이다.

    다만 세부 과정까지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충돌의 각도와 속도, 달이 얼마나 빠르게 형성됐는지 등은 지금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달의 탄생이 지구의 자전과 내부 구조, 이후의 환경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물은 매우 일찍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지구가 오랫동안 극도로 뜨거워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호주 서부 잭힐스에서 발견된 아주 오래된 지르콘 결정이 이 생각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일부 지르콘의 나이는 약 44억 년에 이릅니다.

    이 광물에 남아 있는 산소 동위원소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당시 지각이 액체 상태의 물과 상호작용했을 가능성이 제시됐습니다.

    지구가 형성된 지 불과 약 1억~2억 년 뒤에 이미 비교적 안정된 지각과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44억 년 전에 지금과 같은 넓은 바다가 있었다는 사실이 직접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지르콘은 당시 지표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일 뿐입니다.

    이처럼 과학에서는 확인된 사실과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해석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초의 대기는 지금과 전혀 달랐다

    초기 지구의 대기는 현재와 크게 달랐습니다.

    오늘날 대기의 약 21%는 산소이지만, 초기 지구에는 자유 산소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봅니다.

    화산 활동 등을 통해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 등 여러 기체가 방출되면서 초기 대기가 형성됐고, 지구가 냉각되면서 수증기의 일부가 응결해 물로 변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표면에는 바다가 형성됐고, 대기와 해양은 지질 활동과 생명체의 등장에 따라 계속 변화했습니다.

    화산성 암석 해안과 물, 비와 수증기로 표현한 초기 지구
    냉각된 지표와 물, 화산 활동이 공존하는 초기 지구의 상상도. 44억 년 전 넓은 바다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우리가 숨 쉬는 산소가 풍부한 대기는 훨씬 뒤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구의 초기 역사는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지구가 형성된 뒤 약 40억 년 전까지의 시기를 하데스 누대(Hadean Eon)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암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구에서는 판 구조 운동, 화산 활동, 침식, 변성 작용이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오래된 지각 대부분은 재활용되거나 파괴됐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극히 오래된 지르콘, 운석, 달 암석, 동위원소 분석 등을 이용해 지구의 초기 역사를 역추적합니다.

    45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초기 지구의 역사는 남아 있는 작은 증거들을 하나씩 맞춰 복원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질문이 남는다

    지구는 약 45억 년 전 만들어졌습니다.

    그 후 지각이 형성되고, 물과 대기가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훨씬 더 흥미로운 문제가 등장합니다.

    생명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단순한 암석 행성이었던 지구가 어떻게 생명으로 가득 찬 행성이 됐는지는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입니다.

    코스모스파일의 다음 기록에서는 ‘지구 최초의 바다는 언제 만들어졌을까?’를 중심으로,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